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된 날짜 2014년 08월 21일 (목)

인터뷰

한 밴드는 다양한 장소에서 봐야 한다. 만약 당신이 2인 이상 모여 활동하는 음악가를 좋아한다면 여러 무대를 찾아갈 것을 추천하는데, 각각의 공연장과 그곳의 분위기가 당신이 밴드의 라이브 공연을 인지하는데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동일한 밴드의 공연이라도 '로라이즈'에서 보는 것과 '바다비'에서 즐기는 것은 완벽한 별개의 경험이다. 각각의 경험은 전혀 다른 감각을 쿡쿡 쑤시며 자극할 것이다. 이런 현상이 가져다주는 강렬함은 종종 밴드의 스타일에 기인한다. 클래식 락 밴드는 대게 공연장의 영향을 덜 받는 편이다. 그러나 실험적인 밴드는 그들이 있는 장소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감각적인 공연을 펼친다.

나는 다양한 무대에서 수차례 이씨이(ECE; Emergency Call Equipment)의 공연을 봤는데 이들은 매번 뚜렷이 구별되는 각기 다른 종류의 즐거움을 줬다. 이씨이와 함께 한 내가 기억하는 최고의 순간은 공유 레코딩 스튜디오인 ‘Broken Teeth(부러진 이빨)’에서 열린 작은 하우스 파티 타입의 행사였다. 이날 나는 공연장 '파우와우'의 문을 닫은 후 도착했는데 운 좋게도 마지막 몇몇 밴드의 공연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말인즉슨 당시 나는 매우 지쳐있었고 이미 음악에 상당히 진력이 나있는 상태였다고 할 수 있다.) 편안하게 지켜본 노이즈캣과 논의 공연 후 이어진 이씨이의 무대는 그곳을 초토화시켰다.

그전에도 이따금씩 여러 장소에서 이들의 공연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작은 사운드 스튜디오를 꽉 채운 그날까지 나는 이씨이의 음악이 얼마나 춤추기에 좋은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왠지 모르지만 그들의 음악은 그 특정 공간에서 광란의 댄스 파티를 부추겨낸 것이다. 그날 밤은 내가 서울에서 참가했던 최고의 콘서트 중 하나이며 내게 이 경험은 익숙한 밴드를 완벽하게 다른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씨이란 그룹에 대한 나의 지각은 ‘실험적인 소리 결함을 만드는 아트 펑크’에서 ‘당신을 이안 커티스처럼 춤추게 만드는 아트 락’으로 바뀌었다. 그것은 실로 엄청난 변화였다고 말할 수 있다. 파우와우에서 내가 직접 만든 조악한 미러볼에 대해 근사하다고 거짓말을 해줬던 이들의 앨범이 8월에 나왔다. 이씨이는 새 앨범, 미학적 맥락, 댄스 음악, 락과  결합된 쇼맨십, 애정 어린 기억 등에 대한 나의 몇 가지 질문에 대해 친절하게 답해줬다.

안녕하세요! 전 이씨이의 모든 것들이 다 잘 되고 있길 바랍니다! 와 전 정말 이번 앨범 소식에 흥분해 있는 상태예요. 이것에 관해 좀 이야기를 나눠봐도 될까요? 녹음 과정은 어떻게 진행됐어요? 어떤 특별하거나 재미난 기술을 활용했나요? 앨범을 만들 때 넘어야 했던 어떤 장애물이 있었나요? 그밖에 다른 것들도 알려주세요.

금오 (guitar) : 우리 녹음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가 합주하는 장소에서 했다는 겁니다. 편안하고 익숙한 장소에서 색다르게 집중해 보는 일이었죠. 편안한 장소라는 건 아이디어를 유기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긴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쉽게 나오는 아이디어가 적용되어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음질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보다 그 안에 얼마나 재밌는 생각들을 담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금전적인 여유가 좀 더 있었다면 마이크를 몇 대 더 구매하고 좀 더 나은 사운드를 보여드릴 수도 있었겠지만, 모자른 만큼 할 수 있는 한도에서 최대한 잘 담아낸 모습이 오히려 이씨이답게 잘 나왔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과정 자체에서 우린 너무 즐겁고 새롭게 배워나가는 것이 많았습니다!

전 당신들이 공연하는 모습을 최소 열두번도 넘게 봤어요. 그리고 그만큼 다양한 관객의 반응도 봤죠. 무엇인가에 대단히 취한 듯한 표정을 하고서 머리를 가볍게 까딱까딱 거리는 사람이나 또는 바닥에 발가락을 두들기며 광란의 댄스 파티를 벌이는 사람도 있죠. 이런 각기 다른 반응을 만드는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그들의 행동들이 이씨이의 음악과 연결돼 있나요? 관객의 특정한 반응을 자신이 원하는 데로 일으키기 위해 당신이 툭하고 건드릴 수 있는 어떤 부분이 있다고 느껴요? 아니면 그런 것은 그날 참여한 관중의 타입이나 그 공연장이 지닌 특별한 기운이 좌우하나요?

박주원 (bass) : 확실한 건 아니지만, 여러 번 공연을 하면서 각기 다른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이씨이를 본 게 처음이다/아니다' 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가끔 이씨이에 대한 반응을 트위터나 웹에서 찾아보는데, 처음 본 사람들의 감상평과 두 번 이상 본 사람의 감상평이 조금 다르다는 걸 알았어요.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 지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할 지) 몰라서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이지만, 다음에 또 한번 보면 그때는 조금 익숙해지고, 자기가 좋아하는 부분이나 신나는 포인트를 스스로 찾아서 즐기는 것처럼 보여요. '여기가 이 곡의 포인트다!' 라고 말하지 않아도 각자 알아서 찾는데, 재미 있는 것은 각자 그러한 부분이 모두 다른 것 같다는 거예요. 이런 게 공연하는 묘미이죠. 그렇게 두 번 이상 본 사람들은 계속 이씨이를 찾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춤추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이씨이를 보러 많이 왔고, 저희도 낯이 익은 사람들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춤을 추면 고맙죠. 하지만 자주 와도 여전히 춤을 추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이런 사람도 좋아요. 왠지 무언가 우리 음악을 집중해서 듣는 것 같다고 느껴지거든요. (혼자만의 착각이겠지만요. ^^) 결론적으로, 춤을 추든 그렇지 않든, 지금 이 순간 이씨이와 연결돼 있는지 아닌지 다 느껴진다는 얘기입니다. 이씨이와 관객 사이에 플러그가 제대로 꽂혔는지 아닌지는, 데시벨(decibel)이나 움직임(moving)으로 알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파워(Power)를 연결하면, 다른 건 둘째 치고 먼저 기계에 불빛이 들어오잖아요? 네, 바로 이런 것이죠.

일반적으로 당신들은 이씨이의 음악이 ‘춤추기 좋다’란 생각을 하나요? 공연할 때 동용은 굉장히 독특한 스타일로 또한 아주 열정적인 춤을 추잖아요. 새로운 춤의 유행을 선도하고자 하는 건가요? 제가 언젠가 유투브에서 ‘이씨이 스타일로 춤추는 법’이란 비디오를 볼 날이 올까요? 그리고 사람들이 이씨이의 음악을 진지한 예술 작품으로 보는 것과 그냥 춤추면서 즐거울 수 있는 음악으로 여기는 것 둘 중 택해야 한다면 뭘 고르실래요?

동용 (vocal) : 처음에는 일정한 ‘율동’, 그니까 나름의 ‘안무’를 췄지만 날이 갈수록 ‘움직임’에 가까운 춤을 추게되네요. 제 나름대로 분석을 해보자면 그 순간 순간 즉흥성을 가지고 음악을 시각화하는 것 같습니다. 제 춤이 음악의 이해에 좀 더 많은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직관적인 편이에요. 이씨이의 음악은 대부분 강한 리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흐름에 맞춰 춤에 강약을 주기 쉬운 편입니다. 몇몇 다성적인 요소를 가진 곡들이 있더라도 사실 모든 파트들은 곡 내에서 꾸준히 반복되고 있거든요. 예를 들면 스네어 드럼 위주의 파트가 오면, 그 그루브에 따라서 신체의 일부분을 반복적으로 움직여주는 것이죠.

이씨이가 하고있는 음악자체는 예술보다는 기술에 가까운 것이라 생각해요. 깊은 통찰이나 거치거나 날카로운 현상분석보다는 일단 감각에 집중을 합니다. 메시지를 충돌시키는 것이 아니라 음과 박자를 충돌시킵니다. 예술성은 ‘음악 다음에 활동’에서 생기는 것이지 음악 자체에 예술을 담고 싶지는 않아요. 음악은 아주 쉽고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 제 춤과 이어서 이야기를 하자면, 해방이나 고뇌 혹은 어떤 이론따위를 표현하는 것이 아닌 순수하게 '음악 그 자체'라고 말하고 싶군요.

유투브에 비디오 만드는 건 고민해볼만한 좋은 아이디어네요ㅋㅋㅋ

항상 그런건 아니었지만 제가 본 상당수의 이씨이의 공연은 인트로가 시작될 때, 칠흑같이 어두운 공연장에서 동용이 프로젝터 앞에 서있는 근사한 등장을 했죠. 더군다나 안대까지 끼고서 말예요. 이런 쇼맨쉽과 퍼포먼스가 관중에게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어떻게 이런 방식을 공연에 도입하게 됐어요? 그리고 이런 예술적 퍼포먼스를 앞으로도 다양하게 공연에 도입할 계획이 있나요?

동용 : 솔직히 흉내내는 것부터가 시작이었어요. 퍼포먼스 자체를 시작하는 것도 peter gabriel이나 laurie anderson같은 뮤지션부터 시작해서 포스트-펑크 시절까지 흐르는 퍼포먼스가 강한 아티스트들을 좋아하기 때문이었어요. 인디로 이어지는 락의 끝은 표면적으로 이 시절까지라고 생각했기도 했고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음악이자 제겐 아직도 가장 멋진 펑크의 옷자락을 계속 잡고 있는 셈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포지션(락에는 프론트맨이란게 있잖아요)에 충실하려고 노력해요.

모든 퍼포먼스는 메시지가 있을 수도 있고 혹은 그저 연출일 뿐이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공간에 따라서 매번 무대를 준비했다면, 이번 앨범 ‘나를 번쩍’부터는 큰 기획을 짜놓고 기간을 두고 공연하게 될 것 같습니다. '나를 번쩍'에는 통째로 어떤 흐름이 존재하고, 메시지가 존재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프로젝트성 작업을 계속 하게 될 것 같군요.

제가 본 이씨이 공연 중 최고를 꼽으라면 단연 ‘Broken Teeth’에서 열린 ‘Vin Chaud party’예요. 작은 공간에서 친밀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기 때문에 그건 꼭 몇명의 친구들을 불러놓고 아주 근사한 하우스 파티를 여는 것과 같은 멋진 경험이었죠. 당신이 기억하는 가장 좋아하는 공연은 뭐예요? 왜 그 공연이 그토록 즐거웠나요?

박주원 : 좋았던 공연(기억에 남는 공연)은 첫 번째는, 지금은 없어져 아쉬운... 파우와우에서의 공연이었어요. 프로젝터 앞에서 동용이가 눈에 붕대를 감고 퍼포먼스를 하는 것이었는데, 조명이 정말 멋졌거든요. 그때 조명감독이 누구였는지 정말 감사드리고 싶어요 ; )

두 번째는 '요기가 갤러리' 에서 했던 공연. 오토마타를 제작해서 보여드렸던 공연인데, 거의 본 사람이 없는 어쿠스틱 버전의 '베리 필드' 라는 곡이었고, 이 공연은 본 사람도 손에 꼽을 거예요. 하지만 반응은 정말 좋았죠. 굉장히 힘들게 만들었는데 공연 시작 10분도 안 돼서 다 망가져버린 게 아쉬웠지만, 그런 과정마저도 퍼포먼스가 돼서 결과적으로는 잘 됐다고 볼 수 있죠.ㅎ

동용 : 부산 제로페스티벌 초청 받았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밴드이기 전에 우리 네명은 친한 친구거든요. 스케쥴이라고 느껴지기보다는 편한 여행이었어요. 처음 가보는 지역에 이름만 들어봤던 멋진 클럽에서 공연하는 것은 흔하지 않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올해가 가기전에 전국투어를 해보고 싶네요.

드디어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뭐예요? 그 이유는요?

금오 : 내가 젤 좋아하는 책은 술취한 코끼리를 길들이는 법! 여러분도 주위에 민폐 그만끼치고 마음에 평화를 가져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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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행자 : Alex Ameter
번역 : Patrick Connor / 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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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이의 새 앨범 발매 축하를 위한 쇼케이스 콘서트가 클럽 빵에서 열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http://www.doindie.co.kr/events/ece-new-album-release


일시 : 3월 27일 금요일 19:00
장소 : 클럽 빵
예매 : 15,000원
현매 : 20,000원
게스트 : 리승규, 영신호, 헬리비젼

예매 방법 및 확인 :

이씨이의 두번째 앨범 발매 기념 공연입니다.
동시에 군입대를 앞두고 마지막 단독 공연인 이번 공연은 3월 27일 Club 빵에서 진행 됩니다.

http://goo.gl/forms/kVwC9uTWGf에서 아래에 항목을 입력하신 후에
신한 은행 - 110-316-198946 으로 입금해주시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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