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된 날짜 2017년 05월 3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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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넘어서는 속편 없다고 했던가. 1집 앨범으로 성공적으로 데뷔한 아티스트가 2집에서 1집만큼의 퀄리티나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나, 1집 하나만으로 크나큰 열풍을 일으켰다가 2집의 망조 이후 바람과 함께 조용히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2집을 앞둔 아티스트는 적잖은 부담과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나 오아시스처럼 이 징크스를 깨고 제대로 한방 해낸다면? ‘소포모어 징크스, 그거 먹는 건가요? 우걱우걱’ 이라고 말하는 듯한 세 인디 아티스트의 2집 앨범을 소개한다.


1. 전범선과 양반들 - 혁명가 (김민집)

전범선과 양반들의 2집 혁명가는 사랑가-혁명가-방랑가로 이어지는 트릴로지 중 두번째 앨범이다. 2014년 '사랑가' 앨범을 발표하고 곧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 전범선은 영국에서 9개월간 프랑스혁명, 영국혁명 등을 공부하며 이 곡들을 작곡했으며 그 과정에서 혁명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앨범에 녹아들었다고 한다.

데뷔 앨범인 '사랑가'는 한 편의 시와 같은 아름다운 노랫말을 유유자적한 사운드에 물흐르듯이 풀어냈다. 명월이에 대한 사랑타령을 중심으로 리더인 전범선의 유년기와 유학생활의 소회가 10곡의 따뜻한 포크록에 담겨있다. 때문에 전범선은 스스로 ‘사랑가’는 전범선과 양반들의 1집이라기보다는 전범선의 마지막 앨범이었다고 평한다.

그러던 전범선과 양반들이 2집에서 갑자기 민중봉기를 일으키며 돌아왔다. “일 년 만에 돌아온 전범선의 손에는 통기타가 아닌 전기기타가 들려있었다”라는 문구는 그 변화를 확실하게 표현해준다. 녹두장군 전봉준을 연상시키는 상투머리로 돌아온 전범선과 양반들은 그야말로 양반록에 어울리는 그룹사운드로 변모하여 그들만의 소리를 들려준다.

이 앨범의 돋보이는 점은 무엇보다도 한국적인 장단에 하드록을 절묘하게 녹여냈다는 것이다. 옹골진 드럼과 베이스의 사이를 질주하는 기타는 복고적인 한국록의 멋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또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 전작에 비해 ‘혁명’이라는 하나의 일관된 주제가 앨범 전반을 관통한다. 앨범의 전체적인 구성 역시 한편의 마당극을 보는 듯 눈에 그려진다. 첫 트랙인 ‘안개 속 뱃사공’과 함께 뒷짐지고 나타나 이내 ‘아래로부터의 혁명’, ‘불놀이야’로 판을 엎어버리고는 ‘도깨비’, ‘강강술래’로 청중들과 한바탕 놀이를 하며 신명나게 춤을 춘다. ‘난세의 영웅’에서는 다시 난세에 대해 논하다가 앨범의 말미에는 ‘구운몽’서 “다 끝이야, 나는 철학자도 선비도 아니야, 나는 혁명가도 영웅도 아니야”라며 자조적으로 읊조리다 ‘보쌈’에서 꿈을 꾸듯이 퇴장한다.

전범선과 양반들은 이 앨범으로 2017한국대중음악상에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어 “날카롭고 해학적인 가사로 같은해 말 한국정치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을 통렬하고도 유쾌하게 관통하며 음악의 힘을 증명했다”라는 평가와 함께 최우수 록 노래 부문을 수상하게 되었다. (재밌는 점은 이 곡을 만들 때 전범선은 단순히 사회적인 혁명보다는 중의적인 의미, 특히 개인적 연애담에서의 혁명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전범선은 현역병 복무를 하고 있다. 곧 돌아올 트릴로지의 완결편 ‘방랑가’를 기대해보자.  


2. 쏜애플 - 이상기후 (한예솔)

지난 2010년 데뷔 앨범인 <난 자꾸 말을 더듬고 잠드는 법도 잊었네>를 세상에 내놓은 쏜애플은 2014년 여름, 두 번째 정규앨범 <이상기후>를 발매했다. 해가 지날수록 무더위가 심해지기는 하지만 그 해 여름은 유달리 더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미지근하고 눅눅한 공기로 가득 찬 열대야 속에서 들었던 <이상기후>의 타이틀곡 ‘낯선 열대’는 평범한 여름밤을 기괴하고도 독특한 시간으로 바꿔 주었다. 한마디로 이 앨범은 뜨거운 여름과 매우 잘 어울린다.

트랙 순서대로 열 곡을 감상하다 보면 당신은 아마 차가운 얼음,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아른거리는 아지랑이, 살을 구워삶을 것처럼 무자비하게 내리쬐는 땡볕, 해가 져도 식지 않는 습한 공기 등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청량한 기타 사운드, 저음부터 고음까지 풍부한 울림을 자랑하는 베이스와 기교 넘치는 드럼, 드라마틱한 곡 구성 등이 그러한 느낌을 준다. ‘오늘 하루를 살아남으라’는 뉘앙스의 가사도 그에 한 몫을 더한다. 그들이 이 앨범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단순히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뿐 아니라 ‘마음의 이상기후’까지도 견디고 삶을 충실히 살아낼 수 있는 깜냥을 길러 보라는 속삭임일지도 모른다.

'1집보다 좋은 2집'이 글의 주제지만 사실 1집과 2집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밀도있는 사운드와 시처럼 아름다운 한글 가사로 인디음악 팬들과 평단의 찬사를 받은 데뷔 앨범 <난 자꾸 말을 더듬고 잠드는 법도 잊었네>는 아마 앞으로도 쏜애플 최고의 명반으로 손꼽힐 것이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이 점점 더 뛰어난 결과물을 내놓는 이유는 밴드의 음악적 색깔을 표현할 주춧돌은 굳게 다져둔 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데 있지 않을까 싶다. 우선 ‘베란다’나 ‘암실’을 들어보자.


3. 신현희와 김루트 - 이상한 나라의 신루트 (김한솔) 

엄밀히 말하면 첫 EP 보다 나은 1집. EP는 지금의 역주행 신화를 만든 ‘오빠야’부터 신현희가 가장 애착이 있는 곡 중 하나라고 밝힌 ‘날개’까지 신현희와 김루트를 대표하는 여섯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5년, 아득한 2년 전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공연 기획단으로 땀깨나 쏟으며 부스를 준비하고 있을 때 신현희와 김루트의 노래를 처음 듣게 되었다. 저 멀리서 아련하게 들리는 오빠야를 들으며 ‘내가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속으로 생각하며 무대 앞으로 뛰어가고 싶었던 기억이 난다.

나만 아는 가수에서 모두가 아는 가수가 된 건 무척 반길 일이지만, 오빠야 외에 다른 노래들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게 아쉽다. 특히 1집 노래들이 그렇다. 2016년에 발매한 정규 1집은 솔직하고 소소한 신현희와 김루트의 감성이 그대로 묻어있다. ‘그러지 말걸’, ‘그와 나’, ‘짝사랑은 힘들어’ 같은 사랑 이야기는 누구나 겪어봤을 법해서, 더 공감이 간다. ‘인연이란 게 원래 그냥 그래’는 베이시스트 김루트의 이례적인 보컬 참여가 인상적이다.

가장 추천해주고 싶은 곡은 ‘인터스텔라’와 ‘홍대 부르스’. 인터스텔라는 신현희가 동명의 영화를 보고 ‘죽음을 코앞에 두고 난 어떨까?’라는 자문에서 시작한 곡이다. 실로폰과 기타 리프, 신현희의 쓸쓸하고 담담한 음색이 조화롭다. 홍대 부르스는 신현희가 ‘가장 나다울 수 있는 노래’라고 말한다. 대구에서 올라와 홍대에서 음악을 하며 겪은 생각에 대해 진솔한 가사와 시원하게 내지르는 창법이 오빠야와는 사뭇 다르다. 

신현희와 김루트는 자신을 365일 쉬지 않는 밴드라고 소개한다. 남은 날들도 쉼 없이 노래할 신루트는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글쓴이: 김한솔, 김민집, 한예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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