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May 0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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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만날 수 없는 그리운 인디뮤지션들을 만나는 ‘서칭 포 인디맨’. 이번 주인공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한 장의 싱글과 두 장의 EP 그리고 네 장의 정규 앨범을 발매하고 드라마 OST에 참여하는 등 7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왕성한 활동을 한 밴드 ‘뷰티풀데이즈’이다. 2012년 정규 4집 앨범을 발매한 직후 돌연 해체를 선언했던 이들을 두인디가 만나보았다.


 

오희정 (보컬) |  오홍선 (드럼) |  조중현 (기타)

 

 

# 각자의 근황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흥선 : 저는 사업하고 있어요. 두 가지 일을 하는데요. 하나는 사회적기업으로 노인분들과 저소득층 일자리 만드는 도시락 사업이고, 하나는 문화예술 아이템을 관광 콘텐츠로 개발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스타트업이나 마찬가지예요.

중현 : 저는 지금 특별히 하는 건 없어요. 우선 지금 희정이가 솔로 작업 중인데, 연주자로서 기타와 베이스 작업을 도와주고 있어요. 전에는 이것저것 하던 것이 있었는데 휴식이 필요해서 지금은 일은 안하고 쉬고 있어요.

희정 : 저는 계속 솔로로 음악을 하고 있어요. 거의 매년 앨범을 내왔고, 5월에 발매일이 잡혀서 새 앨범의 막바지 믹싱 작업을 하고 있어요.

 

# 희정씨는 꾸준히 개인 앨범을 내고 계시는데, 본인이 생각하기에 밴드 보컬로서의 자신과 현재 솔로로서의 자신에 대해 달라진 점이 있나요?

희정 : 사실 나라는 사람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은데 밴드할 때와는 작업하는 것이 많이 다르죠. 전에는 멤버들과 싸우고 토닥거리고 상의하고 같이 만들었는데 지금은 혼자 결정하고 혼자 만들어서 되게 외롭기도 해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를 때도 많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제 맘대로 하니까 제가 하고 싶은 걸 담을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근데 뷰티풀데이즈가 있었기 때문에 제가 지금 이런 모습으로 이런 음악을 하고 있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 뷰티풀데이즈부터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음악을 하고 계신데 음악을 계속 하게 하는 동력이 무엇인가요?

희정 : 제일 잘 할 수 있고 제일 재밌어하는 일이예요. 남들처럼 이제 그만해야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여러 번 해봤는데, 그만두지 못한 이유는 그냥 마음이 안되더라구요. 그만 못하겠어서 계속 하고 있는 거예요.

 

 

# 희정씨의 <Don’t Die> 앨범은 한번도 만난적 없는 체코 뮤지션(DJ kubatko)과 온라인으로 작업해서 만들어진 걸로 알고 있는데, 이후 체코에서 인디 음악을 소개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소개돼 유명세를 타고 체코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출연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때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희정 : 그 친구하고는 얼굴도 모르는 상태에서 작업했어요. 함께 작업하자는 이메일을 받은 후 새로운 걸 해보고 싶어 시작했는데, 곡이 점차 늘어나 싱글 앨범까지 내게 되었어요. 체코에서도 발매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후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잘 몰랐어요. 그러다 체코로 여행을 가게 갔는데 우리가 같이 만든 노래가 라디오 인디 차트에서 오랫동안 상위권 랭킹이 되었다는 거예요. 심지어 영어가 하나도 없는 한국어 노래거든요. 그말을 듣고 되게 신기했는데 라디오에서 저를 초대해 줘서 1시간 동안 출연했어요. 딱딱한 분위기가 아닌 카페 같은 편안한 분위기라 좋았고 리버브도 없는 마이크로 생목소리 라이브를 하긴 했지만 엄청나게 좋은 추억이 되었어요. 사실 제가 한국에선 앨범을 낸 후로 인터뷰도 채 몇 번 못했는데 외국 라디오에 출연하는 기회가 생긴 것에 조금은 서글픈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기쁜 경험이죠. 그 후로 그 친구랑 작업을 더 했어요. 함께 하다가 중현씨가 기타를 조금 도와줬었는데, 저랑은 작업을 안하는데 둘은 계속 작업을 하더라구요. 최근에 둘이서 작업한 음반이 유럽 전체에 나오는 레이블에 실려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어요. 그리고 제가 또 다른 뮤지션을 소개해줘서 그 친구 앨범에 참여하는 등 몇몇 한국 뮤지션이 그 친구와 작업을 많이 하고 있어요.

 

# 그 분과는 온라인으로 작업하신 건가요?

중현 : 원래 온라인으로 작업했는데, 그 친구가 한국에 왔었어요. 한국말도 어느 정도 배워서 왔더라고요. 그래서 되게 친한 친구가 됐죠. 함께 작업을 했고 런던에 있는 주로 일렉트릭 음악을 하는 레이블 Hospital Records에서 발매를 했는데 반응이 되게 좋았나봐요. 1위를 했다고 하는 것 같아요.

 

# ‘가까이’랑 ‘장미빛 인생’은 뷰티풀데이즈의 곡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곡들 입니다. 멤버분들이 생각하시기엔 어떤 이유 때문에 그런 것 같나요?

흥선 : 글쎄요. 딱히 이유를 말하기가 힘든 게, '장미빛 인생' 같은 노래는 우리가 좋아하는 대로 만들기는 했는데, '가까이' 같은 경우는 사실…

희정 : 노렸지.

흥선 : 우리가 원해서 만든 음악은 아니었어요. 그냥 기존 우리 노래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들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 만든 노래이기 때문에 반응이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희정 : 그때는 저희가 소속사가 있어 서포트를 받아 라디오에도 나와서 좀 더 알려졌어요. 2집때부터는 독립적으로 제작하고 서포트 없이 진행해서 아무래도 홍보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중현 : 보통 뮤지션들이 자기 입장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회사도 같이 일하는 일종의 팀이라서 어느 정도는 수용해야해요.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100% 맞출 순 없지만 그쪽 의견도 받아들여야 하는 면이 있죠.

희정 : 근데 우린 말 안 들었어.

중현 : 그래서 그런 인기 끌만한 곡을 만들긴 했는데, 회사도 처음에 약속했던 방향대로 일을 열심히 한 것이 아니어서 2집 때부터는 서로 놔버렸어요. 우리도 더 이상 매어있고 싶지 않았고 좋게 말하면 우리 색을 찾은거고 나쁘게 말하면… 뭐랄까. 외로워진거죠.

 

# 밴드 이름이 ‘뷰티풀데이즈’ 입니다. 뷰티풀데이즈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무엇인가요?

흥선 : 누나 얘기해. 맨날 하던 거 있잖아. 되게 자주 듣는 질문인데.

희정 : (웃음) 까먹었어.

중현 : 보통 이름을 들으면 되게 상투적으로 받아들이는 분들이 계세요. 근데 우리가 단어에서 느껴지는 어감처럼 밝고 유쾌한 사람들은 아니었고, 약간 일종의 반어법이예요. 희정이는 영화 ‘달콤한 인생’에 빗대어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저는 어떤 영화에서 나온 송강호의 ‘아름답다’란 반어법적 의미를 많이 생각해요.

희정 : 그래서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날이 뭐야? 질문은 그거잖아.

중현 :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날이 뭐냐고? 글쎄요. 아름다운 게 있을까? 굳이 얘기하자면 사랑이니 이런 얘기를 할 수는 있겠지만. 이건 제 오래된 생각인데, 아름다운 게 있고 뭐가 좋아서 산다기 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다는 그런 생각으로.

 

 

# 되돌아 봤을 때 활동하던 당시는 ‘아름다운 날들’이었나요?

희정 : 저는 그랬어요.

중현 : 당시에는 좀 삐뚤어진 아름다움의 느낌이었는데, 돌아보면 다 원인이 있고 그래서 이렇게 흘러온거고…. 아름다웠던 것 같아요.

흥선 : 솔직히 말하면 그때 당시 저는 힘들었어요. 활동하는 내내 힘든 건 아니었지만, 전반적으로 쉽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 이렇게 연락하고 웃으면서 볼 수 있는 걸 보면 괜찮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 뷰티풀데이즈의 곡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좋아하는 노래 혹은 가삿말이 있으신가요?

희정 : 저는 ‘불꽃놀이’라는 노래요. 사운드도 마음에 들고 그때 다들 연주에 물이 올랐을 때라 (웃음) 개성이 딱 있는 노래예요. 이 두 사람의 연주톤이 잘 드러났고 가사는 제가 썼는데 저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해서. 끝까지 불꽃 태우듯이 노래하겠다. 그때는 음악하며 힘들 때여서 그런 가사를 쓰기도 했는데 그 노래는 뜨거운 온도를 가진 노래라고 생각해요. 저는 혼자 그 노래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중현 : 저는 ‘집시들의 시간’하고 3집에서 ‘거짓말’이라는 노래. 2집 앨범을 만들 때 셋 다 정점에 있었던 것 같아요. 밴드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의 정점. 아이덴티티라든지 몰입도라든지. 그때 나온 노래가 ‘집시들의 시간'이구요. 그 색깔이 3집까지 이어졌던 것 같아요. 3집도 나름대로 애착이 많은데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안 가졌어요. ‘거짓말’이라는 곡은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사운드를 보여주는 곡이에요.

흥선 : 저는 전반적으로 다 애착이 가고요.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스무 살의 결혼’ 데모 버전이에요. 제가 합류하기 전, 이 둘이 작업하던 곡인데… 그 곡에서 오희정 씨의 목소리가 기억에 남죠.

중현 : 근데 그건 기록으로 남은 게 없잖아

흥선 : 발매된 적 없나? 우리 녹음했잖아? 하여튼 그런 사라진 노래가 되게 많아요. 기억에는 남는데 발매가 안된 곡들.

 

# 과거에 했던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으신가요?

흥선 : 나 확실히 있어. 아직도 생각나 가끔.

중현 : 아 나 뭔지 알 것 같아. 돌림노래 얘기하는 거지!?

흥선 : 돌림노래 아니야. 그건 얘기하지마. 창피하니까. 영남대 락페스티벌에서 저희가 공연을 했었어요. 회사랑 계약을 한 후에 한 첫 공연이었어요. 다들 들떠서 비싼 새 악기를 샀어요. 그러고 야외 공연을 딱 갔는데, 비가 너무 와서…

희정 : 그때 악기 아낀다고 다들 천막에서 안 나와서 저 혼자 몸을 던져 빗속으로 뛰어들었어요.

중현 : 그때 태풍이 왔거든요. 뭔가 느낌이 쎄한거에요. 왠지 비를 엄청 맞을 것 같은 느낌이라 대구로 내려가기 전날 급하게 낙원상가에서 10만원짜리 싸구려 기타를 샀어요. 멤버들이 욕을 했어요. 비를 안 맞을 수도 있는데 아마추어 같이 뭐 하는 짓이냐고요. 하지만 그렇게 된거예요. 저는 비를 당당하게 맞았어요.

흥선 : 베이스 치던 형은 새 악기 들고 비를 쫄딱 다 맞고, 바로 팔고.

중현 : 근데 정말 비가 말도 안 되게 내렸어요. 앞 팀까지 비가 안 오다가 우리가 올라가자마자 비가 쏟아졌지.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흥선 : 정말 그때 당황했어요. 나름대로 새 악기를 사들고 갔는데 비가 오니까. 아까 돌림노래라고 한 게 뭐냐면, 음악을 틀면 코러스가 심어져서 나오는거예요. 적재적소에서 코러스가 나와야 하는데 당황해서 잘못 눌러서 돌림노래로 계속 나온 기억이 있어요.

중현 : 그때 그런 게 유행이었어요. 시퀀싱을 곁들여서 하는. 그래서 했는데 뭔가 하다 보니까 이상하게 노래가 끝나지 않아서…

흥선 : 가끔 비 오면 그때 생각이 나.

 

# 1집과 2집, 3집이 나온 연도를 보니 1년에 한 번꼴로 앨범을 내셨던데, 그렇게 다작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희정 : 일단 곡 만드는 걸 좋아해서. 다작을 하는 편이라 생각은 안해봤어요. 우린 1년 내내 밴드하는 사람이니까 공연 없을 때 만들고, 앨범을 만들고 싶으면 몰아서 하기도 했고. 저희는 세션도 써야했고, 다른 밴드처럼 많은 공연을 하진 않았는데 대신 스튜디오형 밴드가 되고자 했어요. 오빠가 많이 투자해 밴드 작업실도 만들었고 비용에 구애 받지 않고 만나서 녹음하고 곡을 많이 쓸 수 있었어요. 나중에는 믹싱이나 마스터링 부분까지 다 우리끼리 하다보니 앨범 만드는 게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중현 : 원래 곡을 많이 만들었어요. 지금도 활동을 하진 않지만 곡은 늘 써요. 약간 강박 같은 것이 있어서 지금 해놓지 않으면 잊어버릴 것 같은 생각에 계속 기록을 하는 편이에요. 그것의 장점은 지금 들어봐도 쓸 수 있는 곡이 많다는 거예요. 음악하는 사람들이 슬럼프에 빠지면 한동안 곡이 잘 안나오는데, 그럴 때 그걸 뒤져보는거죠. 거기서 좋은 것들을 많이 끄집어 낼 수 있죠.

흥선 : 저희가 공연을 많이 못했는데 음악 스타일 때문이기도 하고 저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제가 다른 활동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밴드랑 있는 시간이 되게 적었고 멤버들과 공연장에 가도 어색했어요. 오히려 작업실에서 작업하는게 훨씬 편하고 재밌었어요. 우리 음악 자체도 공연장에서 같이 호흡하고 즐기는 음악이라기보다 그냥 집에서 혼자 듣거나 버스에서 왔다갔다 하기 좋은 음악이어서, 공연 잠깐 몇 번 하고 작업하러 들어갔죠. 그게 저희 음악 스타일이기도 한 것 같아요. 

 

 

# 4집을 발매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해체를 선언하셨습니다. 혹시 지금은 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희정 : 제가 말해도 돼요? 저희가 4집을 발매하고 단독 공연까지 잡아 놨어요. 공연장 섭외에다 레파토리도 정하고, 연습에 들어갈 정도로 준비가 다 된 상황이었는데 케케묵은 감정들이 터져서 싸웠어요. 싸우고 ‘다 때려치워!’ 이러면서 공연도 취소했어요. 쇼케이스 한다고 팬들한테 이야기 해뒀었는데… 사실 그 전에도 멤버들이 밴드에 올인을 못하고 고민하고 있던걸, 다른 밴드라면 진작에 깨졌어야 하는 밴드를 멱살 잡고 끌고 갔던 거거든요. 그래서 앨범 낸 후에 좋게 마무리하자고 하면서 그렇게 됐어요. 그 다음날 하루 종일 집에서 눈이 붓도록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중현 : 싸운 건 늘 그래왔듯이 공교롭게도 싸운거고, 뭐랄까… 그때 다들 너무 지쳐있었어요. 남들이 흔히 말하는 것처럼 생활이 힘들거나 멤버끼리 싸워서 힘들다는 것보다는, 밴드는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요. 여럿이서 함께 산을 계속 넘는 과정이거든요. 근데 넘어도 넘어도 끝이 없는 거예요. 여러 사람이 같이 하다 보니까 내 맘 같지 않거든요. 아마 그건 상대방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이다가 벽에 부딪친 거죠. 아이러니하게도 이걸 극복하려면 이걸 놔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흥선 : 결론적으로 잘 된 것 같아요. 그 시점에서 없어진 게. 없어지고 이 두 분이 사이가 확실히 좋아졌어요.

희정중현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 활동했을 당시에 가장 영향을 준 밴드나 장르가 있다면?

중현 : 별로 그런 건 없고 멤버들한테 제일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희정한테 제일 영향을 많이 받았고, 흥선이는 나중에 들어왔지만 음악적으로 도움을 되게 많이 받았어요. 연주자의 특성이라는 게 있잖아요. 기타를 치는 데 리듬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생각을 하게 되고.

희정 : 저희는 특정한 장르의 씬에 속하지 못했어요. 음악이 장르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특징이 있던 것도 아니고 셋 다 성향이 달라 좋아하는 음악도 달랐구요. 다른 밴드처럼 이 밴드하면 이런 분위기지라는 롤모델이 없었거나 계속 바뀌었어요. 한마디로 ‘짬뽕’

흥선 : 저는 너무 많아요. 이 두 명은 음악을 듣다가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한 케이스라면, 저는 연주가 너무 재밌어서 음악을 하게 되었어요. 처음 이 둘을 만났을 때 저는 음악적 깊이가 둘에 비해 굉장히 부족했어요. 연주에 관련한 음악은 많이 들었는데 락을 기반으로 한 음악에는 문외한이라 추천해주는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그때마다 들은 추천 음악에 전부 영향을 받았어요. 굉장히 많은 밴드들에 영향을 받아 딱히 누구를 말하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네요.

 

# 예전과 지금의 음악 취향은 달라졌나요? 달라졌다면 어떻게 달라졌는지?

중현 : 달라졌죠. 좀 더 유연해진 것 같아요.

희정 : 저는 예전에 밴드할 때도 그랬지만 좀 칠(chill)한 트립 합 같은 음악을 좋아했어요. 우리 밴드 음악에도 그런 프로그래밍 요소를 넣으려고 노력했고, 지금도 조금은 다르지만 그런 음악을 추구하고 있는 것 같아요.

중현 :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고, 뭔가를 추구하진 않지만 음악을 좋아하면 그게 어떤 장르든 간에 가리지 않고 들어요. 한창 음악을 많이 들을 땐 벅스에서 A부터 Z까지 있는 카테고리를 몇달에 걸쳐 몇번을 반복해 들었어요. 그러다보니 매몰되는 것도 있었죠. 지금은 밴드를 내려놓고 완전 미쳐있던 것이 한번 끝나고 나니 유연해진 것 같아요. 그 나름의 과정을 거쳐 지금의 스타일이 된 것 같기도 해요. 듣는 것도 그렇고 하는 것도 그렇고. 그래서 누가 ‘어떤 장르를 좋아하세요?, 어떤 장르를 하세요?’ 같은 질문을 하면 질문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생각을 해요.

 

# 최근에 들은 노래나 본 공연 중 인상 깊었던 것이 있다면?

희정 : 우연히 밴드캠프에서 ‘92914’라는 남자 듀오 음악을 찾아 들었는데, 알고보니 한국 뮤지션이더라구요. 어제 내내 그 팀 음악을 들었어요. 그게 최근에 들은 노래예요.

중현 : 저는 희정이랑 최근에 작업한 음악이요. 저는 일종의 직업병 같은 건데, 그동안 듣는 것에 대한 감흥을 많이 쫓으며 살아와서, 좋은 노래에 대한 느낌은 있지만 그게 오래 지속되진 않아요. 좋다고 하면 좋다는 느낌을 순간에만 갖고 또 금방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버려요. 보통 듣는 사람들은 그런 것을 쫓아듣고 소중하게 생각하는데 오래가진 않아요. 물론 한동안 안 들었던 걸 다시 꺼내들으면 새록새록 느낌이 나오긴 하지만… 하여튼, 그래요.

흥선 : 음악은 아니지만 평창 올림픽 개회식을 좋게 봤어요. 아무래도 사업을 하다 보니까 관광 콘텐츠에 관심이 있고, 평창 올림픽에도 초대되어 갔어요. 개회식을 보니 전통적인 색채에 ICT적인 요소도 있고, 스토리텔링도 있고, 모든 게 다 적절히 조화를 이루니 딱 봤을 때 정말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별한 한 부분이 아니라 전체적인 흐름과 각각의 요소들이 잘 살아있는 것이 인상 깊었어요. 다른 나라에 비하면 규모에서 작을지라도, 적재적소를 잘 활용한 독자적인 콘텐츠가 좋았습니다.

 

# 2000년대 중반기는 여성 보컬을 필두로 한 인디밴드들의 전성기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혹자는 이러한 흐름에 대해 인디라는 장르에서 새로운 소장르를 개척한 격이라 하고, 혹자는 비슷비슷한 어른스럽지 않은 음악이라 평하기도 합니다. 멤버분들의 생각이 궁금한데요.

희정 : 그때 당시 저희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오히려 그런 유행이 있었기에 저희도 이득을 본 면도 있어요. 하지만 뭉뚱그려 여자 보컬이 있는 모던 록 밴드에 속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되게 상했어요. 그건 다른 밴드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성(Sex)이 어떻든 간에 우리는 스스로 우리의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밴드로 보이길 원했죠. 하지만 그런 붐은 확실히 있었다고 생각해요. 인터뷰나 기사 한 줄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정말 많았구요.

중현 : 우린 그런 것에 편승한 적도 없고 의도된 음악이나 밴드 포맷에 대한 생각도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간혹 그런 카테고리에 집어넣고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지금도 물론이구요. 그렇게 받아들이는 건 그 사람의 몫인 거고 그걸 굳이 말려야 될 이유도, 말리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좀 안타깝죠. 분명히 있었던 현상이라 그렇게 분류해 생각하는 건 충분히 이해해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밴드들의 면을 보지 못하고 똑같이 판단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은 있죠.

희정 : 되게 아련한 얘기들 인 것 같아.

 

# 서로가 볼 때 활동하던 당시랑 지금이랑 달라진 점이 있나요?

중현 : 희정이는 늘 한결같고 항상 열정이 넘치죠. 자기 안의 갈등도 심하고.. 제가 봤을 땐 둘 다 한결같아요. 흥선이도 유연하고 항상 나아지고. 여러 객원 멤버들을 겪었잖아요. 항상 안타까웠던 것이 음악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단계에서 넘쳐요. 생각도 거기에 멈춰버리는데 둘 다 그렇지 않아요. 그런 면을 존경하죠. 저도 닮아가고 싶은 면이죠.

희정 : 저는 똑같은 것 같아요, 다. 나이만 먹었지.

흥선 : 좋아진 것 같아요. 둘이는 자주 만나는데, 저는 작년 이맘때 보고 거의 1년 만에 보는거예요. 밴드할 때는 되게 치열했어요. 일단 지금은 그 치열했던 작업을 같이 안하니까 여유롭고 좀 더 편안해 보여요.

중현 : 그걸 몰랐던 거지. 그렇게까지 치열하게 하지 않아도 되는 거였는데. 사실 그런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뒤늦게라도 깨달은 거지만. 그래도 그렇게 치열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물들이 많이 아쉬워요. 서로간에 갈등도 심하고 싸우다 보니까 결과물이 산으로 간 부분도 있어요. 하나의 개체로 봤을 때 뷰티풀데이즈란 밴드한테 미안한 거죠. 우리들의 갈등 때문에 자기는 불완전한 상태로 남아있게 됐구나 하는 미안함.

 

#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중현 :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자. 그게 음악인데 아마 무슨 일을 하든 음악을 놓진 않을 것 같아요. 이제는 음악을 우리가 밥먹고 커피 마시듯이 일상처럼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어떤 형태로든 음악은 아마 계속 쭉 해나갈 것 같아요.

흥선 : 저는 예전에는 학업과 밴드, 음악 학원, 다른 연주 등 항상 이것저것 할 수 있는걸 다 해보면서 살았는데, 작년에 처음으로 사업한다면서 하던 것 다 그만두고 사업만 하고 있어요. 올해는 사업에서 성공하고 싶습니다.

희정 : 저는 5월에 앨범이 나오니까 마무리 작업 열심히 해서 잘 마무리되면 좋겠고. 그냥 친구들이 그러더라구요. 너는 항상 여행 다니고 음반 만들고 되게 잘사는 것 같다고. 사실 그 이면에 그러기 위해 돈 버는 시간들이 있지만 어쨌든 음악 만들고 여행하는 게 제일 큰 저의 전부인 것 같아요. 솔로하면서 공연을 못했는데 올해부터는 공연을 시작할 생각입니다.

 

# 다시 뷰티풀데이즈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나요?

희정 : 흥선이가 없어서 못할 것 같아요.

흥선 : 사실 그런 얘기는 몇 년 전부터 가끔 해요. “꼭 밴드 이름을 안 달더라도 작업을 같이 해볼까?” 하는데, 실행이 안되는 걸 보면 뭔가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으면 어렵지 않나 싶어요. 가끔 이야기는 하는데 진행이 안되더라구요.

중현 : 하더라도 예전처럼 올인해서 하는 게 아니라 쿨해져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 단발성 프로젝트처럼 짧게 짧게 하거나 언제든 치고 빠질 수 있는. 지금 당장 그게 잘 안되는 이유는 다들 마음의 여유가 부족한 거죠.

희정 : 아니야. 드루와. 나는 준비가 돼있어.

흥선 : OST 제작 같은 건 모여서 한 곡 정돈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성격상 계기가 없으면 잘 안 하는 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아마 마음은 있어도 쉽지 않지 않을까…

중현 : 우리는 아까도 얘기했던 것처럼 밴드치고 작업과 레코딩에 특화된 사람들이라, 3명이 다 의지가 있어 ‘앨범 한번 만들어볼까?’하면 금방 반들고 흩어지는게 가능하거든요. 사실 의지만 있다면 못할 건 없어요. 

흥선 : 정리를 하자면 같이 하더라도 공연보다는 작업 위주로 할 생각은 있다.

희정 : 얘기해 본 적 있다. 뭐 우리가 다시 한다고 사람들이 크게 반응이 있진 않겠지만, 저희는 그러면 재밌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 아직도 뷰티풀데이즈의 앨범을 기다리고 있는 팬들이 있고, 또 앨범평을 보면 뷰티풀데이즈의 음악을 추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희정 : 그들의 좋은 추억으로 그냥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뷰티풀데이즈로 뭘 하는 게 크게 의미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우리가 모여서 음악을 하면 옛날에 같이 밴드를 같이 했던 사람들이 함께 하는거잖아요. 그래서 더 아름다운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의미, 그런 정도로만. 뷰티풀데이즈란 이름을 다시 살려 해보자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중현 : 전 활동이 뜸해진 밴드들이 시간이 지나 소소하게 추억거리로 잠깐 하고 앨범을 내고 사라지는 건 별로 바람직한 것 같지 않아요. 다시 한다고 해도 단순한 추억팔이가 아닌 좀 더 변화되고 나아진 모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마 셋 다 그런 생각일 거예요. 사람들이 추억으로 받아들일지 아닐지는 그 사람의 몫이지만, 정작 우린 그냥 되감기를 하고 싶지 않고 새로운 모습으로 하고 싶습니다.

 


인터뷰 진행자: 김진, 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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