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된 날짜 2016년 10월 26일 (수)

공연 프리뷰

최근 몇달 사이 평범한 클럽 공연 말고 눈에 확 띄는 공연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자선공연이나 어쿠스틱 공연, 여러 종류의 특별한 이벤트들이 있었지만 핵심적인 부분은 같은 공식을 따르고 있다. 그 공식이란 홍대 어딘가의 라이브 클럽에서 여러 밴드가 출연해 금요일이나 토요일 밤에 공연을 펼치는 것이다. 일반적인 공연도 충분히 즐겁지만, 최근에 “무슨 일이 있어도 이 공연은 꼭 보고 말테야” 결심하게 만드는 공연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날씨가 안 좋거나 컨디션이 좀 나쁘거나 그냥 사람들을 만나는 게 귀찮으면 금방 공연장 가기를 포기해버린다. 꼭 그 날 그 공연을 안 보더라도 같은 밴드들이 같은 클럽, 아니면 아주 비슷한 다른 클럽에서 비슷한 라인업으로 공연하는 걸 몇 주안에 다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매주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밴드들의 공연을 보는 것이 슬슬 지치는데, 이런 피로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금 남다른 이 공연이 등장했을 때 엄청 신이 났다. 써리얼 모먼츠는 독특한 공연, 놓치면 안되는 공연이다. 첫번째로 다른 공연들과 가장 명확하게 차별화되는 지점은 공연 장소다. 그저 그런 주말 공연이 아니다. 써리얼 모먼츠는 문래동의 폐공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써리얼 모먼츠의 주최자인 최인희는 삭막한 공장 내부와 라인업 밴드들의 사운드가 미학적으로 공통점이 있다고 보고 이 꾸밈없는 장소를 골랐다.  

“이런 특별한 공간에서 열리는 공연은 일반적인 공연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에 공연할 밴드들의 사운드가 아주 풍부하고 몽환적이기 때문에 폐공장이라는 공간이 음악의 효과를 극대화해줄 것이다. 보자마자 첫눈에 딱 써리얼 모먼츠를 펼칠 공간이라는 감이 왔다. 예전부터 우리 레이블인 오름 엔터테인먼트에 속한 밴드들의 공연을 여러 번 해오면서 항상 각 밴드의 음악을 최고로 돋보이게 해줄 공간에서 공연을 열고 싶었다. 멋진 공간에서, 음악에 근사한 비디오 아트까지 결합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콘텐츠진흥원 지원이라는 완벽한 기회를 만나서 내가 계속 꿈꿔 온 공연을 열게 됐다.”

이런 넓고 오래된 빈 건물에서 열리는 공연은 틀림없이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게 될 거다. 오래된 건물의 정돈되지 않은 느낌은 갤럭시익스프레스나 모노톤즈 같은 밴드들에게서 느껴지는 록앤롤 감성과 딱 맞는다. 벽에 난 균열을 통해 새어 들어오는 빛에서 비롯된 으스스한 분위기는 비둘기우유, 스위머스 같은 밴드들처럼 좀 더 슈게이즈에 가까운 음악을 잘 살려줄 것이다. 이 장소가 마음에 드는 또 다른 이유는 홍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 홍대에 가깝긴 하다. 그래도 시작이니까.) 나는 홍대 외의 지역에서 더 많은 공연이 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디신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밴드들이 지금보다 더 정기적으로 먼 곳에 나가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건 다른 기사로 다룰 주제긴 하다.)

‘분위기’라는 표현이 써리얼 모먼츠 주최자가 공연을 준비하면서 강조했던 단어 중의 하나인 듯 하다. 안 그래도 이미 충분히 멋진 이 넓은 폐공장 컨셉을 더욱 멋지게 만들기 위해 주최측에서는 끝내주는 비디오 아트를 배경으로 연출하기로 하고 Wws Wws에 소속된 VJ팀의 환상적인 기술을 빌렸다.

긍지 있는 폐공장 공연이라면 먹을 것, 마실 것 없이 완성이라고 할 수 없다. 관객들이 계속 춤추고 놀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하기 위해 현장에 풍부한 먹거리와 음료가 준비된다. 훌륭한 밴드들, 멋진 장소, 음식과 맥주라니 하루 동안 열리는 작은 페스티벌이라 해도 될 정도다. 이런 공간과 VJ, 음식, 맥주에 납득 못 하는 사람이라도 라인업을 보면 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단 기다리고 기다리던 한국의 슈게이즈 선구자 비둘기우유의 공연을 볼 수 있다. 비둘기우유는 2016년 들어 오랜 기간 두문불출했다. 풍문에 따르면 비둘기우유가 해체 전에 갖는 몇 안 되는 공연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볼 수 있을 때 보도록 하자. 보다 사이키델릭한 록 사운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줄리아드림과 아이로닉휴의 무대를 즐길 수 있을 것이고 스위머스의 무대에서는 앞의 두 밴드보다 보다 몽환적인 팝 색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록다운 록을 즐기는 사람들은 3호선버터플라이, 모노톤즈, 개러지 록밴드 갤럭시익스프레스에 흥분할 것이다.

단순히 라인업이나 장소뿐만 아니라 누군가가 조금 남다른 걸 준비해서 주간 공연 목록에 부족했던 다양성을 더하려고 애썼다는 사실 자체가 엄청나게 매력적이다. 그래서 써리얼 모먼츠가 놓쳐서는 안 될 공연인 것이다. 공연장으로 나와서 응원해보자! 날씨는 금방 다시 추워질 거고 다들 긴 겨울을 나기 위해 어둡고 우중충한 홍대 클럽으로 돌아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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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Patrick Connor
한국어 번역: 이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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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인업(Line-up) ▼

▼ 공연 정보 ▼

일시: 2016년 11월 19일 (토) : 16:00
장소: 대선제분
가격: 예매 45,000원 / 현매 50,000원

▼ 예매처 바로 가기 ▼

인터파크: https://goo.gl/mS8ZNH
두인디: https://goo.gl/8L4rmq
네이버예약: https://goo.gl/WLT1FD
엔터크라우드: https://goo.gl/zn0C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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