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된 날짜 2017년 07월 12일 (수)

기사

몇 년 전 잔다리에 합류하기 전까지 나는 쇼케이스 축제라는 발상을 접해본 적이 없었다. 잔다리에 합류한 이후 쇼케이스 축제라는 독특한 행사와 그 목적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쇼케이스 축제는 특정한 장르에 집중하기도 하고, 어떤 쇼케이스는 훨씬 다양한 장르의 라인업을 선보이기도 한다. 쇼케이스 축제는 특히 2005년 이래로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5년 경 디지털 시대로 들어오면서 음악 산업은 격렬한 변화를 겪었다. 음원 스트리밍(과 아티스트에게 지급되는 어처구니 없이 낮은 대가)이 규범으로 자리 잡으면서 녹음된 음악은 중요성을 잃어갔다. 동시에 라이브 음악에 초점을 두고 행사를 추진하는 산업의 중요성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라이브 공연은 음악 산업 뿐만 아니라 개별 아티스트들에게도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현대의 많은 아티스트들, 특히 막 시작하는 아티스트들은 근근이 벌어먹기라도 하려면 더이상 음악 판매에만 의존할 수 없다. 뮤지션들은 대신 점점 라이브에 중점을 두게 되었다. 그런데 아직 아무도 당신을 모른다면 어떻게 공연을 따낼 수 있을까? 아티스트들이 주어진 숙제만 잘 해온다면 이런 질문에 대해 쇼케이스 축제는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쇼케이스 축제는 전세계에서 열린다. 유명한 축제로는 미국의 SXSW, 영국의 The Great Escape, 네덜란드의 Eurosonic Noorderslag, 독일의 Reeperbahn Festival 등이 있다. 아프리카에서 남미에 이르기까지 어디서든 쇼케이스 축제를 찾아볼 수 있다. 보통의 상업적인 축제와 쇼케이스 축제를 가르는 지점은 전체적으로 쇼케이스 축제가 대규모의 상업적인 축제에서 볼 수 있는, 기반이 다져진 밴드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신인인 밴드들을 홍보한다는 것이다. 아직 수 년간의 성공을 쌓지는 못 했지만 미래를 향해 한 발 내딛을 준비가 되어 있는 밴드들을 홍보해준다. 즉, 이런 쇼케이스 축제는 ‘차세대 세계 최고의 밴드’를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인 것이다.

새롭게 떠오르는 밴드들이 제대로 하기만 한다면 쇼케이스 축제 무대에 서는 것은 경력의 시작을 의미한다. 쇼케이스 축제가 그렇게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은 단지 음악 팬들 앞에서 연주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이런 축제는 음악 산업 분야의 수많은 전문가들도 끌어들인다. 공연 기획자, 레이블 관계자, 영화·드라마 OST 관계자, 축제 기획자, 기자, 유행 선도자, 라디오 DJ 등... 아무튼, 다 있다. 그러니까 쇼케이스 축제는 음악 산업의 다른 구성원들에게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아티스트가 엄격한 비평을 받는 기회를 제공하며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새로운 팬을 만날 수 있게 도와준다. 하나의 쇼케이스 축제에서 공연한다고 해서 반드시 계약을 딸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밴드에게 멋진 기회가 열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잔다리에 감사하게도 나는 작년에 처음으로 델리게이트로서 쇼케이스 축제에 참석할 수 있었다. 잔다리 대표 달새가 전화를 해서 Reunion Island에 갈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솔직히 어딘지 전혀 짐작도 가지 않았지만 가겠다고 대답했다. 인도양 한 가운데 있는 (프랑스령, 그래서 음식이 맛있는) 섬이라는 것을 알고는 엄청 신이 났다. 그 이후 나는 Transmusicales(프랑스), Focus Wales(영국), The Great Escape(영국)에도 방문했다. 이 축제들에서 잔다리에 대한 발표를 했고, 다양한 종류의 연구와 준비를 한 이 분야의 동료들과 모임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여행에서 단연코 가장 즐거웠던 부분은 한국에서 열리는 잔다리 페스티벌에 참석할 잠재적인 밴드들을 찾아다닌 것이다. 나는 이들 축제에 가지 않았다면 결코 알 수 없었을 뛰어난 밴드를 잔뜩 만나게 되어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다. 어쩌면 그 밴드들의 존재를 아예 모르고 지나갔을 수도 있었다. 이런 경험 덕분에 이 기사를 쓰게 되었고 내가 운이 좋아 만날 수 있었던 이 뛰어난 밴드들을 두인디의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하려고 한다. 이 밴드들이 한국 아티스트는 아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닌 것 같다. 좋은 음악은 어디서 생겨났든지 좋은 음악이다. 그러니까 두인디가 한국 인디음악을 다루는 웹사이트이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지만, 다른 나라에서 떠오르고 있는 재능있는 아티스트들을 소개하는 것도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나의 기사로 다루기에는 밴드가 너무나 많아서 느슨하게 연관된 장르와 스타일 별로 나누려고 한다. 이 기사 시리즈에서 소개하려고 하는 밴드 중 일부는 이미 한국을 다녀갔다. 일부는 가까운 시일 안에 한국에 올 것이다. (힌트 힌트) 일부는 위시 리스트로 남겨뒀다.

시리즈의 첫 기사로는 조금 남다른 음악을 소개하려고 한다. 바로 브라스 밴드다! 우리는 재즈 밴드나 취주 악단에서 사용하는 트럼펫, 튜바, 프렌치 호른, 색소폰 같은 금관악기에는 익숙하다. 그런데 락 공연이나 나이트클럽 같은 환경에서는 어떤가? 만약 이런 음악을 접해 본 경험이 없다면 아마 당신은 내가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음악업계에서는 금관악기로 하우스, 테크노, 힙합, 댄스 음악 등을 만들어내는 것이 유행이다. 엄청나게 재밌고 독특한 공연들이 벌어지고 있다. 중량감 있는 하우스 트랙을 쏟아내는 취주 악단을 몇 번이나 마주친 적이 있는가!? 자, 이런 음악을 아직 들어본 적 없는 독자들이여. 아래 밴드들을 확인해보고 라이브 공연을 볼 기회가 생긴다면...... 놓치지 마시라!

투 매니 주즈 (Too Many Zooz)

투 매니 주즈는 레오 펠레그리노(Leo Pellegrino, 바리톤 색소폰), 매트 도(Matt Doe, 트럼펫), 데이비드 "진흙탕 왕" 파크스(David "King of Sludge" Parks, 드럼)으로 구성된 뉴욕 시 출신 그룹이다. 뉴욕 시 지하철역에서 버스킹을 하며 활동을 시작했고 유니언스퀘어 역을 지나가던 사람이 촬영한 버스킹 영상 중의 하나가 2014년 3월 유튜브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유명해졌다. 음악의 독창성, 멤버들의 연주력, 펠레그리노가 색소폰을 연주하면서 추는 독특한 춤사위로 인정받고 있다. 세 장의 EP를 냈고 2016년 6월 27일에는 'Subway Gawdz'이라는 제목의 정규 1집 앨범을 냈다. 작년에 CMA 어워즈에서 비욘세와 합동 무대를 하기도 했다. 투 매니 주즈는 본인들이 브라스 하우스(Brass House)라고 정의한 스타일의 음악을 한다. 이 밴드의 라이브 영상은 여기서 볼 수 있다.:

색스 머신 (Sax Machine)

색스 머신은 하드밥, 아프로비트, 펑크, 힙합이 한데 충돌하면 생길 법한 음악을 한다. 색스 머신은 루퍼 페달과 색소폰, 트럼본 같은 금관 악기를 사용해서 이 끝내주는 음악 조합을 보여준다! 장난 아니게 매력적인 이 밴드는 커다란 무대에서도, 작년에 내가 프랑스 렌에서 열린 Transmusicales에서 운 좋게 참석할 수 있었던 거실에서의 연주와 같은 아주 작고 친밀한 환경에서도 편안하게 연주한다.

뮤트 (Meute)

뮤트는 테크노 음악을 연주하는 취주 악단이다! 독일 함부르크 출신의 드럼, 호른 연주자 12명이 어쿠스틱 악기로 DJ가 할 일을 해치운다. 금관악기와 드럼이라는 구식 악기 조합이 최면을 걸 듯 몰아치는 테크노 음악과 결합되어 브라스 밴드 음악으로 끝내주는 새로운 형식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뮤트는 DJ의 책상에서 전자 음악을 분리한 후 라이브 에너지를 거칠게 더한다. 뮤트의 라이브를 보러 가서 눈을 감으면 저 위에 DJ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 것이다. 베이스 사운드가 치고 들어오면 돌아올 길은 없다. 뮤트가 나이트클럽이든 축제 메인 스테이지든 시장 광장에서 앰프 없이 버스킹 연주를 하든 상관없다...... 모든 사람이 춤을 추게 된다.

럭키 찹스 (Lucky Chops)

럭키 찹스는 2006년부터 뉴욕 시에서 세상을 향해 에너지 가득한 브라스 펑크를 발산하고 있는 밴드이다. 뉴욕 지하철역에서 버스킹을 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취주 악단 악기들을 사용해 오리지널곡과 팝송을 금관악기로 힘차게 커버한 곡을 섞는다. 라이브 공연을 할 때면 멤버들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흔들고 비틀고 춤을 추면서 무대를 가로지르거나 무대 주변으로 간다. 물론 금관 악기를 모든 사람이 좋아할 수는 없지만, 럭기 찹스는 모든 사람이 좋아할 것이다. 럭키 찹스의 음악은 무지막지하게 기억하기 쉽고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듣게 되는 종류의 음악이다.

문 후치 (Moon Hooch)

지하의 하우스 베이스 후크와 몰아치는 드럼 연주로 시끌벅적한 문 후치의 색소폰과 드럼 연주는 어디서든 인기를 끈다. 문 후치는 뉴욕 경찰이 공공질서를 저해한다는 이유로 즉흥 공연을 금지했을 만큼 뉴욕 지하철에서 유명한 버스킹 밴드였다. 힘이 넘치는 괴짜가 모인 이 독특한 3인조는 어쿠스틱 재즈 악기 구성으로도 전혀 진부하지 않은 댄스 음악으로 한 방 날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문후치의 라이브를 직접 보진 못했다. 하지만 NPR 타이니테스크를 보고 세상에 이런 장르의 음악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해준 밴드라 리스트에 포함하기로 했다.


글쓴이: 패트릭 코너
번역: 이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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