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된 날짜 2016년 09월 19일 (월)

기사

시작하기에 앞서 최고의 펑크 아티스트 일곱 팀을 내 손으로 선정해야 한다는 것에 나는 실로 엄청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사실 영미권에서든 우리나라에서든 지금 우리가 쉽게 ‘인디’라 일컫는 언더그라운드 음악 씬은 오롯이 펑크의 유산이다. '누구나 할 수 있다'라는 평등주의적 DIY (Do It Yourself) 에토스를 위시한 펑크는 음악의 한 장르라기보다는 하나의 애티튜드이자 정신이고, 이렇게 정신적인 가치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음악에서 내가 Top 7을 꼽는 일이 자칫 우스워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 글은 ‘우리나라에서 누가 누가 펑크를 제일 잘하느냐’에 관하여 쓰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 글은 우리나라의 인디 씬, 그 시작점과 현재의 저변에까지 펑크가 늘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하고자 쓰인 글이며, 또 펑크 문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초심자들에게는 다양한 펑크 밴드들이 아직도 우리나라에 버티고 있다는 걸 알리고자 쓰여진 일종의 소개글인 셈이다. 특히, 펑크 음악에는 수많은 하위 장르와 각각의 하위 장르마다 열정적인 팬덤과 리스너들이 존재한다. 부디 이 열정적인 펑크 누님과 형님들이 내 Top 7 리스트를 너무 괘씸하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참고로 순위에 따라 추천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1. 더 베거스 (The Veggers)

더 베거스의 이름이 2016년 대중음악상 헤비니스 부문에 후보로 올랐을 때, 의아해 했던 리스너들이 많이 있었다. 더 베거스의 음악은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펑크에 대한 인식과 달리 그렇게 시끄럽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더 베거스의 음악이 펑크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평가이다. 더 베거스의 음악은 로큰롤과 펑크가 뚜렷하게 구분이 가지 않았던 70년대 초반 그 분기점의 음악을 생각나게 한다. 그들의 정갈한 연주와 톤이 일부 펑크 음악 팬들에겐 썩 내키지 않을 수 있지만, 더 베거스는 분명히 펑크 씬의 저변을 넓히는데 기여하고 있는 좋은 밴드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theveggers/?fref=ts


2. 초록불꽃소년단 (The Green Flame Boys)

독자들에게 솔직히 고백하자면, 내가 펑크 Top 7 글을 쓰게 만든 장본인이다. 2015년 그들의 싱글 ‘그저 귀여운 츠보미였는 걸’이 나왔을 때의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리스너들 사이에서도 ‘우스개 음악이다’ 혹은 ‘홍대 펑크 씬의 최고 루키이다’ 평이 극명하게 갈렸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한번이라도 초록불꽃소년단의 공연을 본 적이 있다면 전자와 같은 평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들은 가짜가 아니다. 정말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들을 아무런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쏟아낸다. 특히, 라이브 공연에서의 보컬 조기철의 카리스마는 감히 말하건대 조이 디비전의 이안 커티스나 이기 팝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말 그대로 공연장이 어디던 관객들을 갈아 엎어버린다.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GreenFlameBoys/?fref=ts
사운드클라우드: https://soundcloud.com/jkcyh


3. 극도 (Gukdo)

하드코어 펑크 밴드 하나는 무조건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펑크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이미지는 대부분 하드코어 펑크 컬처의 이미지에서 기인된다. 그만큼 펑크 컬처의 하나의 큰 줄기이다. 극도는 밴드의 이름에서부터 그 특유의 날것의 냄새 -Raw함이-가 강하게 느껴진다. 이들의 음악은 강하고 거세게 몰아친다. 특히, 하드코어 보다도 과격한 크러스트 펑크 밴드와도 같은 면모를 보여준다. 이들의 공연을 보게 된다면 특별한 이유 없이 분노에 울부짖는 본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Gukdopunk/?fref=ts


4. 빌리 카터 (Billy Carter)

빌리 카터에 대한 평단의 찬사와 대중적인 인기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었다. 영미권에서 블랙 키스(Black Keys)의 El Camino 앨범이 몇 년 전 그래미 어워드를 휩쓸고 난 뒤, 우후죽순 같이 블루스 기반의 개러지 음악이 쏟아져 나왔다. 일부는 빌리 카터도 이 유행이 지나가면 없어질 것 같은 밴드이지 않을까 우려가 있었지만 그들은 아직도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그들의 음악에 있어서 개러지 블루스가 중심에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펑크의 강력한 힘은 늘 잃지 않는다. 특히,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연주는 단순히 ‘힙’함을 추구하는 겉멋이 아니라 그들이 펑크 애티튜드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blyctr/?fref=ts
사운드클라우드: https://soundcloud.com/billy-carter-20


5. 델타시퀸스 (DTSQ)

지금쯤 델타시퀸스를 모르는 홍대 음악 리스너들은 없을 것이다. 일단 서울 시내 어디든 지역을 가리지 않고 붙어 있는 ‘DTSQ’를 보지 못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델타시퀸스 음악의 최대 강점은 오늘날의 펑크가 어떻게 변화를 꾀하고 있는지 그들의 음악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펑크가 신디사이저 사운드와 결합하면서 좀 더 댄서블하게 변화되고 사이키델릭적인 면모가 더 가미된 것은 가장 최근 세계의 펑크 씬이 기존의 펑크의 틀을 벗어나려는 몸부림이었다. 그렇지만 그 노력은 그저 그런 하나의 유행으로 지나갔고, 충성심 높았던 펑크 팬들을 실망시키게 한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DTSQ의 음악은 그 비판에서 살아남은 것 같다. 왜냐하면 그들의 음악에서 펑크 특유의 스트레이트함은 퇴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음악의 간결한 리프와 단순한 곡 구성은 펑크의 질감을 명백히 유지하고 있다.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wearedtsq/?fref=ts
사운드클라우드: https://soundcloud.com/wearedtsq


6. 풀게라지 (Full Garage)

풀게라지는 정말 익살스럽다. 그것의 그들의 최대 장점이다. 겉으로 보면 별 특별한 구석이 없어보이는 세 남자이지만, 무대 위에서 연주를 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고등학생들 같다. 사실 음악만 놓고 보자면 전형적인 팝 펑크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음악성을 낮게 평가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그들의 연주력은 탄탄하고, 3분 남짓한 곡에서 리프와 멜로디를 가지고 노는 솜씨는 소위 말해 농염한 “짬”이 느껴진다. 그리고 팝 펑크이다. 진지 빠는 순간 당신은 귀가조치이다. 이들은 이따금씩 무대 위에 귀여운 코스튬을 입고 올라오기도 하는데 요즘은 그런 모습을 본 지가 좀 되어 살짝 아쉽긴하다.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fullgaragee/?fref=ts


7. 왓에버댓민즈 (...Whatever That Means)

펑크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흥기를 가졌던 기간은 아마 90년대에서 00년대 초가 아닐까 싶다. 그 시절 멜로딕 펑크는 펑크에 대한 진입장벽을 많이 낮춰주고 남녀노소 같이 뛰놀게 만들었던 펑크의 가이드북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시 일본에서도 멜로딕 펑크가 메이저 음악의 반열에 오르면서 멜로딕 펑크에 대한 열풍은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에도 옮겨왔다. ...Whatever That Means는 그 때 그 시절 멜로딕 펑크 음악을 아주 정직하게 구사한다. ...Whatever That Means가 무대에 오를 때면 그 공연장은 남녀노소 모두의 화합의 장이 된다. 다들 부둥켜안고 춤추게 되기 마련이다. 가사는 영어로 되어 있지만 한번만 들으면 쉽게 따라할 수 있고 흥얼거릴 수 있는 것이 그들의 음악이 가진 힘이다.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whateverthatmeansmusic/?fref=ts
밴드캠프: http://whateverthatmeans.bandcamp.com/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글: 김재면
영어번역: 김재면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Comments

comments powered by Disq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