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된 날짜 2016년 10월 26일 (수)

인터뷰

# 옆에 있는 사람을 직접 소개해주세요. 그리고 그 사람의 밴드 내에서의 역할을 말해주세요.

상혁: 이쪽은 저의 쌍둥이 형이고, 크라잉넛의 기타를 치는 이상면입니다. 자전거를 좋아하고, 음... 저랑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그냥.. 미남이란 말입니다.

캡틴락: 지저스 크라이스트!!!

상면: 여기는 크라잉넛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고있는 박윤식이라고 합니다. 여전히 스틸 미남이구요.

상혁: 강철 미남!

상면: 그리고 얼굴에서 기름이 많이 나와서 스스로 젊어져요. 치트키 썼어. 얘는 ‘잘생겨서 죄송합니다’ 이런 케이스고. 아 근데 우리 사진하고 동영상 찍죠?

상혁: 아.. 큰일났네 초반에 너무 하드하게 나와서... 스틸미남 이런 거.

윤식: 제 옆엔 크라잉넛의 베이스 캡틴락이라고 하구요. 홍대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아실거라 생각하구요. 베이스도 베이스지만 홍대에서 돈을 잘 쓰는 만수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2월 11일은 캡틴락의 생일 경록절이니까 많이들 놀러 오시길!

캡틴락: 규모를 좀 줄여야겠어.

윤식: 재주도 많고.

상면: 재주도도 많고 울릉도도 많고.

(전원 한숨)

윤식: 저희 공연에 오시면 앞자리에서 경록이의 콧물을 맞을 수 있으니까 꼭 오세요.

캡틴락: 로얄젤리지, 로얄젤리야. 캡틴락 존에 아름다우신 분이 많더라고. 콧물 한번 맞아봐라.

상면: 아…. 상상했어.

캡틴락: 사실 이건 콧물이 아니라 약간 땀같은 순수 수증기 같은게 70,80%이고, 가끔씩 소라 같은 것도 나와요 맞으면 그날 하루 대박! 로또 사셔도 돼요. 제 옆에는 인수 킴, 크라잉넛의 마스코트라 할 수 있죠. 캐릭터가 되게 독특해요.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패션 센스도 대단한 것 같아요. 굉장히 멋있게 입고, 또 잘생기고, 크라잉넛은 기본적으로 잘생긴 것 같아요. (윤식에게) 너 그 얘기 빼먹은 것 같더라. 잘생겼단 얘기.

윤식: 아! 만수릅니다..핫핫핫핫핫.

캡틴락: 그리고 일단 악기들을 굉장히 능숙하게 다루죠. 아코디언, 아이리쉬 휘슬, 타악기 그런 것들.  또 음악을 굉장히 잘 알아요. 락 음악 뿐만 아니라 제3세계 음악도 그렇고, 크라잉넛에게 음악을 많이 소개해줘요. 영양제 같은 역할을 하고 있구요. 그룹 L.O.D.의 보컬이자 리더죠. 굉장히 거칠고 강한 음악을 하는데... 그 팀 정말 무게감 나가는 밴드에요. 홍대에서 제일 무거운 밴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뭐랄까..

상면: 엄청 많이 한다.

캡틴락: 예. 이쯤에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인수: 이상혁은 다재다능하고 잘생긴 것 말곤 모르겠어.

상혁: 되게 많은 걸 모르고 있군.

인수: 음악에 대한 사랑도 깊고,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서는 꼭 해보고자 노력을 합니다. 제가 좀 뒤에서 좌지우지하긴 하는데. (웃음) 예 뭐 일단 히트곡 제조기구요. 가끔 노래를 들을 때 ‘어떻게 이렇게 쓸 수가 있지?’하고 생각하는 몇 안되는 아티스트 중 하나입니다.

상혁: 워~ 완전 극찬인데.

인수: (상혁에게) 사실 널 설명하라고 했어도 똑같이 얘기 했을거야.

상혁: 여기 앉아있길 잘했다.

상면: 경록이부터 잘생긴게 다 빠지네.

캡틴락: 자리를 잘 못 잡았어.

인수: 내가 잘생긴 거 빼고 모르겠다고 얘기해 줬잖아.

상혁: 괜히 먼저 잘생겼다고 얘기해줬군. 여기까지 안 넘어와.

# 밴드 결성 스토리는 잘 알고는 있지만 지금보다는 펑크락을 하겠다 마음먹기 힘든 때였을텐데 어떻게 그 장르에 빠져 밴드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게까지 됐는지 궁금해요.

캡틴락: 저희가 중고등학교 때 락 음악을 좋아하고, 팝 음악도 좋아하고, 헤비메탈 같이 강렬한 것에 심취해 있었는데 솔직히 그 연주들이 어려웠어요. 락 음악을 꿈꾸고 싶긴 했지만 한계에 부딪친건데 그 다음에 우리나라에 얼터너티브나 펑크가 들어왔거든요. Nirvana, Pearl Jam, Smashing Pumpkins… 그들의 원조를 찾다보니까 Sex Pistols, The Clash가 있더라고. 그린데이도 물론 있었고요. 그러니까 우리도 할 수 있겠다 싶었고 또 반항적인 정서가 맞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쪽 카피를 많이 하다보니까 음악 성향이나 색깔, 가사 느낌, 정신도 약간 펑크쪽으로 동화가 되지 않았나.

윤식: 그리고 그런 패션도 되게 멋있었던 것 같아요.

인수: 사실 20년 전에는 펑크가 제일 상업적인 장르였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사실 잘 생긴 사람들은 다 펑크 했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 보고 다시 하라고 하면 빅뱅 같은 걸 했을 것 같아.

상혁: 우리는 사실은 헤비메탈, 얼터너티브 시대 사람인데, 우리가 악기를 배운 적이 없어서 헤비메탈을 하려면 좀 어려운 점이 있었어요. 이런 밴드 저런 밴드를 카피하다보니, 저희한테는 펑크가 쉽더라구요.

상면: 당시에 Nirvana, Fugazi, Pixies, Smashing Pumpkins, Dead Kennedys 이런 거 좋아해서 커버하는데 메탈하는 자칭 선배라는 사람들이 오더니 “야 그것도 연주라고 하냐.”라고 하면서 직접적으로 우리를 막 깠어요.

인수: 그럼 그게 연주지 안주냐.

상면: 그래서 ‘아 이놈의 세상, 도대체 연주를 잘해야만 음악인가’ 열 받아서 막 하다가 찾게 된 게 The Clash, Sex Pistols 이런 게 우리에게 맞다!

# 데뷔 초에 ‘조선펑크’를 한다고 했는데 아직도 그런가요? 해외 나가서 ‘케이팝’ 아티스트로 활동하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한국 인디밴드들이 '코리안 락', '코리안 인디밴드' 같은 제목이 붙는 거에 대해 어느 의견이라도?

윤식: 우리 케이팝이에요?

상면: 좋은데? 크팝!

캡틴락: 저희들이 시작할 때 언더그라운드라는 용어가 사라지고 인디라는 용어가 도입이 됐어요. 사실 펑크만 봐도 70년대 영국 상황이랑 우리 시대 상황이랑 여건이 많이 다르잖아요. 사람들이 크라잉넛이 무슨 펑크냐라고 하는데, 자꾸 예전 70년대 영국의 프레임에 맞춰서 보면 당연히 우린 펑크가 아니잖아요. 펑크라고 불리는 것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 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그럼 우린 조선펑크다’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하지만 뭐라고 불려져도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케이팝이든 케이락이든 그냥 불러 주시면 감사한 것 같아요.

상면: 예를 들어서 그린데이가 자기네가 나올 때 ‘우리는 네오펑크다’ 생각하고 나왔을까요. 자동으로 이름이 붙여지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조선보다 고려가 인기있었으면 우린 고려펑크가 됐겠지. 고려페인트처럼.

상혁: 우린 우랄알타이어족 펑크이다.

인수: 제이펑크라고 부르는 명칭도 있으니까 케이펑크라 불려도 뭐 딱히.

# 사실 크라잉넛의 음악이 단순히 스트레이트한 펑크라는 것은 오래 전 얘기고, 크라잉넛은 굉장히 다양한 음악과 장르의 융합을 시도해 왔습니다. 오히려 대한민국의 펑크 밴드라는 타이틀이 자신들의 음악 세계를 펼치는데 짐이 되지는 않나요?

캡틴락: 아까 말씀드린 거랑 비슷한 내용인데.. 초반에 펑크는 이래야 된다는 게 되게 많았어요. 쓰리 코드고, 스트레이트 해야되고, 심지어는 패션을 어디까지 해야 펑크다!. 무슨 옷을 입어야 되고, 머린 모히칸을 해야되고, 아니면 스파이크 머리를 해야되고…. 근데 그렇게 하려니까 돈이 너무 많이 들더라고.

상면: 찡 박는데 몇 십 만원이고.

윤식: 짝퉁으로 나온거랑 일본에서 나온 거나 영국에서 나온거랑 다 다르고, 진짜 펑크를 하려면 재벌 3세는 되어야겠더라고요.

상혁: 애티튜드와 패션을 제대로 실천하면서 가기는 좀 역부족이었고. 그리고 맴버들끼리 좋아하는 음악 취향도 물론 조금씩 다 달랐고요. 서로 좋아하는 걸 조금씩 하다보니까 사람들이 아는 펑크 한 가지로만 갈 순 없더라구요.

상면: 우리 안에서도 다섯명이 다 스타일이 다른데 그걸 굳이 맞춰서 ‘우린 이 장르만 하겠어!‘ 하는 게 우리 자신을 구속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음악이란 것이 뭔가 생각해보니까, 펑크라는 게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게 펑크인 것이다. 그런 결론에 도달한거죠.

상혁: 펑크 밴드라고 불리는 게 짐이 되진 않았고. 우리는 그렇게 불려졌으면 좋겠는데, 또 그쪽에는 진짜 펑크 리그가 따로 있어요. 그건 또 나름대로 멋있고. 저희는 이제 그런 거에 싸울 나이는 지난 것 같아요.

인수: 내가 보기엔 꼭 펑크가 불편한 점은 멕시코 펑크밴드였으면 미국에 가기 쉬웠겠고, 프랑스 밴드였으면 영국 가기 쉬웠겠고. 우리가 먼저 나와서 한국은 다 우리 같다고 했으면 웃겼을 것 같긴 해요. ‘펑크 밴드는 다 아코디언 있고, 키 작고, 돼지 하나 있고!’

윤식: 아까 우리 잘생겼다 그랬어!!

인수: 죄송합니다.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근데 원래 유명한 사상가들이 제일 첫 번 째 했던 말 마지막에 번복하고 그러잖아.

윤식: 펑크 아이템은 http://www.punkshop.co.kr/.

# 98년에 말달리자로 유명해졌는데 어린 나이에 언더에서 음악을 시작하고 얼마 안돼서 그렇게 됐잖아요. 되게 놀라웠을텐데 언제 '아 내가 유명하구나'라는 걸 깨닫게 됐나요??

윤식: 우리가 스무살, 스물한살 그럴 때 홍대 주차장 골목 길을 막고 무대를 세워서 ‘스트릿 펑크쇼’라는 공연을 했어요. 근데 그 때 사람들이 와서 “와 뭐 이런 음악이 다 있어"이랬었어요. 어떤 여자분이 한 멤버한테 사인해달라고 했는데 우린 그때는 사인 자체가 없었어요. 그 때 막 쟤 떴다고… 하하하. 유명해졌구나..

캡틴락: 저는 좀 더 떠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2002년 때쯤 제가 체육관에 다니는데 운동갈 땐 지갑 잘 안가지고 가잖아요. 돈 몇푼 가지고 담배를 사러갔는데 신분증을 보여달라는 거에요. 그래가지고 “제가 이런 말 안할라고 했는데 제가 사실 크라잉넛입니다.”이라고 편의점 아줌마한테 그랬는데 아줌마가가 귓속말로 “그런 사람 모르거든요.” 그래가지고 담배도 못사고. 아. 쫌 떠야겠다라고.

상면: 저는 초창기 때 집 근처에서 쪼그려 앉아있는데 그때는 인기가 많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여고생이 와서 사인을 해달라 그러는거에요. ‘아 이게 웬 횡재냐!’ 기분이 좋았죠. 펑크 음악인데 이렇게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구나. 근데 제 싸인을 보더니 “이게 아닌데”이러는 거에요. 그래서 “왜 그러세요?”라고 했더니 “아 혹시 성대현씨 아니신가요?”.

인수: 나는 정원관만 한 10년 했어.

# 크라잉넛의 최근 정규 앨범이 나온지 벌써 3년이 지났어요. 공연장에서는 크라잉넛을 자주 볼 수 있지만 프로젝트성이 아닌 정규 앨범은 언제쯤 발매를 생각하고 있나요? 크라잉넛의 창작욕이 번아웃되었을까봐 걱정하는 리스너들이 존재합니다.

상면: 이미 번아웃.

캡틴락: 이미 다 타버렸고 다시 타오를 준비가 됐습니다! 하하. 일단 저희도 매일 고민하고 회의도 하고 그래요. 근데 확실이 예전보다 만들어지진 않더라구요. 그래도 억지로 앉아서 짜내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근데 ‘아 이제 낼 때가 됐다’고 다들 알잖아요. 올해 가을쯤엔 싱글을 한 곡 낼 것 같고, 곡 작업을 계속해서 내년 중순 안에나 초반 쯤에는 정규앨범을 내지 않을까 합니다.

상혁: 우리도 앨범 나온지 오래돼서 그런지 페스티벌 같은데서 섭외가 잘 안돼요. 행사가 잘 안 들어와.

윤식: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야되겠어.

# 이 바닥에서 음악을 하면서 정말 익숙해진 것 하나와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것을 하나만 꼽아주신다면?

윤식: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거는... 홍대 문화가 부비부비라는 것에 대해선 정말 어색하구요. 적응이 안돼요.

상면: 글쎄, 너무 익숙해서 홍대 메인스트릿을 잘 안가요. 공연이 특별이 있거나 그러지 않으면. 옛날 같으면 길바닥에 널부러져서 술마시고 다음날 바닥에서 일어나고 비둘기랑 놀고 막 그랬는데... 요새는 다들 건강도 챙기고 그러니까.

캡틴락: 예전이라 하면 홍대 삼거리 포차가 생기기 전에는 거기가 싸움터였거든요. 술먹고 싸우고 뒹굴고 뭔가 질퍽질퍽한. 기타를 맨 애들도 굉장히 많이 지나가고, 그런 시절이 있었어요. 물론 삼거리포차가 들어왔다고 그 사람들이 잘못한 것은 아니죠.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인데. 근데 어느날부터 부킹 같은 게 생기고 심지어는 삐끼가 전단지를 돌리면서 호객행위를 하는데 마음이 좀 슬펐어요. 이러지 않았는데.

상면: 나는 거기서 몇 번 마시긴 했는데.

캡틴락: 나도 마시긴 했지..(웃음)

상혁: 익숙하다!

인수: 뮤지션들이랑 같이 술을 먹고 대화를 하는 것은 아직까지도 굉장히 익숙해요. 하지만 그 술자리에서 계산하는 것은 전혀 익숙하지 않아. 맨날 왜 이렇지.. 그렇게 싸게 나왔다고 생각하는 적은 한번도 없어..

캡틴락: 존나 써야 돼. 그래야지 노래 만들 생각이 번쩍번쩍 들지.

상면: 빈털터리가 돼야지 곡이 나와.

# 인수씨는 밴드 L.O.D.를 하고 있고 캡틴락도 제비다방 컴필레이션에 참여하기도 했죠. 다른 멤버 분들도 하고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나 솔로 프로젝트가 있나요?

캡틴락: 일단 제일 부지런한 인수킴이 엘오디를 한 것 같고, 다들 뭐 일들을 하는 건 있는 것 같아요. 상혁의 카페 레몽즈도 있고, 상면이도 레코드 프로듀싱 이쪽에 관심이 많고, 윤식이도 솔로 어쿠스틱 공연 같은 것도 하고 있어요. 저는 개인활동하는 것을 굉장히 존중하고, 잘 되면 배울 수 있는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우리가 똑같이 바쁜데 부지런하게 뿌려서 결과물들을 내니까 자극도 좀 받고 그래요.

상면: 개인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따로 다른 것을 하면 좀 외롭기도 하고 멤버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요. 그런 것 때문에도 그냥 혼자 진득하게 앉아서 레코딩하는 걸 좋아한 것 같아요. 레코딩은 크라잉넛 안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도 있고.

상혁: 노래를 만들던가 하는 건 크라잉넛 안에서 다 할 수 있어서 별 다른 욕구가 따로 생기진 않는 것 같아요. 아직까진.

인수: 어떤 사람이 여기서 못해 본 것을 저기 가서 해보는 것은 음악적인 면이나 개인적인 습성에서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부인을 두고 바람을 피면 안되겠습니다만... 그런 건 안 좋으니 음악만 바람을 피는 거죠.

# LOD 활동이 크라잉넛에게 영향을 주나요?

인수: 아. 아무짝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몸만 축나고 있습니다.

# 성공한 밴드고 연륜도 깊은데 홍대씬에 남아서 열심히 후배 인디밴드들 도와주시는게 참 인상 깊어요. 어린 밴드들한테 크라잉넛이 롤모델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언더 음악의 대부로 불리는 거에 대해 부담이나 책임감이 많이 느껴지시나요?

캡틴락: 술값만 많이 들고. 뭐 인디 조상으로 치켜세우고, 그렇게 지갑을 탈탈 털어! 가지만!!! 기분이 그렇게 나쁘진 않아요. 왜냐면…

상면: 여기서 말 조심해야 돼.

캡틴락: 맞아. 불안했어. (웃음) 아무튼 내가 좋아하는 인디 음악을 해서 나는 행복하고 충분히 너희들한테 술 사줄 정도는 될 수가 있어라는 걸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요. 어릴 땐 잘 몰랐는데, 요즘 홍대의 젠트리피케이션이나 이런 문제들이 있을 때 모른 척하기보다는 뭐라도 하고 싶어요. 그런다고 해결되는 건 없지만 밴드 모아 공연이라도 하자. 크라잉넛쇼도 비슷한거고요. 밴드들끼리 선배뮤지션도 있고 지금 시작하는 애들도 모아서 그런 신을 만들어 가고 싶은 책임감은 있어요.

상혁: 후배 밴드들과 뒤풀이 하다보면 ‘우리는 어릴 때 형들 보고 음악 시작했다’라는 말을 할 때가 있어요. 그런 얘기 들으면 내가 얘네들과 아직 같이 할 수 있는 것이 다행이다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게 어디야.

인수: 사실 후배라긴 보단 동료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동료라면 술값을 뿜빠이를 해야겠죠. 요즘은 애들이 예의가 바라져서 ‘형 내지 마세요’ 이러면서 먼저 계산하는 새끼들도 있습니다.

윤식: 상납하는 거 아니야? 무서워서?

# 이 바닥을 오랫동안 지켜오면서 많은 것을 보셨을 것입니다. 락스타가 되고 싶은 후배 뮤지션에게 이것만큼은 경계하라고 던져주고 싶은 조언이 따로 있다면?

상혁: 락스타란 말이 사실 락의 스타인지, 아니면 그냥 스타가 되고 싶은 건지 그건 명확히 했으면 좋겠어요.

상면: 크라잉넛은 스타가 되고 싶진 않았어요. 그냥 ‘말달리자’가 떠가지고 그런 수순을 밟았는데... 그렇게 인기가 생기는 우리를 보고 후배 밴드들이 ‘저희는 먼저 뜨고 나서 좋은 음악을 만들겠습니다’라는 이상한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SM 같은 대기업에 들어 가더라구요.

윤식: 이미지 때문에 착한 척하고 그런 거 말고요. 그냥 자기가 하고싶은 거 하면서 진솔한 음악을 했으면 좋겠어요.

# 젊은 뮤지션들의 등용문이 되기도 하는 헬로루키, 케이루키즈와 같은 경연 프로그램에 대한 솔직한 생각은 어떤가요?

캡틴락: 사실 제가 어떤 루키 프로그램의 심사를 보고 있는데요, 좋은 것 같아요. 왜냐면 어느 쪽으로든 도전을 한다는 것은 좋은 거거든요. 제가 심사에 참여하면서 느끼는 건 음악이 장르가 정말 다양해서 그 안에서 순위를 매긴다는 건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대신에 자기만의 색깔을 갖고 있는 것은 정말 중요해요. 다양하게 시도하고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참 좋은거고, 너무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조명이나 사운드 등 제대로 갖춰진 무대 위에 공연을 하는거라서 경험 삼아 도전해 보면 좋아요.

인수: 시장침체 때문에 등용문 같은 프로그램들이 솔직히 좋은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실 저거라도 없으면 한 푼이라도 벌 수 있을까 생각이 들어요. 기회가 제공되는 것은 좋은 것 같습니다. 그에 대한 비판과 반작용에 대해선 접어두고.

# 밴드나 유명인으로서 받았던 제일 이상한 질문이 뭐였나요?

상혁: 땅콩 좋아하세요?

윤식: 아 그런 질문 한번 받은 적 있어요. 산울림 드러머 분이 돌아가셨을 때 누가 장례식장에서 했던 ‘크라잉넛 멤버 중에 갑자기 한 명이 사고로 죽었다면 그 다음에도 크라잉넛을 계속 할것인가?’란 질문.

상면: 그런 전쟁호환마마 같은 질문을..

인수: 질문은 아닌데, 라디오 방송 때문에 갔었는데 들어가는데 한분이 “크라잉넛 김인수씨랑 되게 닮았는데?” 심지어 그 새끼가 피디였어. 놀리려고 한건가?

# 크라잉넛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는 가장 큰 오해는?

상면: 초창기 때 펑크한다고 우리를 되게 악당, 문제아, 무서운 사람들인줄 알고 그랬는데, 안 그래요...

윤식: 특히 촬영할 때, 우리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카메라 들이대면 뻐큐 날리지 말고 카메라에 침 뱉지 말고 등 먼저 얘기를 해요.

상혁: 또 방송국에서 와서 질문을 해놓고 대답하려고 하면 시작도 안했는데 모범답안을 다 이야기해놓고, 그 말이 나올 때까지 찍는 거에요. 제가 결혼하기 전이었는데 TV 프로그램에서 쌍둥이의 악동 같은 삶을 촬영하러 왔었어요. 집에 막 낙서해있고, 엄마 아빠는 오지 오스본처럼 막 서로 욕하고 싸우고 그걸 원하고 찍으러 왔는데, 카메라 들이대면 아버지는 막 “허허, 보이스 비 엠비셔스“

(전원 웃음)

윤식: 집안 깨끗하고.

상혁: 그렇게 찍어 간 다음에 아예 안 나왔어요.

# 그래도 여전히 내가 초심을 갖고 있다라고 느끼게 되는 순간이 있는지?

캡틴락: 아직도 여자들이 너무 예뻐보여요. 제가 음악하는 이유입니다.

인수: 연습할 때마다 초심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씨발 존나 못해. 이십 년 동안 이게 할 연주냐.

상혁: 아직도 8비트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항상 공연 끝나고 뒤풀이 갈 때가 즐거운데 아직도 그래요. 공연은 빨리 끝내야지. 드럼도 막 빨리쳐서 빨리 끝내고 뒷풀이.

# 지난 십년간 전 세계에서 공연하셨는데 최고/혹은 최악의 해외공연 기억나는 게 있으신가요?

상면: 최고는 트라스톡 스웨덴.

상혁: 그 페스티벌에 아시아 밴드가 선 게 처음인데, 거기가 북유럽이잖아요. 게다가 거기 다 머리 하얗고 하얀 애들만 있는 나란데, 저희가 봐도 저희가 원숭이였어요. 리허설 하는데 스킨헤드 꼬마애가 한 명이 있었는데, 막 뻐큐를 날리고 그랬었어요. 거기까진 우린 이제 ‘그럴 수도 있지 뭐’ 했는데, 리허설 하고 공연을 시작하는데 그 친구가 나중에 스테이지에서 다이빙하고 저희한테 사인을 받으려고 하고.

인수: 시디 사겠다고 시디 팔라고 그러고. 그런데 그 와중에 그 새끼 동네 아저씨들한테 뒷통수 졸라 맞고 막 “저리 꺼져. 이 나찌새끼야!” 그래서 우리가 막 그러지 말라고 막아주고. (웃음)

# 경록절 (한경록 생일)은 크리스마스, 할로윈과 더불어 홍대 3대 명절 중 하나로 불립니다.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환갑 때도 유효할까요?

캡틴락: 아유. 지금 휘청하고 있어요. 올해가 마지막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근데 이름은 경록절이지만 진짜 재밌어요. 꼭 제 생일이라서가 아니라, 뮤지션들이 아무 욕심이나 정치적인 생각 없이 그냥 흥청망청 노는 것이 엄청 즐거워요. 그래서 어떻게든 할 수 있으면 계속 하고 싶고, 뭔가 재미난 게 된다면 다른 쪽으로도 발전이 될 수 있으면 좋겠고.

상혁씨 카페 사장님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왜 카페를 만들게 되신건가요?

상혁: 저는 사장 아니고 사장님은 저기 제 아내고 전 아르바이트요. 사실 예전에는 음악을 하면 딴따라라고 하면서 그냥 노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인식이 있었어요. 또 전 프라모델을 좋아하는데 그러면 오타쿠라면서 안 좋은 시각으로 보잖아요. 근데 저희 와이프는 인형을 되게 좋아해요. 그걸 옆에서 보다보니까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같이 인형놀이도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있으면 괜찮을 것 같다 싶었어요. 뭔가를 좋아하다 보면 거기서 자기의 길이 생기고 그러는 것 같아요. 저희도 그랬고. 많은 연관은 없지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윤식: 레몽즈 이름은 라몬즈에서 따왔어요.

# 사람들이 쌍둥이라서 헷갈리는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 혹시 재밌는 일화가 있나요?

상혁: 굳이 쌍둥이라도 말 안하면 몰라요. 굳이 말하면 그제서야 ‘어, 이제보니 닮았네?’

윤식: 얘네가 군대에 갔었는데요. 밖에 있었을 때는 옷이나 피어싱, 헤어스타일로 약간 차이가 있는데, 군대가면 머리스타일도 똑같고 옷도 다 똑같고.

상면: 한번은 (군대에서) 면도를 하고 있는데, 거울을 보니 내가 이쪽에서 이렇게 움직이는데 저쪽에서 다르게 움직이는 거야. 진짜 깜짝 놀랐어. 영혼 탈출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이상혁이 옆에서.

상혁: 아니야. 그 때 나 거기 없었어!

상면: 으~

상혁씨는 팀 내의 유일한 아빠신데 딸은 아빠 음악 좋아해요?
(인터뷰 당시. 지금은 윤식씨도 아빠가 됨)

상혁: 네 좋아해요. 음 자기 입으로는 좋아한단 말은 안하는데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아마도. 플리즈.

# 크라잉넛이란 이름으로 이미 많은 성과를 얻어냈지만, 향후 20년 안에 이뤄내고 싶은 것들은 또 뭐가 있나요?

상혁: 지구정복.

캡틴락: 생존.

상면: 자전거 열심히 타고, 술도 열심히 마시고.

인수: 싱싱한 뇌를 받고 싶진 않아요. 사실 늙는다는게 괜찮은 거 같아요. 좀 힘들어지고 더 놀고 싶고 그런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런 상태로 있는게 난 되게 괜찮다고 생각해서 좀 더 늙어보고 싶어요.

# 앞으로의 계획은?

상면: 싱글 한두곡은 나와있을 거예요.

인수: 여러분 인생의 계획은 피곤합니다.

상혁: 열심히 알바해서…

캡틴락: 계획한대로 실천할 능력이 없는 걸 아는 즐겨!


인터뷰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짧은 영상입니다.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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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행자 : 임도연, 노송희, 김진
영어 번역: Matthew Nelson
교정 : 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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