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된 날짜 2018년 07월 26일 (목)
미국 텍사스 출신의 Cigarattes After Sex는 흔히 말하는 ‘바이럴’로 인해, 그들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크나큰 인기와 지지를 얻은 밴드 중 하나이다. 자극적인 밴드의 이름이 불러일으키는 호기심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밴드의 이름만큼이나 내밀한 이야기를 담은 가사, 중성적인 보컬 그리고 무중력의 공간을 부유하는 듯한 사운드가 밀도있게 어우러진 음악이 단언컨대 그들이 인기를 얻게 된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두인디가 이번 주 일요일 그들의 첫 내한(Holiday Land Festival)을 기념해서, 밴드의 리더 Greg Gonzalez와 그들의 음악과 세계적인 성공, 그리고 그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네. 아시아에서 여러 차례 공연을 했지만, 한국은 처음이라 정말 기대하고 있어요. 그동안 저희는 방콕, 쿠알라룸푸르, 도쿄, 타이페이, 자카르타 등 정말 많은 도시에서 공연했어요. 베이징, 상하이, 홍콩도 갔었고요. 아시아에 있는 큰 도시 중 아직 공연을 못 해 본 곳이 마닐라랑 서울 정도입니다.
사실 휴식시간을 갖는 건 진짜 드물어요. 한번 투어를 하면 가능한 한 많은 공연을 잡으려고 노력하거든요. 하지만 이번 서울 공연은 공연 이후에도 며칠 정도 시간이 날 것 같아요. 도시를 좀 더 탐험해 볼 기회가 있을 것 같아 더욱 기대됩니다.
몇몇 한국영화를 알고 있어요. 지금 생각나는 건 [괴물]이랑 그리고 같은 감독이 만든 몇 작품이요. [올드보이]도 좋아해요. 하지만 아직 한국영화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해요.
그 영화들은 참 스타일리쉬하더군요. 전 현실 감각을 과장한 영화를 아주 좋아해요. 두 영화의 몇몇 시퀀스는 몹시 감각적이었고 시선을 휘어잡았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감독은 왕가위예요. [화양연화], [중경상림] 같은 많은 왕가위의 작품이 우리 음악과 어울릴 것 같아요. 우리 음악과 이 로맨스들이 비슷해요. 굉장히 현대적인 작품이지만 또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고전적인 색채가 있죠. [화양연화]나 [중경상림] 속에 우리 음악이 삽입되면 적절할 것 같아요.
하하. 전 절대 제 음악을 듣지 않아요. 그건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요 몇 년 사이 계속 변하긴 했지만 언제나 침대에서 듣던 앨범은 마일스 데이비스의 [Kinda Blue]예요. 항상 마음을 편안하게 가라앉혀 주죠. 고등학교 때부터 그렇게 들었어요. 요즘 잘 때 듣는 곡은 ‘쇼타임’의 피아노 콜렉션 앨범이예요. 그리고 해럴드 버드와 브라이언 이노의 [The Pearl]도 있어요. 언제나 꼽을 수 있는 가장 좋아하는 앨범 중 하나입니다.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을 주는, 제가 항상 듣는 음악이죠. 스티브 로치의 [Structures from Silence]도 그래요.
저한테 큰 의미가 있는 앨범들이죠. 다 앰비언스 음악이예요. 우리 음악에도 앰비언스 음악 특징이 존재해요. 팝 음악이긴 한데 안정감이 드는 속성이 있죠. 제가 좋아하는 수면곡들이랑 유사해요. 모두 마음을 고요하고 침잠하게 해요.
제 생각엔 저 자신에게 와닿아 영혼까지 도달하는 음악은 엠비언스 음악인 것 같아요. 하지만 여전히 오래된 메탈리카의 음반이나 비슷한 음악을 많이 들어요. 일본에 베이비메탈이란 팀이 있어요. 전 그 팀이 정말 재밌고 영리하고 흥미롭다고 생각해요. 베이비메탈과 비슷한 건 그 어디에도 없을 거예요. 지난 몇 년 동안 저한테 매우 많은 영감을 줬어요. 우리가 도쿄에 갈 때마다 그들에 관해 이야기했어요. 베이비메탈은 이제 도쿄에서 엄청나게 커진 것 같더라고요. 미국이라면 좀 더 소수취향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아티스트죠. 제가 진정으로 존경하는 팀입니다.
진짜 끝내주네요. 그 공연에 갔더라면 정말 좋았을 것 같아요.
우리 스타일이 마침내 좋아진 것이 이유일 거라고 생각해요. 2008년부터 시가렛 애프터 섹스의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진짜 정체성이 없었던 것 같아요. 우린 그저 무작위의 스타일을 시도했죠. 2012년 즈음 그간 받았던 모든 영향과 작곡 역량 등이 마침내 하나로 모였던 것 같아요. 마치 번개가 내려치는 것처럼 밴드의 정체성이 탄생했고 제 작곡에도 영향을 미쳤어요. 그렇게 생긴 정체성은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어떤 것보다 뛰어난 것이었고요. 그게 가장 중요한 거고 그 후에는 그저 에너지와 소리를 어떻게 활용하고 정제할 건지를 알아내는 일이었죠. 제 생각엔 그게 최근에 나온 LP에 잘 반영된 것 같아요. 또 팀에게 큰 변화는 ‘Nothing's Going To Hurt You Baby’가 유튜브에서 바이럴을 탄 거죠. 정말 거의 무작위에 가까운 일이었고 그게 어떻게 벌어졌는지 지금도 정확하게 설명할 길이 없어요. 우리를 좋아하는 적은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 나타났고, 몇 년 후 갑자기 어떤 불꽃이 일어나더니 모든 걸 바꿔버린 것 같아요. 마치 낮에서 밤으로 변한 것처럼 극명한 변화예요.
어떤 시점에 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하겠어'라고 생각했어요. 2012년 EP 앨범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제가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음악들을 모아 믹스 CD를 만들어 나머지 밴드 멤버에게 나눠줬어요. 제가 좋아하는 사운드를 한데 모았기 때문에 지금 우리의 사운드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그것들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버렸어요. ‘이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음악들이야, 우리 이런 비슷한 걸 해보자’ 같은 거죠. 그 믹스 CD에는 매우 다양한 종류의 음악이 들어 있었어요. 페리 시스터즈가 있었고, 일본 전자음악 작곡가의 음악도 있었어요. 또 밥 딜런도 있었죠. 좀 이상한 조합이긴 하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모든 것이었어요. 그 덕분에 우리 사운드가 정착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들은, 그러니까 아주 깊이 좋아하는 곡을 말해요. 수년 동안 제게서 떠나지 않고 머무르는 곡들이죠.
밴드 이름과 제가 쓴 수많은 곡은 모두 자전적인 경험에서 왔어요. 제가 2008년 여름 쯤 만났던 여자와의 경험에서 밴드 이름을 따왔어요. 그녀는 언제나 관계를 끝내고 담배를 피웠는데 전 그런 습관은 처음 봤어요. 어느 날 밤 관계를 마치고 함께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이 이름이 제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갔어요. 흥미로웠고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 발음과 뜻이 좋았어요. 우리가 함께했던 순간 그 자체에 관한 것입니다.
다행히 그런 적은 없어요. 그 노래들은 달콤한 곡이예요. 누군가를 기분을 상하게 할 세부 정보도 없어요. 오히려 내밀해서 저와 상대방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죠. 제가 노래에 담은 여성분이 해당 노래를 들으면 그 일에 대한 노래라는 걸 정확하게 알거예요. 하지만 지나치게 개인적인 이야긴 보이지 않습니다. 여전히 아주 비밀스럽죠.
저는 보통 발매 전에 만들고 있는 노래를 해당 여성분에게 보여주지 않아요. 발매 후에 그 곡을 들으면서 눈물이 났고 노래가 정말 맘에 들었다는 메시지를 보내줬던 분들이 있었어요. 좋았죠. 제 생각에 우리 노래는 달콤한 것 같아요. 누구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요. 그건 우리가 함께 나눈 소중하고 달콤한 순간들을 말해요. 이제는 없는 것이죠. 아직 서로를 사랑하고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순간에 대한 어떤 스냅샷 같은 거예요.
똑같이 할 것 같아요. 초기에도 개인적인 가사를 적었어요.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공개해선 안 된다는. 개인적으로 보이면 안 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러면서도 동시에 ‘하지만 말야, 너는 그냥 해야 해. 왜냐면 자신의 경계를 무너뜨려야 하니까’ 이런 생각이 있었죠. 그래야만 제 작곡 능력이 더 나아질 것 같았어요. 앞으로 한 10년이 지나면 회고록에 가까운 진짜 고백적인 노래를 써내는 일에 지치게 될지도 모르죠. 앞으로 더 수수께끼처럼 감춰진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할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지금 제 방식이 맘에 들어요. 저랑 좀 더 맞는 것 같고. 게다가 그런 방식으로 쓸 수 있는 게 아직 많이 남아있어요.
제가 가장 흥미를 느끼는 건 힙합 가사예요. 트래비스 스콧의 가사처럼요. 잘 이해되는 가사예요. 스타일을 바꾼다면 조금 더 직설적이고 덜 스토리텔링 적인 방식을 고를 것 같아요. 좀 더 직관적인 가사. 힙합 아티스트처럼. 전 그들이 현시대에서 가장 좋은 가사를 만들어내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하거든요.
21 새비지나 퓨처요. 이들의 노래 ‘Mask Off’와 ‘X’는 모두 정말 어둡고 앰비언스에 몹시 취해있고 기묘하고 신나요. 그래서 그들과 하고 싶네요.
아뇨. 제가 어떤 아티스트의 전곡을 섭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요. 베이비메탈을 정말 사랑하긴 하지만 노래는 단 3곡만 알고 있어요. 다른 아티스트도 마찬가지예요.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찾고 절 완전히 휘어잡는 몇 곡을 들어요. 웬만해선 모든 곡을 파헤치지 않아요. 하지만 제가 아는 노래들이 아주 좋기 때문에 퓨처의 전곡을 들어보는 것도 좋겠네요.
완전 무작위예요. 우리가 공연할 때 관객이 몹시 느긋할 때가 있어요. 마치 관객들이 명상 속에 빠진 것 같아요. 눈을 감은 채 감정적인 상태에 머물고 있는 거죠. 다른 공연에선 마치 우리가 메탈 밴드라도 되는 마냥 아주 열광적이고 요란한 관객을 만나기도 해요. 꼭 우리가 무대 위의 메탈리카이고 사람들이 기타 솔로에 소리 지르는 것 같죠. 팬들이 매우 큰 소리로 노래를 따라불러요. 쿠알라룸푸르에서 공연했을 때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약간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거예요. 식겁했어요. 하지만 그날 공연 내내 관객이 엄청나게 큰 소리로 따라불러서 밴드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어요. 진짜 재밌었죠. 정말 예측할 수 없는 무작위고 둘 다 좋아요.
공연자로서는 열광적이며 외적인 방식으로 표현해주는 관객이 좋죠. 그럴 때 내가 몹시 신나는 공연을 잘 만들고 있다고 생각되거든요. 하지만 청중의 입장에서 저는 모든 음을 귀 기울여 듣고 밴드의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해요. 무대 위에 올라가서 모두가 내 노래를 따라부르는 모습을 보는 건 진짜 근사한 기분이 들게 만들어요. 아마 제 인생에서 그런 걸 많이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순간을 더 선호하는 것 같아요.
‘Crush’는 스포티파이에서 정말 잘 된 곡이고 관객의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꽤 많이 연주했어요. ‘Sesame Syrup’도 마찬가지고요. ‘Crush’는 이제 거의 고정 곡이 된 것 같아요. 전 발매 이전의 새로운 노래를 연주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저한테 약간 미신 같은 거죠. 미발매 곡은 잘 연주하지 않습니다.
마이크를 아주 높은 위치에 두고 하는 것이 좋아요. 레드 제플린이 드럼 사운드를 만들 때 사용한 방식이죠. 사운드가 위로 올라가면 좋은 앰비언스 사운드가 나와요. 제가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 누군가랑 대화하면서 걸어가다 계단에 진입하면 소리가 확장되면서 꼭 우주에서 울리는 것 같았어요. 멋진 앰비언스인데 꼭 교회나 대성당의 느낌 같아요. 전 밴드와 계단에서 그런 사운드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굉장히 멋진, 필 스펙터의 앨범 같을 것 같았어요. 알고 있나요? 아주 큰 사운드요. 그래서 해봤죠. 정말 완벽한 결과물이 생겼고 우리 첫 번째 EP에 담겨있어요. 이후로 그런 사운드를 만들고 싶을 때 계단에 갔어요. 두 번째 계단 녹음은 제가 예전에 일했던 뉴욕에 있는 영화관에서 했어요. ‘Each Time You Fall In Love’라는 곡이예요. 그래서 지금까지 총 두 곡의 계단 녹음이 있네요.
시각적인 훅을 찾고 있었어요. 더 스미스의 앨범 아트가 저한테는 특별해 보였어요. 이들의 앨범 아트를 보면 곧장 더 스미스의 앨범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앨범이 보이는 방식으로 그 밴드만의 특별한 것이 존재하는 느낌이었어요. 굉장히 아이코닉해요. 더 스미스는 모리세이의 개인적 컬렉션에 담긴 사진을 아트웍으로 사용했어요. 전 그런 사적이고 개인적인 면을 좋아해요. 또 사진상 요소도 좋아하죠. 아트웍으로 일러스트 대신에 사진을 사용하는 것이 좋아요. 폴 사이먼, 마일스 데이비스, 밥 딜런처럼 고전적인 앨범 커버 방식으로요. 더 스미스나 벨 앤 세바스찬 처럼 우리 밴드의 특징과 스타일이 담긴 앨범 커버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죠.
여러 사진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고전 여자 배우를 찍은 사진을 사용하면 좋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때쯤 만 레이의 사진을 보게 됐죠. 보자마자 이걸로 하고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첫 번째 EP에서 사용한 사진은 되게 많은 비밀스러운 것이 담겨있어요. 에로틱하면서도 굉장히 비현실적이고 동시에 로맨틱해요. 그게 우리 음악에 있는 전부고, 만 레이의 사진에서 봤던 그 모든 특징을 가져오고 싶었어요. 거기서부터 시작한 겁니다. 이후로 다른 사진가들의 작품을 찾아봤고 딱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하면 연락해서 그 사진의 허가를 받아내요. 첫번째 EP 이후로 계속 그렇게 해왔어요. 만 레이의 사진 작품이 2개 있고 나머지도 다른 사진가들의 작품이에요. 굉장히 직감적인 것들이고 그게 다입니다.
흑백을 사용하는 이유는 좀 더 과감한 느낌이라 그래요. 또한 되게 몽환적이기도 하고요. 흑백 사진을 보면 현실에서 벗어나는 느낌을 주죠.
네. 물론이죠. 그리고 또 향수를 자극하기도 해요. 흑백영화를 말씀하셨는데, 전 진짜 많은 흑백영화의 팬이에요.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레이디 이브]라고 대답할게요. 로맨스 영화이고 계속 반복해 보게 되는 영화입니다. 뛰어난 로맨틱 코미디예요. 가장 좋아하는 로맨틱 영화이자 가장 좋아하는 흑백영화죠. 사실 더 많은 영화를 말할 수 있어요. 여기에 [천국의 아이들]도 포함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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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행자: Anthony Baber
한국어 번역: 임도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