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된 날짜 2017년 11월 02일 (목)

기사

3년 전 이맘때쯤, 나는 학교 자습실에서 국어, 수학, 영어, 사회문화, 생활과윤리를 죽어라 공부했다. 수능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었다. 그 날의 내 목표는 오로지 ‘인서울’이었다. 그 시간을 보낸 나는 지금 서울에 있는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일반대학생이 되었다.

대다수 국민이 거쳐가는 애증의 그날이 다가오면 각종 대학교, 수시 원서 접수 사이트, 컨디션 조절법 등이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를 차지하기도 한다. 그중 ‘수능 금지곡(한 번 들으면 한동안 머릿속에서 맴돌아 어딘가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중독성 있는 노래)’이 있기도 하다. 수능은 한 번의 시험으로 인해 그동안의 결실을 맺는 기쁜 날이기도 하고, 한 번의 시험으로 인해 미끄러져 그동안의 노력이 무너지는 날이 되기도 한다.(참으로 불합리하다!) 이런 중요한 날에 아주 중독적인 노래가 머릿속을 파고들어 문제 풀기에 온전히 쏟아야 하는 집중력을 방해한다면 그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 되겠는가.

수능을 한 번 쳐본 사람으로써 현재 수능 준비자들에게 당일만큼은 본인의 실력을 온전히 발휘하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이 기사를 써본다. 물론 듣고 싶으면 들어도 되지만 책임은 내가 안 진다. 그냥 참았다가 수능 끝나고 들어라. (참고로 수능금지곡 Top7에 꼽힌 아티스트에게 악감정은 없다. 끝나고 수만번씩 들어라.)

* 두인디의 탑 세븐 시리즈 기사를 모두 읽어보세요:

Vol.1: 한국 탑 7 펑크 아티스트(2016)
Vol.2: 한국 탑 7 일렉트로닉 아티스트(2016)
Vol.3: 2017 Top 7 한국 스카/레게 아티스트


1. 무키무키만만수 – '안드로메다'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만든 노래 같다. 처음에 들으면 ‘노래가 뭐 이래…’, ‘진짜 생각 없이 만들었나…’ 하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야말로 문화충격이다. 요즘 은어로 말하면 병맛 노래이다. 가사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고, 라이브 영상을 보면 정말 벌레가 싫어서 만든 노래인가 싶기도 하다. 이들의 라이브가 신기하기도 하고 어이없어서 몇 번 돌려보면 그때는 무키무키만만수의 기운에 지배된 것이다. 이제 바퀴벌레 돈벌레 애벌레 등등 벌레만 보면 이들의 노래가 당신의 머릿속에 맴돌게 될 지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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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델리스파이스 – '차우차우'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노래다. 조승우/이나영 주연의 영화 <후아유>의 O.S.T로도 유명하지만, MBC의 예능 무한도전에서도 텔레파시 관련된 테마로 방송을 할 때 이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수록하기도 하였다. 몽환적인 곡의 흐름 속에서 정말 단순한 가사로 곡이 진행된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하는데도” 두 개의 문장이 곡의 가사 전부다. 하지만 이 두 문장의 힘은 대단하다. 노래를 들은 후 조용한 곳에서 혼자 있다 보면 저 멀리서 환청이 들려온다. 아무리 멜로디를 잊으려고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한동안 멜로디는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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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호선 버터플라이 – '스모크핫커피리필'

고요한 적막 속 속삭임이 시작된다. 스모우크핫커피리필, 달이 뜨지 않고 니가 뜨는 밤. 오묘한 분위기의 밤, 안개가 짙게 깔렸다. 짙은 안개 속에서 혼자 덩그러니 놓여있는 기분. 그러다가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나도 모르게 3호선 버터플라이의 속삭임에 빠져들며 혼자만의 여행을 하는 것이다. 흐릿한 시야 속에서 누군가가 나를 부르고, 이 부름에 응답하며 혼자만의 조심스러운 여행을 한다. 불시에 찾아온 여행이지만, 자연스럽게 고요한 분위기를 만끽하며 한동안 3호선 버터플라이와의 여행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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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랑 – '욘욘슨'

투박한 기타 연주와 함께 투박한 목소리가 연주 위에 올려진다. 가사마저 투박하다. ‘내 이름은 욘욘슨 위스콘신에서 일하죠’ 이 가사는 커트 보니것의 책 <제 5도살장>에서 언급되는 영원한 돌림노래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언뜻 보기에 엉뚱하고 소박하지만, 오히려 이런 엉뚱함과 소박함이 ‘이랑’이라는 아티스트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느낌이 든다. 화려하지도 않고, 무언가 꽉 차 있는 느낌은 아니지만, 이 때문에 이랑의 노래가 더 가치 있어 보이며, 노래에 담긴 그녀의 진심이 더욱 다가오는 느낌이다. 곡의 후반부에 더해진 사이키델릭한 사운드와 리버브 때문인가 그녀가 나랑 놀자고 손을 흔드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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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장기하와 얼굴들 – '달이 차오른다, 가자'

수능 전날 딱 추천하고 싶은 노래지만, 안타깝게도 들으면 안 되는 노래이다. 서론에도 말했다시피, 수능은 하루의 시험으로 인해 결실을 맺을 수도 있고, 잠시의 미끄러짐을 경험할 수도 있는 중요한 날이다. 한 번의 중요한 기회이다. 이날을 위해 포기할까 주저했던 순간을 이겨내고 나가야 한다. 나의 결실을 볼 순간까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이걸 놓치면 1년의 세월을 더 준비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니 힘을 내어 마지막까지 달려야 한다. 수능 날을 위한 달이 차오르니, 가자. 하지만 노래는 수능 때까지는 제발 듣지 말자. 시험 치다가 장기하의 부름이 찾아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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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네임텍 – '바니바니'

전주만 들어도 어깨가 들썩인다. 어깨만 움직일 뿐만 아니라 발도 동동 구르게 된다. 노래를 듣는 순간 네임텍의 에너지에 본인도 모르게 반응을 하게 된다. 가만히 노래를 즐기고 싶지만, 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내가 받아들이지 못하면 무언가 잘못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고, 내가 노래를 즐긴 만큼 기분 좋은 일탈감을 느끼게 된다. 이 노래의 가사는 수능을 치른 후 이들이 대학교에 들어가서 많이 듣고 많이 뱉을 말로 구성되었다. 이렇게 보니 이 노래가 대학 신입생의 패기와 열정 파릇파릇함을 담고 있는 것도 같다. 부디 수능 전에는 이 노래를 묵혀 뒀다가 대학에 합격하고 난 뒤에 ‘바니바니’를 들으며 신입생의 열정을 내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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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소규모아카시아밴드 – '사랑'

나는 이 노래를 ‘청춘시대2’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접하게 되었다. 풋풋한 썸 혹은 연애의 모습을 담을 때 이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삽입하면서 오글거림과 함께 솔로들의 연애 세포를 자극한다. 잔잔하면서도 톡톡 튀는 리듬과 함께 노랫말을 속삭이는데 드라마의 영향 때문인지 아니면 노래가 본연으로 가진 힘이 중독적이면서 귀여워서인지 미소를 머금게 된다. 노래 특유의 귀여움 때문에 한 번 들으면 귀에서 여러 번 노래가 반복되어 속삭이며 들려오는데 그럴 때마다 풋풋한 내음이 느껴진다. 또한, 편안함과 함께 동화 속에 들어간 듯한 느낌도 드니 특히 로맨스 좋아하는 분들에게 취향 저격인 곡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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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곽혜민
영어번역: 노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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