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October 2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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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미리 해 두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라르크 앙 시엘이 라이브를 합니다. 도쿄 돔에서. 크리스마스에.



[Figure 1. L’arChristmas 홍보 포스터]


엄청납니다. 몇 년만이죠? 1년 8개월만의 완전체 라이브인가요? 크리스마스 라이브라니, 말만 들어도 세트리스트가 머릿속에 절로 떠오르는군요. 겨울 곡인 ‘Snow Drop’이나 ‘Hurry X'mas’를 열창하다가 앵콜 곡으로는 ‘Blurry Eyes’를 부르면서 무대를 사방팔방 뛰어다닐 하이도의 모습이 벌써 아른아른합니다. 물론 제가 그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건 라이브 블루레이가 발매될 2019년 하반기나 되어서겠죠.

게다가 도쿄 돔입니다. 라르크 팬들에게는 의미가 깊은 공간이기도 하죠. 무엇보다, 멤버들 각자 벤처기업같은 솔로 활동을 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도쿄 돔을 꽉 채울 수 있는 건 역시 대기업 수준의 라르크 앙 시엘로 뭉쳐야 가능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본론 전의 사담이 길었습니다. 이 글의 목적은, 물론, 라르크 앙 시엘의 도쿄돔 라이브 홍보는 아닙니다(홍보하려고 해도 이미 늦었습니다. 티켓 추천선발은 다 끝났거든요)


[Figure 2. 도쿄 돔]


돔! 그것도 도쿄 돔이라는 건 일본 가수들에게 있어서는 꿈의 공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상징적인 의미죠.
수용인원 약 오만 오천 명, 그 인파 맨 앞에서 무대 조명을 받으며 노래하는 내 가수를 보는 건 상상만 해도 눈물이 줄줄 나고, 실제로 보면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감격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면 여기서 질문입니다. 라르크 앙 시엘 같은 빅밴드는, 처음부터 도쿄 돔에서 공연을 했던 걸까요?

 


[Figure 3, 4. 라이브 하우스에서 공연 중인 92~93년의 인디 하이도]


물론 아닙니다. 스테이지 규모에도 단계가 있습니다.
천하의 라르크 앙 시엘이나, 지금 일본에서 최고로 잘 나간다는 ONE OK ROCK 같은 밴드도, 별로 인기가 없던 초기 무명 밴드 시절에는 기초 단계의, 규모가 작은 공연장에서 라이브를 해야 했을 것입니다.

일본에는 그런,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시작 단계의 아티스트들을 위한 수준의 공연장이 아주 많습니다. 그런 공연장을 전문 용어로 뭐라고 할까요?

클럽이나 그냥 공연장이라고 부르면 되는 거 아니냐구요? 아닙니다.


[Figure 5, 라이브 하우스 '마도와쿠窓枠'의 공연 장면]

‘라이브 하우스(Live house / ライブハウス)’라고 부릅니다.

‘라이브 하우스’라는 것은, 사실대로 말하면 정식 영어는 아닙니다. 일본식 영어(和製英語)이죠. ‘일본식 영어’라는 점에서 느껴지듯, 다른 나라의 소규모 공연장 문화와는 달리, ‘라이브 하우스’ 문화에는 일본만의 고유 특징이 많이 보이기도 합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그런 일본만의 공연 문화 중 하나이기도 한 ‘라이브 하우스’의 대략적 개요에 대해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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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인디까지 들어와서 이것저것 찾아보실 정도로 음악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라면 굳이 따로 더 설명 드릴 필요도 없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일본의 음악 시장은 상당히 크지요. 미국의 뒤를 따르는 2위 규모의 음악 시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음악 공연 시장도 엄청나게 발달되어 있는데, 전체 공연장들을 모두 통틀어 ‘라이브 하우스’의 공연 횟수는 압도적입니다.

 
[Figure 6, 2016 일본 연간 총 공연 횟수]

2016년 기준 일본에서 공식적으로 카운트 된 공연들의(대부분이 음악 관련 공연입니다) 총 횟수는 29,862번, 그 중 라이브 하우스에서의 공연은 약 절반 가량인 13,140번이었습니다. 오늘 내 주위에 저녁에 공연 갈 일정이 있는 친구가 두 명 있다면, 그 중 한 명은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확률로 라이브 하우스로 향한다는 겁니다.

[Figure 7. 2016 일본 회장 규모별 공연 수(국내 아티스트)]
 


[Figure 8. 2016 일본 회장 규모별 공연 횟수(해외 아티스트)]

게다가 ‘라이브 하우스’의 공연 내용도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라이브 하우스에서 있었던 13,140번의 공연 중, 국내(즉 일본) 아티스트의 비율은 12,721번으로 거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에 반해 해외 아티스트가 라이브 하우스에서 공연한 횟수는 겨우 419번, 비교할 것도 못 되는 초라한 숫자입니다.

정리해 보면 이렇게 되겠군요. 라이브 하우스는, 일본의 드넓은 공연 시장 중에서도 압도적인 공연 횟수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공연자들 대부분이 일본 내의 자국 가수들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뒷부분이 흥미롭지 않으세요? 왜 이렇게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요?

그것은, 아까 서문에서 이야기했듯, 데뷔는커녕 음악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 아티스트나, 이제 막 지명도를 쌓아 올리기 시작한 동네 유명 밴드 등,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일본 내의 수많은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가 공연장으로서 선택하는 곳이 바로 ‘라이브 하우스’라는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Figure 9. 시부야 La.mama]

물론 인지도가 낮은 아티스트들만 출연하는 것은 아닙니다. 80~90년대 일본의 전설적 밴드였던 코메코메 club이, 도쿄의 유명 라이브 하우스인 La.mama에서 투어를 하려고 한 적도 있거든요. 참고로 La.mama의 수용 인원은 겨우 250명 정도입니다. (왜 코메코메 클럽 정도의 밴드가 굳이 저런 소규모 공연장에서 투어를 하려고 했는지는, 이 다음에 설명하기로 하겠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출연 아티스트들 범위처럼, 라이브 하우스는 그 규모도 천차만별입니다. 수용인원 수십 명 수준의 아주 작은 곳부터, 인지도가 높은 곳은 수백 명 단위로 인원을 들일 수 있기도 하고(그렇다고 해도 대부분 2~300명 수준입니다), 기업 차원에서 자본을 투입해서 만든 경우는 더 큰 규모로 사람들을 들일 수 있기는 하지요. 사실 마지막 경우는 이미 라이브 하우스가 아니라 (*참고자료1)이라고 하는 편이 더 맞겠네요.


*참고자료1 ) 일본의 라이브 회장 규모


[Figure 10. 라이브하우스 (수십 ~ 수백 명 / 간혹 1~2000명 정도)]

 


[Figure 11. 홀 ( 1000명 전후 ~ 8000명 정도)]

 


[Figure 12. 아레나 ( 8000명 ~ 10000명 정도)]

(이외 더 많지만 생략)

사실, 규모가 천차만별이라고 써 놓긴 했지만, 참고 자료를 보시면 아시다시피, 라이브 하우스는 일본에 있는 여러 종류의 라이브 회장들 사이에서도 가장 작은 크기이지요. 때문에 스테이지의 배경을 변경한다거나, 회전무대 등의 대규모 무대장치 같은 건 기대하시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주로 무대 연출은 스모크나 조명 정도인데, 가게에 따라서는 스모크도 쓰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음향장치나 조명장치 역시, 가게에 갖추어져 있는 걸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출연 아티스트의 기재 반입이나 회장에 미리 무대를 만드는 것 등의 행위는 최소한으로만 해야 한다고 하네요. 물론 홈페이지가 있는 라이브 하우스 같은 경우에는 장비나 엔지니어 같은 인력 지원도 협의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제대로 된’ 웹 사이트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을 정도의 라이브 하우스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군요.

그 외에도 이것저것 늘어놓을 말은 많습니다만, 일단 여기서는 ‘라이브 하우스’라는 회장만의 가장 큰 특징인 ‘원 드링크 제도’와, ‘노르마 제도’라는 티켓 판매 방식, 이 두 가지를 중점적으로 써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말로 하면 개성이라고도 할 수 있겠고, 또 어떤 면으로는 문제점이라고도 보일 수 있는 특징들입니다. 개인적으로 조사하면서 상당히 흥미로웠던 점이라, 찬찬히 읽어 주신다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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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드링크 제ワンドリンク制

대부분의 라이브 하우스에서는 ‘원 드링크 제’(One Drink / ワンドリンク制)라는, 독특한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바로, 티켓 값과는 별개로, 입장할 때 드링크 요금을 낸 다음에야(보통 5~600엔 정도입니다) 비로소 라이브 하우스 안에 들어가서 관람을 할 수 있는 거죠.


[Figure 13. 드링크 요금을 치르면 받을 수 있는 드링크 티켓. 가게마다 전부 다 달라서 모으는 재미도 있다고.]


보통 드링크 요금을 치른 다음에는 가게 측에서 ‘드링크 티켓’이라는 것을 줍니다. 이것을 가지고 안에 들어가면, 바 플로어bar floor 같은 장소가 보입니다.  여기에 드링크 티켓을 내밀면서 원하는 음료 이름을 말하면 해당 드링크로 교환해 주는 방식입니다. 이것을 ‘원 드링크 제’라고 하는데, 가게에 따라서는 음료 두 개 값을 내야 하는 ‘Two-order 제’도 있는 모양입니다.


[Figure 14. La.mama의 가게 내부 평면도. 빨갛게 표시한 곳에서 음료를 교환할 수 있다.]


이 ‘원 드링크 제도’는, 강제입니다. 입장할 때 “전 음료 안 마시는데요”라고 말해 봤자 소용 없다는 뜻입니다. 마시든 안 마시든, 어쨌든 사야 합니다.

물론 음료 따위 필요 없는 관객들도 있을 것입니다. 사실 그 쪽이 더 많을 테죠. 그냥 난 라이브를 보러 온 것 뿐인데, 왜 쓸데도 없고 필요도 없는 음료를 억지로 들이켜야 하나요? 그렇다고 라이브를 보면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대부분의 라이브 하우스는 공연 플로어에 음식물을 반입할 수 없게 되어 있거든요. 굳이 공연 중에 부산 떨며 화장실에 가기 위해 중간에 나가는 걸 좋아하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면, 보통 공연 전에 음료를 마실 사람은 없을 텐데, 그렇다면 가게 매상을 올려 주는 것 외에는 별 쓸모도 없는 이런 제도가 아직까지도 버젓이 살아 있는 것일까요?

그것은, 라이브 하우스들이 정식 흥행장이 아닌 음식점으로서 영업 허가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음식점으로서 영업을 해 나가려면, 형식적으로나마 손님들에게 음료를 팔고 그 대가로 돈을 얻어야 하는 거죠. 그렇지 않으면 불법 흥행장으로 간주되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니까요.

그러면 왜 하필 음식점이냐? 처음부터 흥행장으로 신청하면 되지 않느냐? 하는 질문도 물론 나오겠지요. 맞습니다. 처음부터 흥행장으로 가게를 연다면, 손님들에게 불만이 나올 일도 없을 테고, 가게 측도 겉치레 시늉으로 소프트 드링크 따위의 음료를 팔 필요 없이 깔끔하게 공연 영업만 할 수 있겠지요.
다만 흥행장으로 영업 허가를 받으려면, 보통 음식점을 낼 때의 조건보다 훨씬 까다로워집니다. 당연한 일이겠지요. 넓이라던가, 여차할 때를 대비한 소방 시설이라던가요. 이것저것 까다로운 조건을 다 채우면서 정식으로 흥행장으로 영업 허가를 받기보다는, ‘음료가 메인이고, 공연은 그 서비스일 뿐’ 같은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음료를 파는 편이 훨씬 편하지 않을까요?

때문에 대부분 라이브 하우스들은, 음료를 팔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팔 수밖에’라고 해도, 모든 드링크 요금들은 고스란히 가게 측의 수입이 됩니다. 수익이 500엔 x 관객 수만큼 늘어나는 것이니, 사실 가게로서는 좋은 수입원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이 ‘음식점으로서 영업 허가를 받고 있다’는 점을 셀링 포인트로 노려서, 한창 우후죽순 라이브 하우스들이 만들어지던 80년대 말에는 대기업 차원에서 “식사도 가능한 근사한 라이브 하우스”, “Rockin' restaurant" 같은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고 코스 메뉴까지 제공하는 고가의 라이브 하우스를 낸 적도 있었고, 실제로 인기도 꽤 있었습니다. 불경기 탓에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요.

 


[Figure 15. 롯폰기에 위치한 고급 라이브 하우스 Billboard Live 도쿄]

지금도 비슷하게 ‘Billboard Live 東京(Billboard Live 도쿄)’ 같은 롯폰기의 고급 라이브 하우스 같은 경우에는 전용 쉐프까지 있을 정도로, 요리와 음료 쪽에 주력하고 있는 장소도 있는 모양입니다. 개인적으로 고급 요리와 밴드 공연이라는 조합은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않습니다만, 관심 있으신 분은 코스 요리도 즐기고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도 보시고 오시면 좋겠죠.

 

노르마 제도ノルマ制

조금 이야기가 딱딱해질 것 같으니, 중간에 영상 하나를 보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일본의 전설적 밴드인 Mr.Children의 1989년 라이브 영상입니다. 아까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도쿄의 유명 라이브 하우스인 La mama에서의 공연 모습이지요.

카메라 앵글과 화질이 저 모양인 이유는, 따로 전문 카메라맨이 있는 게 아니라 공연장 안에 달려 있는 기재로 대강 촬영하기 때문입니다. 보기도 불편하고 화질도 영 말이 아니지만, 저 현장감과 구질구질함이 나름대로 운치가 있군요.

역사가 오래 된 밴드일수록, 그리고 밑바닥부터 시작한 밴드일수록 저런 옛날 영상이 남아 있는 경우가 있는데, 가끔 초창기 공연 영상을 찾아보며 어설픈 무대매너와 연주를 감상하다 충격에 휩싸여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특히 비주얼 밴드는 정말 대단합니다. 여러 가지 의미로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노르마 제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용어 자체부터 생소하지요. 한국에서는 그다지 쓰이지 않는 말인 것 같은데, 일본에서는 ‘노르마(Norma / ノルマ)라는 말을 쓰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러시아 어로 ‘할당량’, ‘최저 조건’ 같은 의미인데, 말 그대로 무언가 임무처럼 할당된 분량을 채워야 할 때 이 ‘노르마’라는 말을 쓰는 거죠.

그리고 라이브 하우스에서도 ‘노르마’라는 말을 씁니다. 그것도 자주요. ‘노르마 제도’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니까요. 저도 일본 밴드들을 한창 좋아할 때, 간혹 ‘노르마’, ‘노르마 제’ 라는 말을 듣고 무슨 뜻인지 궁금했던 기억이 꽤 있습니다.

 

그러면, 노르마 제도란 도대체 무슨 의미이고, 또 어떤 맥락에서 쓰이는 걸까요?

 

본격적으로 설명하기에 앞서, 통상, 라이브 하우스에서 공연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짧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라이브 하우스에서의 공연 시스템은, 크게는 두 가지로 나뉩니다.

 


[Figure 16. 신주쿠 라이브 하우스 ACB HALL의 ‘공연 시스템’ 카테고리]

하나는 모치코미(持ち込み)라는 외부 기획형 라이브이고, 다른 하나는 해당 라이브 하우스에서 주최하는 부킹(ブッキング) 라이브 형식입니다.

 

[Figure 17. 홋카이도 라이브 하우스 SOUND CRUE의 ‘렌탈’ 안내]

전자의 경우에는, 주로 아티스트가 시간제로 해당 공연장을 빌려 단독으로 공연을 하거나, 아니면 다른 외부 주최자가 공연장을 빌려 그 기획에 어울리는 아티스트들을 몇 명 모아서 라이브를 벌이는 형식이 많습니다.

이 경우에는 대관자와 공연장 소유자 사이에서 트러블이 일어날 만한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티켓 값이나 기타 부수적으로 이익이 발생할 만한 요소에 대해서, 공연장 측이 아닌 대관자가 전부 책임지고 정하게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한 마디로, 대관료만 제대로 치뤄진다면 금전적으로 지저분해질 여지는 별로 없다는 소리입니다. 렌탈 요금이 너무 비싸다던가 대관 시간이 더럽게 짧다던가, 그런 건 별개 문제이지요.

 

문제는 다른 시스템, 즉, 지금부터 설명 드리려는 부킹(ブッキング) 라이브에서 일어납니다.  

 

보통 라이브 하우스에는 ‘부킹 매니저’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라이브 하우스 가게 자체에서 주최하는 공연은, 특정 아티스트 하나에게 그 날의 공연을 몇 시간씩 전부 맡겨버리는 형식이 아니라, 출연할 아티스트들을 몇 팀씩 모아 차례차례 공연하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부킹 매니저란 바로 이 무대에 나갈 공연자들을 고르거나 공연 순서를 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부킹 라이브에 출연하기 위해서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보통은 매니저가 희망자에게 데모 테이프를 받아 음악을 들어 본 후, 무대에 내보낼 지 말지를 결정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끔 밴드 만화를 보면, “뭐라고..! 한 달에 데모 테이프가 2~300개는 온다는 그 전설의 라이브 하우스 XXXX에 출연한단 말이야?!” 따위의 대사를 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 무슨 기획사도 아닌 공연장에 데모 테이프가 수백 개씩 도착하나 싶었는데, 바로 부킹 라이브에 출연하고 싶었던 밴드들이었던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2~300개씩 데모 테이프가 온다는 건 너무 과장이 아닌가 싶은데, 뭐 만화니까요.

 

[Figure 18. 만화 <BECK>에 나오는 유명 라이브 하우스 ‘마키’]

 

어쨌거나 이 데모 테이프를 라이브 하우스에 보내서, 무대에 서 달라는 연락을 받고 여차저차해서 공연 일정이나 시간 같은 협의를 모두 마쳤다고 칩시다. 그러면 이제 출연료라던가, 티켓 판매에서 나온 수익 배분 같은 것에 대해 신경써야 할 시점이군요. 그런데 이 부킹 라이브 시스템에서는, 가게 측에서 출연자들에게 ‘팔아야 할’ 티켓 매수를 미리 정해 줍니다.

 

즉 티켓 판매 할당량, ‘노르마’라는 것이죠.

 

더 쉽게 말해서, 라이브 하우스 측에서 출연하는 아티스트들에게 “티켓을 최소한 몇 장 팔아 주세요”라고 요구하는 것이 바로 노르마 제도라는 것입니다.

 

[Figure 19. SOUND CRUE의 부킹 시스템. ‘노르마’ 제도의 요금에 대해서는 이런 식으로 홈페이지에 미리 고지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보통 노르마는 [티켓 금액] x [티켓 매수]의 형식으로 지워집니다. 예를 들어, 티켓 금액이 1500엔이고 할당된 티켓 양이 20매라면, “1500엔의 티켓을 최소한 20개는 팔아 달라”라는 것이죠.

물론 저 할당량을 모두 채운다면 다행이지만, 스무 장도 팔지 못할 경우도 있겠죠. 갓 음악을 시작한 초심자나 무명 밴드일 경우에는 더더욱요. 이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티켓 금액] x [팔지 못한 티켓 양] 만큼을 출연자가 가게에게 지불하게 됩니다.

아까의 예를 계속 가져와 보겠습니다. 만약 티켓 값은 1500엔이고 할당량은 20매인데, 티켓을 15장밖에 팔지 못했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출연자는 가게 측에게 [1500엔] x [5매] 인 7500엔 만큼을 줘야 하는 겁니다.

 

 이런 시스템이 있냐구요? 가게 측에서도 손해를 볼 수는 없으니까요. 무대를 하나 세우는 데에는 스탭 인건비나 기재비, 그 밖에도 무대 조명이나 연출에 드는 비용 등, 자잘한 부분까지 돈이 들어갑니다. 바로 이런 데 드는 비용을, 무대 출연자들에게 부담을 지게 하는 ‘노르마 제도’라는 방식으로, 가게는 최소한의 리스크만 감당하면서 공연을 꾸려 나가는 거죠.
 


물론, 공연자들도 티켓 판매에서 나오는 수익을 받기도 합니다. 바로, 할당량보다 티켓을 더 많이 팔았을 경우죠. 여기에는 챠지 백 제도(Chargeback / チャージバック)라는 페이 제를 적용합니다.

가령, 할당량은 20매인데, 운 좋게도 25장을 팔게 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1500엔] x [ 5매], 즉 7500엔만큼의 수익이 더 생기는 셈이군요.
그렇다고 저 7500엔 만큼의 수익이 고스란히 출연자에게 가는 것은 아닙니다. 가게마다 챠지 백 비율이 전부 다 달라서, 챠지 백 비율이 100퍼센트인 경우에는 출연자가 수익을 전부 다 가져갈 수 있지만, 가령 50퍼센트인 경우에는 7500엔의 절반인 3750엔밖에 받을 수 없습니다.

 


이것을 일본 라이브 하우스만의 특이한 수익 구조인, ‘노르마 제도’라고 부릅니다. 이 수익 구조대로라면, 출연자만 확보한다면 가게 측에서 적자를 볼 일은 없습니다.

 


[Figure 20. one ok rock의 (꿈만 같던) 슈퍼 사이타마 아레나 공연.]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만, 저도 중학생 때인가 고등학생 시절에는 밴드를 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금방 접은 꿈이지만요. 그러나 가령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밴드를 만들었다 해도, 막상 서게 된 공연장의 수익 구조가 저런 식이라면 머지않아 나가떨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인디 씬의 밴드가, 그것도 막 시작한 밴드나 음악가가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운 좋게 공연장을 잡았다 해도 티켓을 많이 팔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있던 돈까지 가져가는 건 너무하잖아요. 일본판 열정페이인가요? 심지어 이 경우는, 너에게는 이 일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하니 페이 따위는 받지 않아도 괜찮지? 도 아닙니다. 너의 열정이 부족해서 표를 못 판 탓에 우리가 피해를 볼지도 모르니, 대신 너에게서 돈을 받아가겠다는 겁니다.

무대 한 번 안 서본 저조차도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는데, 하물며 일본 현지에서 직접 공연을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실제로 일본에서는 이 ‘노르마 제도’에 대해 현재까지도 많은 논의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구체적으로 일본만이 가지는 특유의 공연 수익 구조인 ‘노르마 제도’를 둘러싼 논쟁들과 의견에 대해 몇 가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글쓴이: 박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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