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된 날짜 2017년 01월 1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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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몇년간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님 취존요’라는 말이 있다. 조금 더 풀이하면 ‘(제)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세요.’라는 것인데, 남의 취향에 대해서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뜻이다. 서양 사람이 이 말을 듣는다면 아마도 고개를 갸웃거릴테지만, 타인의 취향조차 자신의 잣대에 맞춰 이래라저래라 하는 한국 사람들의 요상한 특성을 접해본다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남의 모든 것에 대해 관심을 갖고 간섭하는 이들은 우리는 은어로 ‘오지라퍼’라고 부른다.

취향이라는 것은 단순하게 ‘좋다’, ‘안 좋다’의 의사표현이 아니라, 그 사람의 성격이나 사고방식, 생활습관까지도 가늠할 수 있게 하는 매우 상징적인 지표다.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미식가인 브리야 사바랭의 책에 등장하는 유명한 "당신이 먹은 것이 무엇인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라는 말이 이를 잘 나타낸다. 즉 취향은 그 사람이 누군지를 정의하는데, 사람은 저마다 각자의 독특한 반응지점이 있다. ‘길티 플레져’는 당신이 은밀하게 즐기는 기쁨 그 자체가 아닌가. 부인하지 말라. 굳이 그걸 입밖에 낼 필요는 없더라도.

지난 겨울 음악가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특별하고 은밀한 공연 시리즈가 있었다. 서울 성수동의 카페 ‘카페 성수’에서 매주 금요일 6주 동안 열린, 뮤직앤피플 주관 ‘취향회수 프로젝트’다. 매주 한팀씩 총 6팀의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공연이 시작되면 흥미롭게도 뮤지션은 악기 없이 무대 위에 오른다. 한 시간 동안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고 왜 이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어째서 이 곡이 자신의 취향에 닿았는지 말한다. 그 후에 1시간의 어쿠스틱 라이브 공연이 이어진다. 음감회를 마치고 라이브를 했을 때 생기는 작용은 조금 신비롭기까지 하다. 자신의 취향을 공개한 뮤지션과 그걸 들은 팬들 사이에는 취향을 공유한 자들끼리의 어떤 유대감이 생기고, 이로써 더욱 깊은 라이브 순간이 완성된다.

꽃잠프로젝트는 너무 음악을 잘해서 자신을 화나게 만드는 음악가를 위주로 소개했고, 김사월은 밤 늦게 맥주 한 캔을 따놓고 유투브에서 즐겨보는 여성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했다. 그리고 모두가 한집에 사는 제8극장은 평소 스크린에 띄워놓고 자주 보는 음악 영상과 함께 멤버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솔직하게 드러냈다. 수상한 커튼은 소설가 정지돈씨와 함께 영화와 음악에 대한 담화를, 블루스 뮤지션 하헌진은 자신에게 영향을 준 블루스 뮤지션과 게임 OST 이야기를 풀었다. 끝으로 로우앤드프로젝트는 ‘음악을 망친 건 바로 나라는 걸 알았다’라는 제목으로, 하이엔드(High-End)가 아닌 로우엔드(Low-End)의 음악을 만들게 한 그들의 취향을 공개했다.

취향회수 프로젝트를 준비한 뮤직앤피플의 백병철 대표는 “뮤지션의 취향을 살펴 보면서 내 취향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프로젝트입니다. 누구에게나 취향은 있지만 자본이나 매체 등 상업논리에 의해 좌우되기 쉽습니다. 지금 내 취향이 진짜 내가 원해서 이뤄진 취향인지 아니면 앞서말한 상업논리나 다른 외부자극에 의해 이뤄진 것인지 고민해보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라고 공연의 기획 의미를 밝혔다.

4회차였던 취향회수 프로젝트는 다음 시즌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평소 주변의 오지라퍼 때문에 피곤해 죽겠는 사람, 취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나만의 취향을 아직 잘 모르겠는 사람, 타인의 취향이 궁금한 사람은 전부 다음 취향회수에 와서 예술가들의 내밀한 고해성사를 들어라. 취향은 나 자신을 설명하며, 어쩌면 다음번 취향회수는 우리를 또 다시 바꿔놓을지도 모른다.

공연 엿보기

제8극장 - '오늘부터 1일'

수상한 커튼 - '늦여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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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임도연
영문 번역: 노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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