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된 날짜 2015년 10월 2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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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잔다리 페스타를 즐길 준비가 좀 안 되어 있었다. 한국에는 그저 휴가로 와 있었던 데다가 새로운 밴드를 찾아보기 보다는 이미 내가 알고 있고 좋아하는 밴드들을 볼 계획이었기 때문에 금요일 한나절까지 잔다리 페스타에 갈지 말지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밴드들과 바세린, 잠비나이, 아폴로 18, 할로우 잰처럼 객관적으로 뛰어난 밴드들을 놓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나는 시간을 보낼 만한 가치가 충분한 또다른 공연들을 두고 고민하게 되었다.

정글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정글스의 공연을 잔다리 페스타에서 본 것이 아니라 금요일에 있었던 잔다리 오프닝 파티 이후 스컹크 헬에서 봤다. 그 날 저녁 내가 스컹크 헬로 향했던 이유는 몇몇 밴드를 잔다리 페스타 공식 스케줄에 앞서 만나보기 위해서 였다. 보통 나는 음악을 듣고 공연을 즐기는 정도로 만족하는데, 이 일본 출신 여성 멤버 4명으로 꾸려진 펑크 밴드는 나도 밴드의 일원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품게 했다. 무지막지한 재미, 엄청난 에너지, 뛰어난 음악. 나는 정글스의 매력에 흠뻑 빠져 주말이 오기도 전에 지갑이 얇아지든 말든 공연이 끝난 후 부스로 달려가 이들의 티셔츠와 CD를 구입했다.

노이지

내가 잔다리 페스타의 공식 스케줄에 포함된 공연 중에 첫 번째로 본 것은 노이지의 공연이었다. 노이지는 내가 전에도 몇 번 공연을 본 적이 있는 밴드이기는 하지만 아마 마지막으로 공연을 본 것이 5년 쯤 전이었을 것이다. 그 시간 동안 노이지는 기술적으로 더욱 발전한 밴드가 되어 있었고, 나는 내가 이들의 공연을 굉장히 즐겁게 봤다는 사실을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상상마당에는 비록 10~20명 정도의 관객 뿐이었지만 노이지는 자신들의 최대치를 선보이며 신곡까지 들려주었다. 최고 수준의 메탈코어였다.

DTSQ

2015년 한 해 동안 DTSQ는 꼭 찾아봐야 하는 밴드 중 하나로 부상했다. 사실 나는 잔다리 페스타 이전에는 DTSQ의 음악을 들어볼 기회가 없었지만 잔다리 몇 주 전부터 접근 가능한 홍대의 모든 장소는 물론 홍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도 DTSQ의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것을 봤다.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DTSQ의 음악을 들어봐야 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유행하는 댄스 락들은 사실 내 취향이 아닌데 DTSQ에게는 그들의 공연에서 보고 들었던 것들을 완전히 즐기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잔다리 시작 전부터 대단했던 광고와 관심을 납득할 수 있었다.

스맥소프트

이제와 “발견”이라고 칭하기에는 다소 이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이번 잔다리 페스타 전까지는 스맥소프트의 라이브 공연을 실제로 본 적이 없었다. 스맥소프트가 어떤 음악을 하는지 잘 모르는 채로 공연을 봤는데 공연이 끝나고 나서는 이들에게 완전히 반해 버렸다. 기타리스트와 드러머가 밴드에 새로 합류했다고 하는데 밴드의 합이 얼마나 좋은지 무대를 통해서는 전혀 눈치챌 수가 없었다. 공연은 굉장히 강렬했고 나는 모든 부분이 그저 훌륭하다는 점에 몇 번이나 전율했다. 스맥소프트가 2001년 앨범의 곡을 들려주어 더욱 더 특별한 공연이 되었다. 무대가 끝나고 황보령이 이번에는 공연장도 재즈 공연장이어서 보통 때보다 덜 거칠게 공연했다고 말했고, 이 말에 나는 다음에 기회가 있을 때 꼭 스맥소프트의 공연을 다시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전범선과 양반들

전범선과 양반들의 공연 역시 정확히 말하자면 잔다리 페스타 기간 중에 보지는 않았지만 볼 예정이었기 때문에 이 리스트에 포함한다(홍대 다른 공연장에서 열린 전국비둘기연합의 공연이 결국 25분 지연되기 전까지는 전범선과 양반들의 공연을 볼 예정이었다). 나는 전범선과 양반들의 데뷔 앨범이 2014년 발매된 뛰어난 앨범들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올해의 잔다리 페스타 2주 전에 이들의 공연을 보게 되어 굉장히 행복했다. 전범선의 목소리에는 내가 저항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데 라이브 공연에서는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 집에서 듣기만 할 때도 좋았던 곡들은 라이브 버전으로도 굉장히 좋았고 전범선과 양반들은 맛보기로 다음 앨범에 실릴 훨씬 더 락 지향적인 곡을 들려주며 관객들의 애를 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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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Anna Lindgren Lee  (http://www.indiefulrok.com/)
한국어 번역 : 이윤지 (Yoonji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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