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된 날짜 2016년 04월 04일 (월)

플레이리스트

“대한민국은 헤비니스 음악의 불모지이다.” 과연 맞는 말일까? 대부분의 사람이 이 말을 의심 없이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다른 관점으로 대한민국의 헤비니스 음악계를 바라본다면, 그 곳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블루오션’이라 할 수 있다. 4월의 두인디 플레이리스트는 ‘대한민국 헤비니스 음악’을 주제로 꼽아봤다. 이번 달에는 그 어떤 장르의 아티스트와 비견해도 손색이 없는 열정적인 밴드 5팀을 소개하면서, 서두에서 언급한 ‘블루오션’에 대한 근거를 짧게나마 다뤄보려 한다. 당신이 헤비니스 음악의 리스너이거나, 혹은 헤비니스 뮤지션을 꿈꾼다면 잠깐 시간을 내어 이 글을 읽어보길 권한다.


대한민국 헤비니스 신이 블루오션이라니. 이 무슨 황당한 소리냐 싶었을 것 같다. 블루오션은 ‘수많은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지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시장’을 뜻한다. 자, 단어 그대로 머리 속에 푸르고 넓게 펼쳐진 바다를 그려보자. 그 바다 속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존재한다. 필자는 헤비니스 신이 블루오션이라는 말에 대한 근거를 3가지 정도로 들어 볼 생각이다.

첫 번째 근거는 바로 ‘(음반) 결과물’이다. 대한민국에서 헤비니스 음악을 듣는 이들은 여전히 소수이다. 듣는 이가 적다고 해서 그 결과물인 앨범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일까? 절대 아니다. 헤비니스 계열의 음반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현재 진행형) 더욱이 해를 거듭할수록 그들의 레코딩 실력은 늘어가고 있으며 그 실력이 반영된 멋진 앨범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두인디 플레이리스트에 참여한 2팀의 음악을 들어보자. 우선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지향하는 밴드 ‘인레이어(Inlayer)’의 ‘Mindjack’. 이 밴드는 보컬 없이 악기 연주로만 노래를 만든다. ‘보컬이 없는 곡들은 지루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고이 접게 만드는 밴드가 바로 인레이어다. 안경잽이(멤버들이 모두 안경을 쓰고 있다. 그들은 그들의 본체를 ‘안경’이라 칭한다.) 멤버들은 하나같이 뛰어난 연주 실력을 갖고 있다. ‘Mindjack’은 해외의 유명 밴드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멋들어진 연주와 곡의 짜임새로 듣는 이들을 우주로 날려 보내는 듯한 통쾌함을 선사한다.

Photo by 김수영 of WATCH OUT

인레이어 멤버 소개 : 양진현(기타1), 강한울(기타2), 이문형(베이스), 최정현(드럼)

또 다른 한 팀은 바로 헤비니스 계열에서 보기 드문 혼성 밴드 ‘메스그램(Messgram)’이다. 최근 발매된 앨범 <Patterns>의 수록곡 중 하나인 ‘From Hatred to Apathy’는 음악이라는 테두리에서 안에서 서로의 갈등과 견해 차이를 표현한 곡이다. 시원한 스크리밍과 감성적인 클린 보컬이 만나 곡의 분위기를 조화롭게 이끌어 나간다. 또한 강렬한 드럼 비트 속에 화려한 기타 멜로디는 이들의 연주 실력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메스그램 멤버 소개 : 김지영(보컬), 신유식(기타), 박찬현(베이스), 이수진(드럼), Jahnny Shin(FX, 언클린 보컬)

듣는 이들이 적다고 하지만 그들의 음악은 날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제 더 이상 해외 씬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출중한 실력을 가진 밴드들이 등장하고 있다. 불모지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헤비니스 음악계엔 좋은 곡이 너무나도 많다. 인레이어의 ‘Mindjack’과 메스그램의 ‘From hatred to Apathy’만 들어봐도 알 수 있다. 척박한 환경에 자라나는 식물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존재가 하나둘씩 쌓이면 한국의 헤비니스계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근거는 변하지 않는 듯 서서히 변해가는 대중음악의 기류이다. 대한민국 대중 음악이 일부 음악에 편중되어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듯한 느낌을 준 지 꽤 오래되었다. (편중된 음악 시장이 형성된 이면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이 부분은 매우 복잡하니 이 글에선 잠시 접어두도록 하자.) 하지만 그 기류가 소리 없이 바뀌고 있는 것을 눈치채야 한다. 짙은 상업성을 띤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텔레비전 오디션 프로그램을 살펴보자. 비판을 받는 와중에도 유사한 프로그램이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이는 대중들이 새로운 가수의 탄생을 계속해서 원하기 때문에 시청률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대중음악 관련 콘텐츠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여전히 일부 음악만이 미디어에 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최근 들어 다양한 매체에서 그 외 음악(인디신의 음악들)과 관련된 컨텐츠 생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알게 모르게 조금씩 바뀌어가는 음악과 연관된 상황이 헤비니스 신과 무슨 관련이 있냐고 물을 수 있다. 지금은 상관이 없어 보이는 기류 같지만, 대중이 새로운 음악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마이너리티(혹은 언더그라운드)라고 정해진 음악은 없다. 그 어떤 음악 장르도 대중음악의 중심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가능성이 충분한 이들의 음악이 언젠가 대중음악의 중심에 놓이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마지막 근거는 바로 묵묵히 오랜 시간 노력하는 밴드들이다. 아래 소개할 3팀은 ‘헤비니스의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오랫동안 헤비니스 음악의 길을 걸어오고 있는 밴드들이다. Metalocore 기반의 혼성밴드로 오랫동안 헤베니스 씬을 지켜온 ‘노이지(Noeazy)’와 대한민국 헤비니스 음악 신을 이야기할 때 빠진다면 매우 섭섭한 두 밴드 ‘바세린(Vassline)’과 ‘썰틴 스텝스(13 steps)’가 이번 두인디 플레이리스트 4월에 올라왔다.

먼저 노이지의 ‘Decay’를 들어보자. ‘Decay’는 그들의 정규 2집 <Land of Abomination>에 속한 곡이다. 이 앨범은 스토리를 갖고 있는데, 항해 중 폭풍우에 휩쓸려 어느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사람의 모험담을 담고 있다. 초반부에 강렬한 비트와 묵직하게 들려오는 그로울링으로 시작하면서 후반부에 갈수록 다양한 선율이 나타나 노이지의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준다. 무대 위의 모습과 전혀 다른 밴드의 모습을 보여주는 DIY 뮤직비디오도 한번 보시길 바란다.  

 

노이지 멤버 소개 : 유거송(보컬, 작곡), 김형기(기타, 코러스, 작곡), 박정준(기타), 조하영(베이스), 강윤아(드럼)

계속해서 13 steps의 ‘If God Exists’를 들어보자. 시원한 보컬의 목소리와 함께 질주하는 기타 연주, 강렬한 그루브 속 조여오는 드럼비트는 하드코어의 본질적인 사운드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이번 플레이리스트에 소개된 ‘If God Exists’가 수록된 앨범<VENOM>을 듣다보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밴드가 오랫동안 쌓아온 실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앨범이다. 당신이 헤비니스 신의 마니아라면 이 밴드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담긴 이 수작을 절대로 넘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Photo by 제갈범현

13 steps 멤버 소개 : 김동경(보컬), 임태연(베이스), 이현희(기타), 이철효(드럼)

마지막으로 들어볼 곡은 바로 Vassline의 ‘Red Raven Conspiracy’(Feat. 노건욱 Of To My Last Breath)이다. 막바지에 다다른 이 글을 읽고 혹시 국내 헤비니스 음악 신에 관심을 갖게 된 리스너가 있다면 (필자의 바람이다.) 바세린의 <Black Silence> 앨범으로 시작해서 <Permanence(3집)>와 <Blood of Immotality(2집)>를 꼭 들어보길 바란다. <Black Silence>에는 하드코어 기반으로 덥스텝을 차용한 ‘Red Raven Conspiracy’와 국악과 메탈 사운드를 합친 ‘Over to Recomposition’가 있고 다양한 밴드의 보컬들이 피처링하여 다채로운 멜로디를 들려준다. 또 2집 <Blood of Immotality>은 바세린의 오랜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앨범이므로 시간을 내어 들어볼 가치가 충분한 앨범이다.

바세린 멤버 소개 : 신우석(보컬), 손동우(기타), 조민영(기타,Shouts), 이기호(베이스, Growls), 정승문(드럼)

위에서 소개한 3팀은 정말 오랜 시간 동안 헤비니스 씬을 지켜온 밴드들이다. 수많은 공연과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앨범들을 꾸준히 내고 있는 이들의 노력이 헤비니스 씬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다 넓혀주고 있다. 이들의 음악을 들으며 헤비니스 뮤지션을 꿈꾸는 사람 또한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으며 헤비니스 음악을 즐겨듣는 사람으로서 필자는 ‘대한민국의 헤비니스 신은 척박하다.’라는 말을 항상 들어왔다. 그런 말을 들어왔을 초창기에는 ‘맞는 말이고 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수긍해왔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수긍해버리기엔 이 불모지라 불리우는 곳에 남아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소중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헤비니스 씬의 진정한 부흥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블루오션’이라는 경영학적 관점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해보았다. 헤비니스 씬이 변하던 변하지 않던 나는 계속해서 그들의 음악을 들을 예정이지만, 여전히 이 곳에서 노력하는 보물같은 존재들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오길 (계속해서) 기다릴 것 같다.


슈크림B의 헤비니스 음악 특집은 두인디 플레이리스트 6월에 다시 찾아올 예정이다. 공연장, 레코딩을 포함한 다양한 이야기가 보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다뤄질 것이다. 씨 유 순!! l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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