Posted on April 2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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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인디 밴드 작명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인터넷 상에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인디 밴드 이름을 짓기 위해선 현재 입고 있는 하의 색깔과 조금 전 먹은 음식을 조합하면 된다라는 것이었다. 이런 말이 나올 정도로 밴드 중에 독특한 이름을 가진 팀이 많은 것은 사실. 밴드의 이름이란 건 음악을 들어보기 전 첫인상을 결정하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신중한 작명 센스가 요구된다.

스트리밍 서비스에 등록된 수많은 아티스트 목록을 훑어 내려가다 이름만 보고 음악을 들어보는 경우는 어쩌면 누구나 한 번씩은 해본 경험일 수도 있겠다. 에디터 본인은 특히 밴드 이름에서 문학작품과의 연결성을 발견했을 때, 음악을 들어보는 경험을 종종 해봤고 실제로 기대 이상일 때가 많았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책과 음악)이 만나면 덕심이 자연스레 배가 될 수밖에 없는 법. 책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기게 될 이름의 팀을 소개해보려 한다.

 



이상의날개

출처: 애플뮤직

 

이상의날개는 2011년 <상실의 시대> 앨범으로 데뷔한 밴드이다. 명망 높은 작가와 그의 대표작을 조합해서 만든 밴드 이름은 아무래도 그자체로 호기심이 갈 수밖에 없다. 또한 그들의 음악 중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과 같은 제목을 가진 노래들도 있다. 한 인터뷰에 따르면 멤버 모두가 이상의 열렬한 팬은 아니라고 한다. 몹시 열렬하진 않더라도 모두 각자의 문학적인 온도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본인들을 ‘시간과 공간을 노래하는 밴드’라고 말하는 이상의날개는 몹시 적절한 표현을 찾은 것 같다. 이상의날개 앨범을 들어보면 광활한 울림감이 느껴지는데, 음악을 공간으로 본다면 이상의날개는 아주 드넓은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포스트락 장르의 특징이기도 하다. 넓은 공간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아름답고 공허하게 표현하는 이상의날개 대표작으로는 <의식의흐름>을 꼽을 수 있다. 제 14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음반상을 수상한 이 앨범은 전체적인 완성도가 매우 높다.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볼 것을 추천하지만 1곡만 뽑는다면 마지막 트랙 ‘공’을 추천해본다. ‘어디에서 왔고/어디로 가는지/알지 못한 채/그렇게 멀어지네’라며 마음의 빈 공간을 훑고 가 서러워지게 만드는 노래다.

 

 

 

 

신해경

출처: 지니뮤직

 

신해경은 2014년 ‘언젠가’라는 노래로 데뷔했다. 신해경이라는 이름은 작가 이상의 본명인 김해경에서 따왔다고 한다. 신해경은 이상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아티스트다. 이상의 시 ‘거울’을 좋아하여 과거 ‘더 미러’라는 밴드를 만들었고, 이상의 시 ‘이상한 가역반응’을 따서 첫 EP의 제목을 <나의 가역반응>이라고 지었다. 또한 최근 발매된 싱글 <담다디>의 소개에는 이상의 소설 ‘봉별기’에서 인용한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이라는 구절이 쓰여있다.

신해경의 음악은 마치 꿈속을 거니는 기분을 주는데, 허공에 하염없이 손을 뻗는 장면이 그려지는 사운드와 그리움을 품은 가사가 어우러져 아득하게 만든다. 신해경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그곳이 어디든 둥 떠오르는 기분이다. 어떤 곡을 들어도 이런 느낌을 주는데 그중에서도 추천하고 싶은 음악은 ‘몰락’과 ‘담다디’이다. 몰락은 첫 시작부터 단단한 기타 소리가 감정을 쌓아올리고 무너뜨린다. 담다디는 다른 곡들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사운드와 애절한 가사로 그리움을 녹여낸다.

 

 

 

 

검은잎들

출처: 엔터크라우드

 

검은잎들은 2016년 EP <메신저>로 데뷔하였다. 밴드 이름은 기형도 시인의 ‘입 속의 검은 잎’에서 따왔다고 한다. 기형도 시인의 시집을 인상 깊게 읽었던지라, 검은잎들의 <메신저>가 그 느낌을 반영하였는지 궁금증이 생겨 앨범을 찾아 들어보게 됐다. 꾹꾹 눌러 담아서 부르는 듯한 보컬과 은근하게 뚜렷한 베이스의 울림이 앨범을 전체적으로 이끌어 간다. 우울한 경쾌함을 녹여낸 듯한 사운드와 시적인 가사가 잘 섞여져서 검은잎들만의 감성이 드러난다. ‘입 속의 검은 잎’ 시집에 깔려있는 절망의 감정과 가사가 닮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문학적인 감성을 좋아한다면 이런 면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앨범 수록곡 중에서 ‘죽은봄의 수업’과 ‘메신저’를 추천하고 싶다. 곡 죽은봄에서 ‘(수업의)죽어가는/모든 것들이/서러웠어’라고 읊조리는 목소리가 묵직하게 다가와 감정의 깊이감을 만들어낸다. 타이틀곡이기도 한 메신저는 무거운 가사말을 빠른 템포의 사운드로 잘 감싸 검은잎들 음악을 처음 들어보는 사람에게 권하기 좋은 노래이다. 검은잎들은 2016년에 EP를 발매한 후 싱글 3개를 내며 꾸준히 활동하는 중이다. 

 

 


글쓴이: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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