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된 날짜 2016년 02월 03일 (수)

인터뷰

# 함께 여러 경험을 쌓아온 듀오 밴드이니만큼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 같은데요, 두인디 독자들을 위해 서로를 소개해주세요.

강희: 남자친구? 친구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직장 동료이기도 하고... 되게 다양한 관계를 맡고 있는 친구죠.

지현: 제가 싸지른 것들을 뒤에서 수습해주는... 서로 서로 많이 의지하는 좋은 파트너입니다.

# 각자 서로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나요? 어떻게 만났는지도 알려주세요.

지현: 제가 다른 밴드를 원래 많이 했었는데, 계속 기존에 있던 팀에 제가 들어가는 방식이었어요. 그러다가 ‘이럴 바에 차라리 내가 만들래.’라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그래서 멤버를 찾는데 마침 제가 하던 밴드에서 객원 키보드로 있는 분이 드러머를 소개시켜주겠다고 하더라구요. 베이스로는 친한 사람이 있어서 3인조로 가기로 하고 상수역에서 만나 술을 같이 먹었는데, 당시 강희가 말년휴가 나온 때였어요. 그 때의 첫인상은 ‘군인이다!’ 비 오는 날에 남자 셋이서 우산 하나 같이 쓰고...(웃음) 사실 기억이 잘 안나요. 그 날 술을 엄청 많이 마셔가지고.

강희: 그런데 그 다음 날 바로 스케줄이 잡혀 있었고... 그렇게 시작했죠. 2012년 3월이었어요.

# 데드버튼즈는 큰 경연 2개를 치러내셨어요. 또한 작년에는 KBS의 ‘탑밴드3’에도 나갔죠. 그런 경험은 어때요? 뭐를 배웠어요?

강희: 일단은 처음 나간 경연이 <쌈싸페>였는데요. 그 때는 베이스가 팀에서 나간 지 4일 만에 나간 경연이었어요. 나가긴 나가야 해서 둘이서 나갔는데 처음부터 안 될 거라고 생각했었고 역시 안됐어요. 두번째는 헬로루키였는데 당시 헬로루키가 신인 입장에서는 엄청난 큰 존재였고, 되고 싶은 마음도 컸었고 또 안돼서 실망도 컸는데... 그렇게 하면서 배운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지현: 그래도 헬로루키에선 연말까지 갔으니까!

강희: 방송 ‘탑 밴드’에 나가서는 카메라 앞에서 뻔뻔해지는 법과 ‘역시 안 될 놈은 안 되고 될 놈은 되는구나!’라는 걸 배웠습니다.

지현: 애초에 저희가 ‘입상을 해서 상금을 받고 우승을 하고 싶다’라는 마음은 없었어요. 어떤 밴드든 그 위치에 올라갔다는 건 다들 좋은 밴드라는 의미에요. 거기서 ‘우리가 1등이야! 최고가 될 거야!’ 이런 건 말도 안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냥 큰 공연을 하러 간다는 마음으로 간 거죠. 관객들이 많이 오고 좋은 환경에서 공연할 수 있는 시스템이니까요.

# 자 드디어 데드 버튼즈의 음반 <Some Kind of Youth>이 나왔어요. EP 발매 이후 곡은 많았지만 음원이 없어 아쉬웠는데요. 본인들 소감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강희: ‘이제 시작이구나!’ 여태까지 쌓아놓았던 걸 보여줄 수 있는 기회죠. 여태까지는 오히려 EP밖에 안 나왔었으니까 핑계를 찾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도망갈 구석이 없는 거죠.

지현: 근데 편해진 게 있어요. ‘데드 버튼즈는 어떤 밴드에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이제는 ‘앨범을 들어 보세요‘ 라고 이야기하면 되니까요. EP는 우리의 일부 밖에 되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거든요.

# 녹음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작업 중 어려웠던 점이나, 주변에서 받은 도움 또는 기억나는 순간 등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현: 원래는 저희가 크라잉넛 형들의 작업실에서 녹음을 하기로 했었는데, 사정이 생겨서 어렵게 되고 춘천상상마당에서 녹음을 진행했어요. 거기에서 저희 악기를 녹음했고 그 다음에 서울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보컬 녹음이랑 코러스 등 추가 녹음이랑 믹스를 했어요. EP는 저희가 데모를 만들면서 낸 앨범이다 보니까 퀄리티가 많이 떨어졌는데, 이번에는 인수 형이 프로듀싱을 해주셨고, 또 좋은 공간에서 전문적인 엔지니어와 함께 해서 둘이서 진행할 때보다 훨씬 좋아졌어요. 이번 앨범 녹음은 K루키즈 선정된 것으로 받은 지원금 덕분에 할 수 있었어요. 밴드할 때 가장 필요한 건 아무래도 돈이에요. 앨범을 만들거나 녹음을 하거나, 심지어 연습하는 것도 돈이고 기타줄이 끊어지면 공연을 못하잖아요. 그것도 돈이에요. 지원 받은 것 덕분에 뮤직비디오도 원하는 방식으로 내고 앨범도 정말 좋은 환경에서 만들 수 있었어요.

# 김인수, 김지원, 조지 더함 등등 익숙한 사람들의 이름이 이번 앨범의 협업으로 올라와 있습니다. 그들과 작업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어떤 경험이었는지 이야기해주세요.

강희: 흔히 떼창 파트라고 하죠. 그런 코러스 파트를 같이 불러줄 친구를 찾고 있었는데 친한 친구를 부르는 게 가장 편했어요. 또 저희 음악을 이미 알고 있는 친구들이라 곡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좋았어요. 가사나 멜로디를 다 알고 있어서 ‘이거만 불러주면 돼’라고 말하면 수월하게 진행됐죠. 친구과 작업하니까 작업도 더 재밌구요. 그 때가 녹음하던 기간 중 가장 많이 웃었던 시기 같아요. 둘이 계속 작업하다보면 서로 싫어지거든요.

지현: 세션은 빌리카터의 현준이 형과 모노반의 조지 형이 해주셨어요. 현준이 형이 퍼커션을 맡아 마라카스, 템버린을 치시는데 확실히 다르더라구요. 조지 형이 첼로를 해주셨고, 인수형이 아코디언을 해주셨는데 정말 전부 프로셨어요.

강희: 프로듀서가 있어서 가능했던 일 같아요. 아코디언이 나오고 첼로가 나오는 건 저희 머릿 속으로는 도저히 생각해 낼 수 없는 것들인데, 프로듀서가 있다보니까 저희로부터 끌어낼 수 있는 모든 걸 최대한 끌어내 주신 것 같아요. 또 둘이서 작업 할 때보다는 확실히 인수 형이랑 할 때 작업이 원활한 것 같아요. 서로 기분 안 상하고 행복하게 넘어가는…

# 'Useless Generation'과 같이 데드버튼즈의 가사를 보면 현재 한국을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의 사회적 불만 등이 표현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떤 의도로 곡 작업을 하시나요?

지현: 사실 불만은 없구요. 그런 거예요.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고 10년 동안 연락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은 착실하게 살고 있죠. 그 친구들이 대학교 졸업하고 군대도 다녀오고 이제 취직하려고 하는데 거기서 막히더라구요. 그걸 보고 저는 “어 왜지? 사고도 안치고 착실하게 사는 사람들인데? 얘네야말로 한국인의 표준, 잘난 것도 못난 것도 없는 사람들인데 얘네들 마저도 왜 힘들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그냥 이런 현상을 묘사한 것 뿐이에요. 이 문제를 갖고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이야기한 것은 아니구요. 일종의 그림을 그린 거죠. 자화상 같은 것이기도 하구요.

# 곡 작업 방식은?

지현: 일단은 각자 가져와요. 가져와서 일단 “난 이거에 대해 썼어.”라고 설명을 해요. 가사가 먼저 나왔으면 가사를 , 리프가 먼저 나왔으면 이런 리프를 가져왔다고 설명을 해요. 같이 해보는 거예요. 일단은 휙 던져놓고 즉흥적으로 막 해요. 그냥 막 연주해보고, 거기서 좋았던 부분들을 추려서 녹음을 쭉 한번 해보고, 선택하는 거죠. 하루에 6~7곡 나올 때도 있어요. 그 중에 한 곡이라도 살면 잘 된거고 안 되면 안된 거죠.

# 정규 앨범에 EP에 넣었던 노래를 포함시킨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강희: 그때 저희랑 지금이랑 너무 달라서요. 그때 내고 나서도 고민을 많이 했고, 버전도 너무 많아 저희도 기억을 못할 정도인데... 앨범 작업을 하면서 이제 정리하게 된 것 같아요. 이번엔 프로듀서도 있었고요. 일단 우리가 좋아야 하잖아요. 우리가 좋은 것을 만들어 놓고나서 거기에 살을 붙이고 빼는 작업을 프로듀서 형이 제일 많이 도와줬죠. 한 곡에 90프로는 인수 형이 도와줬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큰 틀을 만들어 놓은 다음 세세한 것을 다 도와주셨죠.

지현: 들어보시면 편곡이 그렇게 달라지진 않았어요. 느낌은 많이 다르다 느끼실 수 있는데, 사실 구성 같은 건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바뀐 게 없어요. 그동안 라이브를 하면서 느낌이 바뀌었어요. 기타를 치는 터치, 드럼을 치는 터치, 제 목소리도 EP때완 되게 많이 달라졌고요. 아무래도 그런 부분들이 많은 변화를 주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물론 세부적인 사항을 프로듀서님이 바꿔 주셨을 때 엄청 큰 변화가 있었어요.

# <Stranger> 뮤직 비디오에서도 나온, 데드버튼즈 영국 투어 경험이 멤버 관계나 음악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강희: 한 번 갔을 땐 유치원생이였고, 두 번 갔을 땐 초등학생이었고... 그 다음에 중학생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냥 그 단계를 거치는 것 같아요. 단순히 표현하자면 내 편이 없는 상태에서 맨 땅에 헤딩을 하는 거잖아요. 119도 부를 수 없는 상황이니까... 갔다 오고 나면 전반적으로 담력도 늘고, 생각하는 것도 바뀌고 조금은 편해지고... 그래서 한번 투어를 다녀온 팀을 보면 다 잘하고 순간 실력이 확 느는 것이 있는 것 같아요.

지현: 만약에 영국 사람이 한국에 투어를 왔다가도 느끼는 게 있을 거예요. ‘아시아 사람들은 이런 문화가 있어서 이런 특징이 있구나’와 같은. 저희는 그냥 수수하게 접근해서 여행으로만 봤을 때도 정말 좋았어요. 특히 저희가 앞으로 평생 할 음악을 들고 갔을 때, 생판 다른 인종의 사람들이 저희를 재밌게 보는 거예요. 그런 부분에서 희망이 많이 생긴 거죠. 잘 할 수 있겠구나.

# 저희가 투어 경험이 있는 밴드에게는 종종 묻는 질문인데요, 경험자로서 다른 국내 밴드들에게 미리 이야기할 팁이 있을까요?

강희: 저는 항상 얘기하는데 현재 상황이 이렇다 저렇다 따지지 말고, 그 상황대로 나가면 된다는 거예요. 정말 확실한 것은, 없는 상황에서 나가더라도 얻는 건 훨씬 많은 것 같아요. 저희도 처음에 정말 무대포로 막 나갔어요. 가서 버스비도 없던 때가 있어요. 하지만 그 덕에 얻어온 게 너무나 많아요. 혹시나 이걸 보시는 밴드가 있다면 내 음악이 좋고 안 좋고를 떠나서 내 음악에 자신감이 있다면 무조건 떠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갔다 왔을 때의 경험은 입으로 설명해줄 수가 없어요.

지현: 그렇게 생각하면 편해요. 밴드는 원래 투어를 가야해요. 한국은 아쉽게도 지방에 관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지방 투어로 팬을 늘리기가 쉽지 않은 시스템이에요. 다른 모든 나라에서 밴드는 계속 투어를 돌아요. 그래야 되는 거고, 또 그래 왔구요. 제일 오래됐고 또 가장 정확한 방법으로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 2014년에 발매한 데뷔 EP <Whoever You Are>는 언더그라운드 신에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또한 굉장히 빠른 속도로 매진이 되었습니다. 2015년 5월 영국 투어를 앞두고 재발매 전까지 말이죠. 홍대 펑크 신에서 인기를 얻고, 네이버 온스테이지 촬영을 하고, 루키 경연에서 수상을 하고, 해외 투어를 나가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상당히 빠르게 이뤄졌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하나요?

지현: 생각보다 확실히 빨랐죠. 저희는 단시간에 큰 밴드이고 그만큼 부담도 갖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갭이 맞기 시작한 거 같아요.

강희: 작년에는 부담감이 엄청나서 슬럼프도 왔어요. 슬럼프 전까지 ‘야 우리 이래도 돼?’라는 생각을 되게 많이 했어요. 한 3개월 동안 술만 먹으면 “이래도 되는 거냐.” 말은 웃으면서 하는데 막상 집에 가면 둘 다 멘탈이 나가있는 상태였고... 작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이번 앨범 작업을 했거든요. 집중을 온전히 거기에만 쏟으니까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더라구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극복이 됐어요. 온스테이지도 저희 입장에서 보면 맘에 드는 영상이 없어요. 노하우도 없었고, 경험도 없었고. 진짜 술을 안 먹고는 못 하는 상황이었어요. 사람들한테 웃으면서 ‘맥주 한 잔 먹고 하겠습니다.’라고 했는데 실제로 긴장감을 풀고 싶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거 없이 별로 크게 긴장을 안 해요.

지현: 이제 저희 자신을 많이 내려놓았죠. 저희는 경연 같은 걸 나갈 때 부담이 되게 많이 받았어요. ‘아 잘해야 하는데, 틀리면 안 되는데...’ 이걸 버리려고 해도 어릴 때부터 무조건 잘해야 된다고 교육을 받으니까 그렇게 생각이 되잖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에 ‘어 그럴 거면 왜 우리가 이러고 있지?’, ‘우린 그냥 좋은 음악을 하고 사람들이 그걸 즐겼으면 좋겠는데, 왜 잘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고 나서부터는 사람이 몇명이든 상관 안 해요. 왜냐면 우리는 그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면 되는 거니까요. 우리가 재밌으면 된 거고. 엔터테이너잖아요.

강희: 잘하는 건 즐겁지 않아요. 뭐 잘해서 즐거운 사람들도 많겠지만... 일반 관객들은 드럼 테크닉이 어떤가 그런 걸 보지 않잖아요. 춤 추러 오는 사람도 많고. 그냥 그 공간에서 무언가를 느끼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지현: 저희는 인디펜던트를 하는 뮤지션이잖아요. 우리가 모든 걸 DIY로 하고 있어 이런 건 아니지만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있으니까. 약간 그렇게 생각해요. 인디 신이라는 게 B급 영화를 보는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이 메이저 할리우드 영화만을 좋아한다면 B급 영화가 있을 필요가 없잖아요. 다양성을 위해서 계속 있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취향을 다양하게 펼쳐줬으면 좋겠어요.

# 데드버튼즈는 주당으로 소문이 자자한대요. 맴버 중 누가 술을 더 잘 마시나요? 또 술 먹고 벌인 일 중 가장 최악의 경우를 만들어냈던 사람은 누구인가요?

지현: 인정하기로 했어요. 많이 마시는 것 같아요. 다들 술 마시지 않나요?

강희: 여기 술을 안 먹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지현: 주량은 비슷한 것 같아요.

강희: 둘 다 사고는 안 쳐요. 사고를 치면 아마 둘 다 집에서 며칠 못 나올 걸요. 사고를 치면 바로 수습을 하고. 술을 이렇게 많이 먹는데 사고 안치는 사람 드문 것 같아요. 그리고 둘이 극단적으로 그런 걸 싫어해요. 어렸을 때 많이 했으니까 이제 뭐 그만해도 되겠다. 어느 순간부터 정신을 차려서.

지현: 사실 요즘 공연할 때 술을 안 마실 때도 있어요. 예전에는 술을 진짜 많이 마셔야 공연할 수 있었거든요. 근데 요새는 마인드 컨트롤이 되고 있어요. 오 난 취했다 생각하면 진짜 취한 상태가 되거든요.

강희: 옛날에는 취한 상태로 올라가고 싶었는데, 이제는 뭐 맥주 두 어잔 마시고 올라가자 이런 식이에요.

지현: 근데 맥주는 노래 부를 때 자꾸 트림 나와. 안 좋은 것 같아. 아 재밌는 에피소드가 2개 있어요. 하나는 지방에 공연을 갔었는데, 그 때 공연 전에 회의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더니 가보니까 없더라구요. 거기 바 주인이 미안했는지 술이나 마음대로 마시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맘대로 마셨는데 그 후로는 다시 안 부르세요.

강희: 두 번째는 대구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그 날이 클럽 오픈 공연이었어요. 그래서 서울에서 밴드를 초대했고 저희가 메인이었는데(이유는 모르겠지만) 도착하자마자 술을 주는 거예요. 그러다 어느 순간 필름이 나갔는데 공연 도중에 제가 잤어요.

지현: 맞아요. ‘Hangover’라는 곡에서 드럼을 살짝 안 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근데 진짜 자고 있어가지고. (웃음)

강희: 몰라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누가 영상을 찍어줬어요. 그걸 보면 제가 2절에서는 드럼을 치던데요. 근데 잤대요. 그래서 다음 날 아침에 이 친구한테 계속해서 미안하고 말했어요…. 대구 만회 공연 한 번 가야하는데. 무료 입장 딱 해서.

지현: 그 때 죄송했습니다... 아 전주에서는 그런 적도 있었어요. 술 마실 때마다 그 때 그 때 결제하기 귀찮아서 아 그냥 다 마시고 마지막에 결제하자 했는데, 정말 신나게 먹었어요. 근데 같이 간 사람들이 생각보다 안 마셨어요.

강희: 내가 그 때 진짜로 후불로 할거냐고 경고 했어. 경고에도 불구하고 다들 N/1 하자고 했었어요. 진짜 열심히 마셨어요. 술값이 40만원 정도 나왔는데 얘랑 나랑 30만원 어치 정도 먹었어요. 나머지 3팀이 10만원 정도 마시고... 요즘도 술 마시면 더치페이예요. 우리 테이블은 거의 따로 빼더라구요.

# 음주 공연도 많이 하셨는데?

지현: 요즘 그런 걸로 말 많던데요, 술 마시고 공연하면 뮤지션으로서 태도가 아니고 어쩌구 하는데... 사실 그걸 못 즐기면 클래식이나 오페라 공연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여기는 어차피 서브 컬쳐이고 뮤지션이 술을 마시고, 취기가 올라서 뭔가를 한다는 거 자체가 일종의 퍼포먼스잖아요.

강희: 화가가 취해서 그림 그리면 안 볼 건가요? 비슷한 개념인 것 같아요. 우리가 인디밴드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우리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있는데 어느 정도 상호적인 부분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어릴 때부터 락 뮤지션이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나요?

지현: 저는 한 10살 때 쯤 부터 생각했어요.

강희: 저는 어렸을 때 남미에서 전통 춤 대회 이런 것도 나갔고, 성당 성가대도 했어요. 학교에서 잘 하는 애들을 뽑았는데 그 때 제가 목청이 컸거든요. 애초에 노는 걸 좋아해 계속 이쪽에 있었던 거 같아요. 공부를 너무 안 해서 학교에서 성적도 안 좋고 그랬거든요. 축구하고 노래하고 드럼 치고... 처음에 드럼은 강제로 시작했죠. 교포 사회는 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중학교 때부터 성인예배를 같이 들어요. 저희 누나가 드럼을 쳤었는데 교회 선생이 ‘너의 누나가 드럼을 쳤으니 너도 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이상한 논리를 펴서 드럼을 시작하게 됐죠. 너무 어처구니 없죠. 근데 그 때 안쳤으면 얘도 못 만났겠죠.

지현: 저는 사실 드럼 치고 싶었어요. 강희는 기타를 치고 싶어 했구요. 근데 드럼은 있어야 치잖아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는데 그 때 저는 대구 살았거든요. 맨날 외국 음악을 들었고, 아버지가 출장 다녀오실 때마다 미국 음악 테잎 사오시면 들어보고 ‘와 이거 재밌다’ 했어요. 그러다가 제가 한 10살 때 아버지가 클래식 기타를 사오셨는데, 그걸 가지고 뭔가 해보려고 이상한 교본 보면서 해봤어요. 그게 되게 도움이 됐어요. 중1 때 일렉 기타를 사고 그 때부터 공부를 안 했죠. 이거다 싶어서.

강희: 웰컴 투 딴따라.

# 지현씨가 기타와 함께 잠든다는 다소 도시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게 기타 실력이 좋은 이유 같은데... 이 소문이 맞는지 아닌지 알려주세요.

지현: 어릴 때는 뭔가에 대한 환상이 엄청 크잖아요. 예를 들면 레이싱을 하고 싶은데 계속 후진 차를 몰다가 갑자기 레이싱차를 몰면 기분이 엄청날 거 아니에요. 제가 처음 일렉기타를 샀을 때 그런 느낌이였어요. 그 냄새랑 소리랑... 되게 후진 기타였는데도 다 기억나요. 그 때 집에 오면 잠들 때까지 연습했던 거예요. 잘하고 싶은 마음보단 진짜 너무 재밌어서... 연습량이 되게 많았는데 요새는 연습 안 해요. 저는 약간 어느 정도 제가 치고 싶은 걸 다 치게 됐으니까, 거기서부터는 더 욕심이 안 생기더라구요. 차라리 사운드를 더 연구하거나 가사거리를 어떻게 재밌게 쓸지 고민하거나, 영상을 만든다거나.. 요즘에는 다른 취미가 많이 생긴 거 같아요. 제가 한 군데 집중을 잘 못해요.

# 소문은 소문이었던 걸로?

지현: 아니면 술 먹고 기타 잡는 거 아닐까요?(웃음)

강희: 술 좀 그만 먹어..

# 개인적으로 데드버튼즈 노래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보컬 목소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따로 하는 의식-습관 같은 것이 있나요? 혹시 보컬로서 관리를 위한 팁 같은 것도 있다면 들어볼 수 있을까요?

지현: 목 관리는 해요. 저는 역류성 식도염이 있어요. 나쁜 걸 다해서... 그래서 평소에 양배추가 위에 좋다고 해서 챙겨 먹거나, 커피를 자주 안 마시고 마셔도 라떼를 마신다거나, 노래 부르기 전에 자극적인 음식 안 먹고 그런 정도? 만약 안 좋다 싶으면 프로폴리스 스프레이 있어요. 그걸 좀 주기적으로 뿌려주고.. 관리는 꼭 해야 해요. 관리를 안 하면 나중에 노래를 하고 싶어도 못하겠죠.

강희: 저는 맥주 한잔을... 의식 같은 거예요. 술을 마신다는 의미가 아니라 의식이죠.

지현: 기분 좋잖아요. 마실 때도 좋고, 냄새도 좋고. 저는 공연 전에는 목 컨디션이 안 풀린다 싶으면 공연 3시간 전에는 식사를 안 해요.

# 참여해 보고 싶은 페스티벌이 있다면? 

강희 & 지현:: 스테핑스톤을 다녀왔지만 또 가고 싶습니다. 최고의 무대. 최고의 환경!

강희: 페스티벌 중에 가장 페스티벌다운 페스티벌은 펜타포트인 것 같아요. 다른 데는 그냥 큰 클럽을 모아 놓은 느낌이에요.

지현: 잔다리 페스타는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 할 거예요. 저희가 이렇게 있게 해준 정말 고마운 페스티벌이라 항상 참여하고 싶어요.

강희: 잔다리도 인지도 있는 팀만 보러 오는 거 아니냐라는 말도 많은데... 컨퍼런스에서 외국인분들 말 들어보면 자기는 여기를 잘 몰라서 어떤 팀을 봐야할지 추천을 받는다 하더라구요. 추천을 받고 돌아다니게 되고 그 외에는 잘하는 밴드들을 보게 된다는데, 그런 거를 사람들이 잘 이해를 못 해줘요. 잔다리는 자기 홍보를 많이 해야하고 그래야만 이득을 볼 수 있는 행사예요.

지현: SWSX랑 똑같아요. 쇼케이스 형식이잖아요. 거기 가면 모든 밴드들이 팜플렛이랑 CD를 들고 돌아다녀요. 자기 홍보를 엄청 해요. 밴드가 너무 많기 때문에.

강희: 사람들이 많이 와줘도 그만, 안 와줘도 그만 이라는 개념으로 버티면 안 될 것 같아요. 지나가는 외국인들을 붙잡던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전단지를 주던 자기만의 홍보방식으로 해야 하는 거 같아요. 예를 들어 제8극장 같은 경우에도 잔다리 기간에 뜬금없이 버스킹 했던 적도 있어요. 사람들한테 궁금하다는 생각만이라도 들게 만드는 거죠. 저희가 옥상에서 공연할 때였는데 옥상에 담이 있잖아요. 사람들이 지나가는 게 보이니까 그러면 저희는 ‘Hey!’하면서 불러요. ‘You Come Here!’, ‘니네 뭔데?’라고 물어 보면 로큰롤 밴드라고 하면 그냥 올라와요.

지현: 이런 거 재밌지 않나요. 하하. 고고하게 하는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 최근 <Round the World in 80 Music Videos> 팀과 함께 <16-22> 뮤직 비디오를 제작하셨는데요. 어떻게 그들과 작업을 하게 되었나요? 또 그 비디오의 컨셉에 대해 이야기 좀 부탁드립니다.

강희: 아마.. 그팀과 제일 먼저 컨택된 게 ‘검정치마’였을거에요. 저희는 스케줄 때문에 안될 것 같아서 다른 팀을 추천해줬는데 그 팀이 스케줄이 또 안 맞아서 결국 저희가 하게 됐어요. 팀과 만나 이야기하다 보니까 ‘우리만큼 무모한 사람들이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또 저희가 공연 투어를 간다면 그 사람들은 영상 투어를 가는 느낌이라서, 작업이 재밌을 것 같아 했는데 결과물도 재밌게 나왔어요. 아이디어도 정말 좋았고요. 마스크를 쓴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어요.

# 요즘 연달아 홍대 클럽 문이 닫고 있는데요. 그 상황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요? 신을 좀 더 향상시키고 사람들이 라이브 음악에 다시 흥미를 갖도록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나요?

지현: 저도 이거에 대해서 관심이 되게 많아요. 클럽 ‘스팟’도 제가 처음 홍대와서 공연했던 클럽인데 어느 순간 갑자기 없어지더라구요. 이번에 ‘바다비’도 사라졌고 곧 문 닫는 ‘1969’, ‘롸일락’도 그렇고... 다 좋은 추억들이 있는 클럽인데.. 원래 홍대가 이런 동네가 아니었잖아요. 예술하던 사람이 생기면서 입소문을 타니까 자본이 투입되고 체인점이 깔리고 클럽 골목이 되고 술집 골목이 되고... 이거에 대한 대안을 찾을 수 있으면 해결이 됐겠죠. 일단 저는 뮤지션들이 힘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밴드가 좀 자리 잡힌 다음 대안공간을 만들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FF나 고고스2 처럼요. 이건 되게 큰 문제이지만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 밴드로서 이루고 싶은 원대한 꿈 또는 야망은?

강희: 크게 보면 글라스톤베리 메인스테이지에서 한 6시 정도 됐으면 뭐... 꿈이라면 목표라도 크게 잡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지현: 어제 헬로루키 공연 때문에 ‘악스홀’을 가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지금 단독공연을 준비하는데 저희는 아직 팬 층이 두텁진 않으니까 큰데서 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크진 않지만 저희가 좋아하는 ‘고고스 2’ 클럽을 골랐는데 조금 아쉬운 건 영상, 조명 이런 것들이예요. 그런 걸 우리 맘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어요. 꼭 클럽 공연이 아니더라도 어떤 공연이든 우리가 갈 때 마다 원하는 장비를 쓸 수 있고 원하는 연출을 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

# 개인적으로는?

강희: 요 생활을 유지할 정도로 계속 이걸 하고 싶습니다.

지현: 저는 원래 꿈이 있어요! 파주에 땅을 사가지고 직접 집을 지을 거예요. 거기서 살 거예요. 제가 어릴 때 집에서 나와가지고 월세 내면서 쫓겨 살다 보니까 집에 대한 욕망이 좀 커진 것 같아요. 집. 공간! 친구들이랑 놀 수 있고 식재료도 키울 수 있고 작업도 편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필요해요. 나 어렸을 때는 뒷산에 토마토를 키웠었어... 하하

# 2016년의 데드버튼즈로서의 계획이 있다면 뭐가 있나요?

지현: 4월 아니면 5월 초에 한국을 떠나서 다시는 안 돌아올 예정...은 아니고! 유럽 투어를 한바퀴 돌고 잠깐 한국에 돌아오던지 아니면 다시 나갈 거예요. 뉴욕에 ‘CMJ’라는 오래된 페스티벌이 있어요. 뮤콘에서 저희를 선택해주셔서 나가는 거예요. 생각보다 좋은 공연인 것 같아요. 올해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해외 활동을 많이 할 것 같아요. 지금은 2월 14일에 있을 저희 단독 공연 준비에 몰입하고 있어요. 안 오는 사람은 정말 후회할  거예요. 저희가 하고 싶은 걸 다 할거거든요. 세션이 6명이에요. 다 프로에요.

강희: 처음 볼 수 있는 풀 세션 밴드가 될 거에요.

지현: 그날은 죽었다 생각하시고 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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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행자: 이아림 / 김은지
영어 번역: 패트릭 / 임도연
교정: 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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