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된 날짜 2016년 01월 30일 (토)

인터뷰

# 서로의 소개를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이 사람이 가진 의외의 모습도 하나 곁들여 주세요.

있다: 이 분은 마르키도 씨입니다. 2004년에 제가 큰 교통사고를 당해서 목에 깁스를 하고 있었을 때 처음 만났어요. 원래 같은 무대에서 공연하기로 했는데 못하고 깁스한 상태로 얼굴을 봤구요. 그 다음 해에 마르키도 씨가 월드 투어를 하면서 다시 한국을 방문했어요. 지금은 없어진 ‘아우라’라는 공간에서 처음으로 함께 공연하게 됐어요. 솔로 공연이었는데 마르키도 씨가 공연을 하는데 눈에서 광채가 나오는 거에요. 그 음악에 너무 매료돼서, 음악 때문에 사람한테도 한눈에 빠진 상태였어요. ‘이 사람을 잡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제가 그를 처음 봤을 때는 랩탑으로 연주하는 뮤지션이였어요. 보통 랩탑만 가지고 연주하는 뮤지션들은 거의 미동이 없잖아요. 근데 마르키도는 액션이 있었어요.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컴퓨터를 확 닫는데 그게 정말 남성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런데 같이 지내다 보면 되게 섬세해요.

마르키도: 여러 가지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했어요. 뮤지션이지만 시를 쓰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정말 다양해요. 10년을 같이하고 있는데도 이 사람이 그 다음에는 뭘 내놓을지 읽기 어려운 순간이 있다는 게 의외의 모습인 것 같아요. 아마 일생 동안 이해가 돼지 않을지도 모르겠어요.

# 노마드의 삶을 충실히 살아오고 있는데 21세기의 노마드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마르키도&있다: 노마드한테 21세기는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 않아요. 가서 만나는 사람이 있고 만날 자연이 있고 그것에 반응에서 저희가 내놓을게 있고 그런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음악 작업도 하고 있지만, 저희는 요즘 일본에서 노마드라던가 순례자들, 아티스트들을 도와드리려는 작업을 하고 있거든요. 노마드는 혼자서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해요. 누군가를 만나야하고 어느 곳을 만나야 하니까요.

# 텐거의 전신 밴드인 텐(10)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더 높은 반응을 얻었는데, 해외 관련 활동이 전략이었나요? 아니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나요?

있다: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하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구요. 베이스가 한국이지만 저희가 되게 아웃사이더적인 존재이기도 했고, 또 우연이기도 했고... 아무튼 저희가 (그렇게 하겠다고) 계획을 짜지는 않았어요. 특히 그때는 저희 음악 스타일이 한국에서 막 활발하게 활동하기 힘든 상황이기도 했구요.

# 텐거의 어떤 점이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나요?

마르키도&있다: 저희가 해외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여지껏 본 적 없는 새로운 걸 찾았던 것 같아요. 그 때 당시 아시아에서 전자음악은 좀 새로운 거였어서... 저희가 갖고 있던 색깔이나, 보여주는 것, 악기 등이 눈에 띄기에 좋았던 것 같아요. 

# 한국과 일본에서 있다씨와 마르키도씨가 각각 어떻게 음악을 시작했는지 알려주세요.

있다: 저 혼자서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 건 고등학생 때부터구요. 친구들끼리 같이 노래를 만들어보자라고 해서 누가 먼저 만들까라는 내기 같은 걸 했어요. 제가 1등을 했어요. 그게 처음이었고, 고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라이브 카페 같은데서 아르바이트로 노래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했어요. 대학 다니면서도 계속 노래 일을 했어요. 제 고향은 포항인데 대학을 졸업한 후에 처음 서울에 왔어요. 서울로 올라와 '하자센터'에서 그림 그리고 놀다가 녹음실에서 녹음할 기회가 생겨서 그렇게 첫 EP앨범 냈어요. 그 이후로 여기저기 홍대나 페스티벌에서 연주하고 지내다가, '미지센터'라는 곳에서 '틴 뮤직 페스티벌'을 여는데 제가 기획에 참여하면서 공연도 하게 됐어요. 그때 프리뮤직을 하는 분들을 처음 접했어요. 그 곳에서 곱창 전골의 사토 유키에 씨 등 다양하게 만났구요. 또 불가사리라는 이벤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여러 나라 뮤지션들도 만났는데 마르키도 씨도 불가사리에서 만난 거예요. 마르키도 씨는 당시 솔로 활동을 계속 하고 있어요.

마르키도: 8비트 컴퓨터로 음악을 처음 시작했어요. 컴퓨터로 중학교 때 처음 제 음악을 만들었고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도쿄로 가서 밴드 활동을 계속 했어요. 그런데 같은 음악을 하는 사람을 모으기가 힘들어서 혼자서 음악을 하다가 유닛을 결성하기도 했었어요. 2000년대 초반부터 랩탑으로 혼자 음악을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빠른 편이였죠. 70년대 일본 뮤지션이랑 작업을 한 번 했는데 그 분이 ‘한국으로 가봐야겠다’라는 뭔가 선지적인 말을 해줬고 그걸 듣고 한국으로 온 게 2003년이에요. 그렇게 해서 있다 씨랑 만나게 됐어요.

# 있다씨가 먼저 연락을 해서 10이 결성됐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있다: 당시 마르키도씨는 '바다비'에서 공연을 하고 저는 다른 장소에서 공연이 있었어요. 제가 바다비로 선물을 들고가서 마르키도씨한테 주면서 ‘나는 오늘 다른 곳에서 공연하니까 올 수 있으면 오세요’라고 말했어요. 결국 그날 공연은 못왔지만 뒷풀이에서 같이 만났는데 제가 사토 유키에 씨한테 마르키도 씨를 좋아한다고 말했더니 그 자리에서 "야, 있다가 너 좋아한대"라고 다 말한 거에요! 그런데 마르키도 씨는 장난으로 받아들였고 "난 보헤미안인데"라고 대답해서 전 그날 펑펑 울었어요. 하하. 그 이후로 계속 메일로 이야기를 주고 받았어요. 그런데 그때 쯤 사토 유키에 씨에게 안 좋은 일이 있었어요. 비자 문제 때문에 한국에서 있을 수 없게 된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그 당시 뮤지션들이 힘을 주려고 일본으로 넘어갔고, 일본에서 공연을 했어요. 7월 말이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마르키도 씨랑 협업을 같이 했어요. 그러고 아쉬운 상태로 한국에 넘어왔고, 그 때 진심으로 고백했어요. 그리고 제주도에서 페스티벌이 있었는데 제가 마르키도 씨를 초대해서 같이 공연하고, 서로 마음을 확인하고 함께 하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리고 10월 10일날 MSN으로 채팅하면서 우리 같이 하면 좋겠구나라고 해서 텐이 생기게 된 거에요.

# 앰비언트, 드론, 실험음악 등의 장르에 약간씩은 걸쳐있는 것 같습니다. 리스너들이 텐거의 음악을 무엇이라 이해하면 좋을까요?

마르키도: 그냥 저희들 활동에 배경이라던가 기존에 깔려 있는 게 히피 문화거든요. 쉽게 얘기하면 ‘자유로운 마음가짐’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여행 다니는 거.. 장르를 얘기하는 거 보다는 그런 분위기라던가 기분으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두 분이서 일본 시코쿠의 낡은 집을 고쳐가면서 사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그런 작업이 음악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인가요?

있다: 그 집 고치는 작업할 때는요. 음악을 만드는 고민 같은 것은 딴데 두고 ‘이걸 빨리 해야해!’라는 생각만 하게 돼요. 거의 음악 생각을 안 해요. 하다 보면 ‘아, 빨리 작업하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여기서 뭐 하고 있지? 공연해야 하는데.’ 같은 거. 그 쪽 작업은 창의적인 작업보다는 약간 노동이잖아요. 그래서 굳이 표현하자면 그런 작업을 하면서 음악에 대한 갈증이 심해지는 것?!

# 2015년은 텐의 10주년이 되는 해여서 더욱 의미가 깊었을 것 같습니다. 10년이란 지난 시간은 두 분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마르키도: 귀중한 시간이라 생각해요. 변화를 많이 체험한 세월이에요. 노마드 생활을 하면서 다른 나라의 다른 점 말고도, 한 도시, 한 지점의 변화도 겪게 됐고 그 지점에서 뭘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저희가 작업하는 게 거의 즉흥으로 작업을 하니까요. 그 장소, 그 공기에도 세세하게 반응해야 하고... 정해진 걸 하는 밴드보다는 좀 더 세밀하게 변해왔다고 생각해요.

# 2015년 유럽 투어에서 가장 기억남는 공연이나 관객에 관한 일화를 말씀해주세요.

마르키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소는 파리가 될 것 같아요. 파리 테러 소식 들었을 때도 놀랐어요. 테러가 난지 얼마 안되서 저희가 파리에 가야 했거든요. 테러 이후에 가짜 폭발 같은 게 굉장히 많았다고 해요. 저희가 공연했던 그 날도 어디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들려 오는 거예요. 그 때 많이 놀랐어요. 애들이 노는 놀이터에 경찰들이 총 들고 있고 슈퍼마켓 들어갈 때도 가방 검사하고 그러더라구요. 그런데 공연장에 오는 사람들은 전부 다 굉장히 평화로운 상태였고, 와줘서 고맙다고 얘기해주고... 인상적이었어요. 거기서 공연 말고도 일본에서 하는 작업 프레젠테이션도 보여줬어요. 공연장 자체도 관객들과 굉장히 가까워서 저희가 하는 작업이랑 잘 통했었어요.

# 해외 투어를 자주 하시면서 얻게 된 가장 큰 깨달음이 있나요?

마르키도: 지구적인 감각. 내셔널리즘 같은 것 없이, 이 지구에 발 붙이고 사는 그런 주의?! 흔히 말하는 글로벌리즘 말구요. 아무 경계 없이 사람 만나고 국경과 상관 없이 받아들이고 사는 그런 것들을 많이 깨달았어요.

# 두 분의 독특하고 예술적인 삶의 모습이 아들 라아이의 교육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것 같나요?

있다: 아직까지는 같이 살아온 날이 3년 밖에 안됐고... 저희는 그냥 엄마 아빠로서 어떻게 좋은 걸 해줄까라기보다 그냥 셋이나 얼마나 재밌게 살까가 더 고민이에요. 어떤 포인트에서 중립을 지킬 것인가를 많이 고민하면서 지내기는 해요. 어떨 때는 작업하느라 라아이를 내버려둬서 라아이 혼자서 아이팟 보며 알파벳도 외우고 그래요. 그런 날도 있고 지금처럼 단 걸 많이 주는 날도 있고. 별로 ‘교육’이라는 것에 신경 안 쓰고 같이 생활하는 것이 다인 것 같아요. 작년에 라아이가 처음 초콜릿을 처음 먹기 시작했어요. 치아 문제 때문에 먹이질 않았는데 공연장에서 저도 모르게 누가 준거예요. 금단의 열매를 먹은거죠. 여태까지는 이가 썩으니까 안 된다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냥 괜찮아서 그냥 주고 있어요. 뭐 그런 식으로 살고 있습니다.

# 정말 많은 나라의 신을 보고 느끼셨을텐데, 상대적으로 한국 신에 대한 텐거의 감상은 어떠한가요?

마르키도: 다른 것 보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일종의 ‘비빔 문화’랄까요. 이 밴드랑 이 밴드가 한 무대에 설 수 없는데, 한국에서는 다 섞여 있는 것. 나쁘다는 것이 아니고 그게 진짜 좋은 것 같아요. 한국 신이 다음 스텝으로 발전할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나라는 스타일이 장르별로 세분화돼서 같은 무대에 설 수 있는 밴드들이 별로 많지는 않잖아요. 근데 한국은 그렇지가 않으니까 더 재밌는 게 나올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10년 전보다는 아무래도 장르별로 조금씩 세분화 된 느낌이 있긴한데, 그래도 아직까지는 한국만의 느낌이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 하나를 꼽긴 힘드시겠지만, 지금까지 만났던 뮤지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마르키도: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Torturing nurse'이라는 활동을 하는 Junky라는 친구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변화 없이 작업하고 있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퓨어 노이즈 작업을 하는 친구에요. 상하이라는 곳과 그 친구가 하는 작업이 인상 깊었어요. 중국에서 활동하는 친구들 중에 베이징으로 이동해서 작업하는 친구들이 되게 많아요. 근데 그 친구는 상하이에서 계속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여러 나라의 아티스트들이랑 협업도 많이 하고, 그렇게 하면서 지금은 되게 유명해졌는데 변함없이 똑같은 모습이고... 그런 게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 음악을 제외하고 요즘 가장 관심 있는 것은 뭔가요? 

마르키도&있다: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로는 일본에서 집 만드는 것과 매거진을 만드는 것이예요. 현재 고치는 집은 앞으로 아티스트 레지던스 기능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시코쿠에 있는 88개의 절을 도는 순례가 있어요. 그걸 걸어서 돌면 1달 반이 걸리거든요. 저희는 라아이랑 같이 차로 돌았었는데 3주 정도 걸렸어요. 그 곳을 정한 이유가 순례를 하고 싶어서거든요. 순례자들한테 하룻 밤 숙소 제공하면서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좋은 이야기들을 매거진에 담는 작업을 하게 될 거예요. 시고쿠라는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관찰하고 보여드리고, 또 저희가 하고 있는 작업에 대해서 보여드리는 걸 준비하고 있어요. 되게 오래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 생각 그만하고 해야겠다 싶어서 하고 있어요. 누구랑 뭘 해야 한다기보다는 좀 더 우연에 가까운 작업을 기대하고 있어요.

# 만약 동물이 될 수 있다면 어떤 동물이 되고 싶어요? 이유는요?

마르키도: 고슴도치가 되고 싶어요. 작은데 강하니까.

있다: 저는 기린이요. 얼마 전에 동물원에 갔는데 기린 눈을 보니깐 라이 눈이랑 똑같이 생겼더라구요.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마르키도&있다: 2015년 10월 10일에 한국에서 10주년 기념공연을 했는데 그때 스페셜 밴드로 갖춰 텐 공연을 하고나서 텐을 그만두지 말고 같이 하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텐은 텐대로 가고 텐거는 텐거대로 가는 계획이 있어요. 일단 일본 먼저 갔다 돌아와 계속 정리할 거구요. 여지까지 낸 앨범들을 추려서 밴드 형식으로 녹음을 하고 앨범을 낼 거예요. 텐거는 텐거대로 작업을 계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그리고 또 노마드니까 여행도 계속 하고 싶어요. 지금 가려고 하는 곳은 중국의 윈난 지방인데 저희가 아직 중국에서 거기만 못 가봤어요. 그 쪽에 사는 친구들이 저희보고 계속 오라고 하고 있어서 가서 좀 영감도 얻고 오고 그럴 생각이에요. 저희는 일생 동안 순례를 계속 할 거예요. 그래서 그 집을 만든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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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행자: 임도연 & 김은지
영어 번역: 패트릭 & 임도연 
교정: 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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