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된 날짜 2017년 05월 02일 (화)

플레이리스트

PARTY, PEOPLE! 5월은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달이다. 전국 각지의 대학에서는 축제가 열리고, 직장인들은 워크숍에 가서 신나게 놀고, 너와 내가 거나하게 취해 새벽까지 놀다 첫차를 타고 집에 돌아가기도 혹은 집 따위에 안 들어가기도 하는 그런 달이다. 페스티벌이 슬슬 하나둘씩 판을 벌리고, 크레이지한 계절인 여름이 다가오기 전에 마치 시동을 걸듯이 갑작스럽게 사랑이 찾아오기도 하는 그런 달이다. 위 문장들이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말들이라고? 반갑다. 우리도 그런 현타를 맞을 때가 있으니까. 노동절부터 부처님 오신 날, 어린이날, 주말과 함께 제 20대 대선까지 기나긴 황금연휴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5월에는 어떤 곡들을 들어보면 좋을까. 몸과 마음을 모두 바쳐, 열과 성을 다해 향유할 만한 축제를 고대하는 여러분에게 두인디가 들려주고 싶은 곡들을 엄선했다.


[브로콜리너마저 - 졸업]

글쓴이가 다니던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학교 본부를 점거하고 시위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한 학생이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 아예 우드스탁처럼 락페를 열어버리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농담과 같은 제안이었지만 뜻밖의 호응이 있었고 순식간에 교내에 무료 락페스티벌이 열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헤드라이너(?)는 브로콜리너마저였는데 당시 다른 공연일정과 가까웠음에도 어쿠스틱 구성으로 무대에 올라와주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모든 관객들이 선향불꽃을 하나씩 들고 후렴구 떼창을 하던 ‘졸업’이었다. 주먹을 불끈 쥐고 민중가요를 부르듯이 “이 미친 세상에-”를 외치던 덕원의 모습이 생생하다. 음악은 분명히 여러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 김민집


[아침 - 불꽃놀이]

축제가 펼쳐질 동안에 우리는 제정신이 아니고 싶다. 넋이 반쯤 나간 채로 현실에서 도피해 가장 깊고 어두운 곳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오고 싶다. 아침이 2010년 발매한 <Hunch>의 수록곡인 '불꽃놀이'는 동이 틀 때까지 유흥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경쾌한 리듬에 담아낸 노래다.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축제는 순식간에 사라지는 한여름밤의 꿈일지도 모른다. 이윽고 재가 되어버릴 줄 알면서도 타오르는 불꽃처럼, 날이 밝은 뒤에는 필요없어질 이들. 어떻게든 아침이 오는 걸 필사적으로 막아보려는 이들. 그런 사람들이 뒤섞여 아사리판을 이루는 세상. 결국에는 너도, 나도, 이 사랑도 사라져 버릴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이렇게나 서로 사랑하고 산다. 재즈 냄새가 물씬 나는 기타 솔로와 '날이 밝아 시치미를 뚝 떼듯' 모든 악기가 멈추는 부분이 곡의 압권이다. - 한예솔


[장기하와 얼굴들 - 사람의 마음]

매 년 대학교에서는 5월 달이면 축제가 열린다. 내가 학생회 임원이었던 지난해 우리는 학교 축제를 준비하며 장기하와 얼굴들을 불렀다. 보통 가수 한 팀당 30분만 하고 가는데 장기하와 얼굴들은 흥이 올라서 앵콜곡을 2-3곡 불렀던 걸로 기억한다. 많은 노래를 들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노래가 ‘사람의 마음’이었다. 한창 장기하와 얼굴들의 공연이 무르익고 시간 상 공연을 끝내야 할 시기에 ‘사람의 마음’을 불렀었다. 무대를 더 보고 싶어 앵콜을 외치는 관객들을 달래는 듯한 “이제 집에 가자 오늘 할 일은 다 했으니까 집에 가자”라는 가사는 정말 최고였다. 장기하와 얼굴들 라이브를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라이브로 즐기는 장기하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축제가 끝나고 나서도 한 달 넘게 학생회 사람들과 장기하와 얼굴들을 입에 올려 찬양하기 바빴다. 2년간 축제 기획자의 입장에서 축제를 참여했던 내가 올해는 처음으로 일반 학우로서 즐기게 된다. 뭔가 감회가 새롭고 기대된다!! - 곽혜민


[이스턴 사이드 킥 - 저기 목마른 개 왔다 간다]

페스티벌을 가는 목적은 저마다 다르다. 보기 힘든 해외 뮤지션을 보러,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러, 그냥 페스티벌이 좋아서들 간다. 나는 몇 년 전부터 페스티벌을 가는 이유가 하나 늘어났다. 2011년 펜타포트 마지막 날이었다. 뜨겁다 못해 따가울 정도의 햇빛을 피할 그늘도 없이 밥을 먹고 있었다. 근처 무대에서 흘러나온 노래가 귀를 사로잡았다. ㅡ저기 목마른 개 왔다 간다ㅡ 잘못 들은 줄 알고 다시 한번 귀 기울여 들었다. ㅡ뜨거운데 그늘도 없구나ㅡ 숟가락을 내려놓고 공연장으로 달려갔다. 무대위의 이름모를 신인 밴드의 모습은 거친 야수 같았고, 가사는 아스트랄했으며 정말로 뜨거운데 그늘은 없었다. 3분 남짓한 시간 동안 그들에게 홀렸다. 다수의 페스티벌에서는 신인들을 위한 무대가 따로 있거나 굉장히 이른 시간에 무대에 오른다. 이스턴사이드킥과의 첫 만남 이후 나는 숨어있는 루키들을 찾으러 일찍 가거나 작은 무대로 향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제 본격적인 페스티벌의 시즌이니 마음에 드는 루키를 찾아 돌아다니는 것은 어떨까. 의외로 타율도 높다. 슈퍼밴드의 탄생을 누구보다 먼저 포착하는 행운을 찾아보자. - 이주빈


 [소란 - 가을목이]

국적은 한국이지만 축제 때마다 실용주의 북유럽 댄스 강좌를 벌이는 소란. 소란이 직수입해 온 가을목이의 북유럽 댄스를 접한 건 2년 전 한 페스티벌에서였다. 신나는 노래와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동작. 독일 가톨릭 문화에서 따왔다는 옆 사람과 손뼉치기는 모르는 사람, 다른 돗자리와 친목 도모까지 가능하다. 당시 나는 소란이란 밴드를 처음 접할 때였고, 관객이 아니라 기획단이었다. 부스에서 무수한 관객들과 함께하느라 땀깨나 쏟았던 기억이 난다. 마침 사람이 없을 때 저 멀리 앞 무대에서 소란의 가을목이가 들렸다. 몇만 명의 사람이 전부 일어나서 춤을 추는 진풍경을 보면서, 나와 기획단 친구들 역시 무엇에 홀린 것처럼 팔과 다릴 움직였다. 그 후에도 두 번 정도 소란의 가을목이를 들으며 사지 신나게 흔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하여 축제하면 소란의 가을목이, 북유럽댄스가 생각난다. 올해가 가기 전에도 북유럽 정취에 취해 몸 흔들어 재낄 어느 날을 고대해본다. - 김한솔 


 [ mot - 헛되었어]

어느 샌가부터 축제를 즐기는 일이 어색해진다. 그것은 주변의 시선 때문일는지, 나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 때문일는지는 알 수 없다. 어색함을 들키지 않은 채 어울리기 위해 흥을 올릴 때마다, 체내에 존재하는 흥의 절대량이 점점 소모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흥을 올릴 수 있는 세포가 모두 소모되었을 때- 의사는 말할지도 모른다. “당신은 더는 춤을 출 수 없습니다.” 음악이 멈추고, 불꽃놀이가 끝나고, 머리는 차갑게 식어간다. 축제의 현장을 벗어나는 이들은 저마다의 소실을 안고 돌아가는 듯 보인다. 이들 중 누군가는 다음 해부터 춤을 출 수 없을지도 모른다. 축제를 즐기는 일이 어색해지고, 헛되다고 생각할는지 모른다. 그래도 우리는 춤을 추는 것을 멈춰서는 안 된다. 어제의 나에게 나쁘지 않았다고 건네기 위해 몸을 움직여야 한다. 헛되고 부질없을지언정, 나쁘지 않았다. 치기 어린 자기기만을 아름답다고 포장할 순 없어도- 나쁘진 않았다고 위로하고 싶다. - 채연식 


 

Comments

comments powered by Disq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