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된 날짜 2019년 04월 09일 (화)

기사

“[Stranger Fruit]은 균일하지 않은 앨범이다. 그러나 장르를 섞고 현재까지 비극적으로 남아 있는 과거의 이슈들과 맞서면서, 이 노래들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질문을 가지고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과 씨름한다: 예술은 우리가 간과하거나 오해했던 문제들을 어떻게 이해하게 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 문제들을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 Pitchfork
 
 
Deafheaven이라는 밴드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블랙 메탈과 포스트록, 슈게이징을 성공적으로 결합해 블라스트비트와 스크리밍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피치포크를 위시한 수많은 평론가에게 극찬을 받으며 기존의 메탈 팬들은 물론 비-메탈 팬들 모두에게 커다란 호응을 얻어낸 밴드다. 몇몇의 보수적 메탈 팬들과 인터넷 너드들에게 ‘힙스터 메탈’이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지만, 이 밴드가 정체되어 있던 메탈 음악 씬에 어떤 가능성/희망 혹은 방향을 제시해 준 것은 분명하다.
 
 
Zeal & Ardor를 소개하는 글에 다른 밴드에 대한 소개를 주저리주저리 써 놓은 것은 이제부터 소개할 Zeal & Ardor가 Deafheaven이 선점했던 포지션을 대체할만한 혹은 그들과 나란히 할만한 밴드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아프리칸-아메리칸인 어머니와 스위스 태생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Manuel Gagneux의 원맨 밴드로 시작한 Zeal & Ardor는 2016년 정규 1집 앨범 [Devil Is Fine]으로 세간의 커다란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 (약간의 과장을 보태자면) 그의 노래들이 어디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종류의 것이기 때문이었다.
 

 

Gagneux는 ‘미국의 노예들이 예수 대신 사탄을 찬양했다면?’이라는 질문에서 그의 음악이 시작됐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밴드는 공식 SNS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Blues, Gospel and Soul meet harsher music.” 여기서 ‘harsher music’이란 악마를 찬양하는 가사들과 거친 사운드가 주를 이루는 블랙 메탈 장르를 뜻하는데, 이러한 설명들만 들어서는 도대체 이들의 음악이 어떤 음악인지 잘 가늠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Zeal & Ardor의 음악을 들으면 Gagneux의 질문과 밴드의 소개글이 굉장히 직관적으로 와 닿게 된다. 소울풀한 보컬과 합창, 그 뒤로 깔리는 육중한 기타소리 그리고 이어지는 블라스트 비트와 스크리밍. 쉽게 상상하기 힘든 흑인 음악과 블랙 메탈의 조합을 그는 성공적으로 해낸다.

 

 

그러나 Zeal & Ardor는 단순히 서로 다른 장르의 사운드적 특징만을 조합해 음악을 만들지는 않았다. 빌리 홀리데이 Billie Holiday의 서늘한 명곡 ‘Strange Fruit’에서 제목을 빌려온 Zeal & Ardor의 두 번째 정규 앨범 [Stranger Fruit]에 대해 Gagneux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건 이상한 열매(Strange Fruit), 그러니까 목이 매달려 죽은 사람들, 나아가 총에 맞아 죽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들에서 파생된 것입니다. 행복한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입니다. (It's kind of a continuation of the thoughts of strange fruit, of people hanging, and, by extension, of people being shot or dying. It's not that happy of an idea, all in all. But that's kind of the times we live in.)” 또한 [Stranger Fruit] 앨범에 수록곡들의 가사 곳곳에는 죽음(‘You are bound to die alone’ - Built on Ashes)과 저항(‘Gonna steal their horse / So we all set fire to the woods’ - Servants) 그리고 악마적(‘I come in the breath of the dead’ - Ship on Fire) 이미지들을 동시에 발견할 수 있다.

 

 

Zeal & Ardor는 2017년 기타, 베이스, 드럼 그리고 두 명의 백킹보컬을 멤버로 영입하면서 밴드로서 본격적으로 라이브 무대에 오르기 시작했다. (라이브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두 명의 백킹보컬이 가스펠, 스피리츄얼의 느낌을 살리는 핵심 역할을 한다.) 이들은 서로 다른 두 장르의 성공적 결합으로, Hellfest, Download, Wacken 등의 메탈 페스티벌 뿐만 아니라, Primavera Sound, Reading and Leeds 그리고 Montreux Jazz Festival 까지 다양한 장르의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있으며, 2019년 2월엔 호주 Perth에서 열리는 Perth Music & Art Festival에서 (드디어) Deafheaven과 한 무대에 올랐다.

 

마지막으로 지난 8월 네덜란드의 Lowlands 페스티벌에서의 Zeal & Ardor를 감상해보자.

(헤드라이너가 무려 Gorillaz, Kendrick Lamar, N.E.R.D 였다.)

 

 

+ 2019년 봄 Baroness와 Deafheaven의 미국 투어에 Zeal & Ardor가 함께했다.



글쓴이: 김진

Comments

comments powered by Disq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